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규제의 일부를 완화하는 조치를 단행해 양국 갈등해결을 위한 대화에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록 일본이 지난 7월 이후 취한 수출규제의 극히 일부만 제한적으로 완화한 것에 불과하지만, 양국 정상의 만남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취한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일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를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 일부 개정령을 공시했다.
특정포괄허가는 일본 수출기업이 일정 기간 정상적인 거래 실적이 있는 거래 상대방에게 수출할 경우 포괄적으로 수출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앞서 일본 정부는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에 대해 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하는 수출규제 조처를 했다.
특정포괄허가는 일반포괄허가와 개별허가 중간 수준의 조치로,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는 규제가 다소 풀린 셈이다.
(한국 수석대표에게 자리 안내하는 일본 수석대표/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이날 조치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양국 통상갈등 해소를 위해 열린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의 성과로 해석된다.
한일 통상당국은 일본 경산성에서 3년 반 만에 열린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끝나고 "수출관리제도 운용에 대해 전문적 관점에서 폭넓게 논의해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며 같은 메시지를 발신했다.
일본 경산성은 이날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완화 공시 전에 우리 정부에 관련 조처를 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산성의 이번 조치는 오는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된 것이어서 일본이 한국에 적극적인 대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식 발표한 이날 일본이 7월 이후 취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처음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울러 22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성과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는 3국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을 별도로 만나 한일 수출규제 갈등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본은 수출규제 대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고, 8월 28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한국의 수출관리 우대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경산성의 이날 발표가 양국 간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양국의 당면 현안을 해결하는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의 목표는 (일본의 수출규제 전인) 7월 1일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사실상 보복조치라는 점에서 강제징용 관련 해법이 나와야 수출규제 문제도 풀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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