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삭발, '조국 반대' 승부수될까…"가발 논란도 벗을 듯"

입력 2019-09-1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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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삭발 투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반대를 위한 대여투쟁의 승부수를 띄웠다.
야당의 반대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정부·여당을 향한 강력한 규탄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추석 연휴 기간 청취한 밑바닥 민심에서 `조국 반대` 기류가 뚜렷하다고 보고, 9월 정기국회가 본격 개막하기 전 여론의 물꼬를 한국당 중심의 보수진영으로 돌릴 절호의 기회라는 전략적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하자 "한국당의 투쟁은 조국 임명 전과 후로 달라질 것"이라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예고해왔다.
실제로 황 대표는 조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1인 피켓 시위, 장외집회 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한국당이 이 같은 `반(反)조국`의 민심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당장 추석 연휴 기간 쏟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겨도 반사 이익조차 챙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리더십 위기론까지 번졌다.
이에 황 대표로서도 기존 방식을 넘어 더욱 강력한 대여투쟁 방안으로서 `충격 요법`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이던 시절 단식을 한 적은 있어도 제1 야당의 대표가 `삭발 투쟁`에 나선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조 장관 임명해 반발해 삭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은 그동안 당 안팎에서 불거진 리더십 비판 여론을 불식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 보수진영의 주도권 경쟁을 황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삭발식에는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이라고 쓴 검은색 현수막이 걸렸다.
검은색 운동화에 네이비색 점퍼 차림으로 등장한 황 대표는 분수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삭발식을 거행했다.
삭발식은 애국가 4절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약 7분간 진행됐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현장에 나와 황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했다.
강 수석은 황 대표에게 삭발을 만류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강 수석이 와서 `삭발 안 하면 안 되냐`는 메시지를 주고 갔고, 황 대표는 단호하게 `조국 사퇴시키라. 파면 시키라`라는 딱 두 마디의 강한 의지를 말씀했다"고 전했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동안 황 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따금 눈을 감았다 뜨기도 했다.

삭발을 마친 황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유린 폭거가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제1야당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는 제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감정이 격해진 듯 몇차례 입장문을 읽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한국당은 어떤 행동이라도 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이날 삭발로 일각에서 제기된 `가발 논란`이 사그라들었다는 말도 나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그동안 가발을 이용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으로, 정확히는 모근을 새로 심어 머리가 자란 것으로 안다"며 "오늘 삭발로서 (논란이) 정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한국당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80여명은 삭발식 이후에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침묵 연좌 농성`을 이어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근조(謹弔) 자유민주주의`라고 적은 대형 걸개를 세운 뒤 바닥에는 `우리는 자유 대한민국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라는 현수막을 깔았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한국당 의원들은 `근조` 걸개와 현수막 앞에서 차례로 촛불을 놓았다. 촛불은 연좌농성이 시작된 지 2시간여 만에 120개로 늘어났다.
황 대표는 연좌농성 중 기자들과 만나 삭발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야 한다고 했고,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다 합치는 것으로, 처음에 통합을 이야기했는데 여러 의견들을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제1야당 대표가 삭발한 게 처음이라고 하는데, 저는 국정을 책임진 정부가 이렇게 엉터리로 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저도 처음 (삭발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나라를 살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으로 나라를 몰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이 과정에서 결국 힘을 합하는 것이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고 극복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저희의 장외투쟁이 자유민주세력이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학재 의원의 단식 농성에 대해서는 "이 의원이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당이 함께 정부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좌농성장에서 일부 지지자들은 `빨갱이 잡는 황교안`, `문재인 빨갱이`, `민주당 해체`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날 자정까지 연좌 농성을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이번처럼 제1야당대표의 결기를 계속 보여주기 바란다"며 "원내 전략도 적극적으로 주도해 실효성 있는 원내 투쟁을 통해 야당을 깔보면 안 된다는 것을 꼭 보여달라. 수고하셨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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