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재판 결과에 여성단체 환영…"위대한 승리"

입력 2019-09-0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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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 형이 확정되자 여성단체가 환영 입장을 내놨다.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지원해 온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9일 오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안희정 전 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은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승리"라고 밝혔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당연한 결과이지만 너무나 기쁘다"며 "개인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또 다른 무수한 김지은들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대법원은 `피해자다움`에 갇혔던 성폭력 판단 기준이 잘못됐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며 "이제 `피해자다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 변호사로서 지난해 3월 수사 과정부터 오늘 최종 선고까지 모든 증거기록과 공판기록을 봐 왔다"며 "항소심 유죄 판결 이후에도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무분별하게 왜곡돼 전파되는 것을 보며 대법원 선고만을 간절하게 기다렸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현실의 `위력`은 선명하게 드러나거나 잘 보이지 않는다"며 "때로는 점잖게, 때로는 의식할 수도 없는 공기처럼 작동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왜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은밀한 프라이버시나 인간관계, 일상의 기록 등을 모두 철저히 검증받았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사건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면 기쁜 일이지만, 더는 피해자에게 이를 묵묵히 감당하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숙 전성협 운영위원은 "성폭력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며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꽃뱀`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는 가해자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민변 여성인권위는 "이번 판결에서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위력이 현실적으로 행사되는 양상과 사건에 대한 안희정 전 지사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항소심 판단의 정당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현장에서의 여성이 왜곡된 성문화, 조직문화로 인한 성적침해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바라보는 잘못된 사회적 편견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며 "사법기관 역시 왜곡된 피해자상(像)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현실적인 경험과 인식을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판단 기준을 확립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김지은 씨는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의 공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통해 진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마땅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아파하며 지냈는지 모른다"며 "이제는 2차 가해로 거리에 나뒹구는 온갖 거짓들을 정리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제는 거짓의 비난에서 저를 놓아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면서 "앞으로 세상 곳곳에서 숨죽여 살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곁에 서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안 전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대법원도 "김씨의 피해진술 등을 믿을 수 있다"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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