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기억의 관계…"뇌의 장기 기억 저장, 렘수면이 결정한다"

입력 2019-09-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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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 기억의 저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과학계의 오랜 연구 주제다.
주류 의견은, 뇌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 수면이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반면 수면 상태에서, 특히 렘수면 단계에선 뇌가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할 거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소수 의견 그룹에는 DNA 이중나선 구조의 공동 발견자인 프랜시스 크릭도 포함된다.
렘(REM)은 급속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의 줄임말이다. 몸은 자는데 뇌는 깨어 있는 `역설적 수면` 상태를 렘수면이라고 한다.
잠든 지 약 90분 후에 첫 단계가 시작되는 렘수면 단계에서 사지 근육은 이완되나, 안구 운동과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뇌파도 각성 상태와 비슷해진다. 대부분의 꿈은 이런 렘수면 상태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뇌가 어떤 기억을 보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렘수면이 깊숙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 시상하부에 있는 한 무리의 뉴런(신경세포)을 흥분시키면 뇌의 정보 저장을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향후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과 같이, 기억 상실을 동반하는 질환의 이해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 국제연구소(SRI International)의 토마스 킬더프 신경과학센터 소장이, 일본 나고야대 환경의학연구소의 야마나카 아키히로 교수 등과 협업해 진행했고, 보고서는 권위 있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20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 링크 )에 따르면 이번에 찾아낸 뉴런 군(群)은 원래 식욕 자극 호르몬을 생성하는 무리로 알려졌다.
최근의 동물 실험에선, 수면 중인 뇌가 특정한 유형을 가진 학습 관련 뉴런들의 시냅스(신경 연접부) 연결을 선별적으로 잘라낸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수면 및 기면증의 조절에 오렉신 호르몬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수년간 테스트하며 관찰해 왔다.
오렉신(orexin) 또는 하이포크레틴(hyphocretin)으로 불리는 이 호르몬은, 두 그룹의 과학자들이 동시에 발견한 흥분성 신경펩타이드(neuropeptide)다. 옆측 또는 뒤측 시상하부의 작은 뉴런 군에서 만들어져, 각성에 관여하는 주요 뉴런들을 자극한다.
이번에 연구팀은 `멜라닌 응집 호르몬(MCH)`을 생성하는, 생쥐 시상하부의 주변 세포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지금까지 MCH는 수면과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 결과, 생쥐가 렘수면을 할 땐 전체 MCH 생성 뉴런의 52.8%가 흥분 상태인데, 깨어 있을 땐 35%만 흥분돼 있다는 걸 알아냈다. 렘수면과 각성 상태에서 공통으로 흥분하는 MCH 뉴런은 12%였다.
연구팀은 또한 MCH 생성 뉴런이 학습과 기억에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실마리도 발견했다.
시상하부의 MCH 생성 뉴런은 긴 축삭돌기를 통해 뇌의 `기억 저장 센터`인 해마(hippocampus)에 억제 신호를 보냈다. 실제로 새로 배운 지식을 장기저장하기에 앞서 일정 시간 유지할 때 MCH 뉴런을 활성화하면 기억이 약해지고, 비활성화하면 기억이 강해졌다.
렘수면 상태에선 MCH 뉴런 혼자서 이런 작용을 한다는 걸 시사하는 결과도 나왔다.
렘수면 상태에서 MCH 뉴런을 비활성화한 생쥐는 기억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였으나, 깨어 있거나 다른 유형의 수면 상태일 때 MCH 뉴런을 비활성화한 생쥐는 기억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킬더프 교수는 " MCH 뉴런의 도움을 받아 뇌가 새롭지만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망각하는 것 같다"라면서 "렘수면 상태에서 MCH 뉴런을 활성화하면 꿈의 내용이 해마에 저장되는 걸 차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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