한국 경제 '디플레이션' 징후...경기둔화·고령화가 문제

입력 2019-09-08 08:19  



지난달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와 고령화 속 디플레이션 징후를 보이면서 20년간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졌던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직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예상 밖의 충격으로 전반적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세계에서 최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에서는 마이너스 물가가 이제 종종 발생하는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8월에는 -0.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가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측 요인과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정책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11∼12월께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급락 등 공급 측에서 다른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소비자물가는 연말께 다시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산시장 불안 등의 충격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증폭된다.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신규투자와 생산을 축소함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떨어지면 소비와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이 장기간 경기침체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1990년대에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약 20여년에 걸쳐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도 곤두박질쳐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든 바 있다.

오랜 시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저물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경제는 강력한 통화 완화정책을 통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디플레이션 극복: 일본의 경험과 앞으로 도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빠져든 배경에 대해 "물가에 중립적인 자연이자율이 급격히 하락했고, 자산 버블이 터졌으며, 이어진 금융위기가 원인이었다"고 진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일본 경제와 물가가 악영향을 받는다면 추가적 완화정책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하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한편 고령화 요인까지 맞물려있는 만큼, 마이너스 물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상품 수출액이 1% 감소할 때 민간 소비는 0.15% 줄고, 소비자 물가는 0.0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상품 수출액이 3%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민간소비는 0.4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도 0.17%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2017년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한국의 고령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 분석한 결과, 고령화는 2022년까지 한국 물가상승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리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급락 등의 요인이 있다면 연말에도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경제성장률 수준이 많이 떨어져 물가상승 수준도 떨어지면서,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는 종종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영호  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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