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딴따라` 박진영이 과거, 현재, 미래를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콘서트로 가요계 `전무후무한 올타임 레전드`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21일 대구를 시작으로 25일 부산,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진행 중인 `박진영 콘서트 NO.1 X 50`(넘버원 피프티)를 통해서다.
1위곡 50개가 넘으면 이를 자축하는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박진영의 목표가 실현된 이번 공연은 특별한 세트 리스트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박진영이 만들어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주간 차트, 지상파 음악방송 등에서 정상에 오른 노래가 55곡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는 콘서트답게 누구라도 들으면 알 수 있는 가요계 1위를 차지한 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28일, 29일에 이어 30일 진행된 서울 공연 무대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한 수많은 명곡의 음반 커버들이 LED 화면을 가득 채웠다. 여기에 박진영의 음악적 뿌리인 `보드빌(Vaudeville: 20세기 초 미국 극장식당에서 펼쳐지던 엔터테인먼트) 쇼`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무대 세팅이 시선을 압도했다.
공연 시작 직전에 `FEVER (Feat. 수퍼비, BIBI)`의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고, 1994년 데뷔 당시 TV프로그램에 등장한 `풋풋한` 박진영의 모습에 이어 박진영이 `날 떠나지마`를 부르며 등장하자 이내 객석에서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첫 곡부터 모든 관객이 기립하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박진영은 뜨거운 호응에 보답하듯 손키스를 날리는 등 아이돌 못지않은 무대 매너를 과시했다.
`J.Y. Park`이 새겨진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너의 뒤에서`를 열창할 땐 격렬한 댄스곡 다음 순서임을 잊을 만큼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공연장을 짙은 감성으로 물들였다.
"가요 톱 텐 20위 안에 드는 노래를 딱 한 곡만 만들자는 꿈이 어느 순간 1위 곡 50곡을 쫙 모아서 공연하면 멋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오늘은 이뤄지리라 상상도 못한 제 꿈이 현실이 된 날"이라며 특별한 오프닝 소감을 전하자 관객들은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여러분들의 큰 사랑 덕분에 1위에 오른 곡들만 불러 드릴 거다. 그런데 1위 곡이 너무 많다"라는 능청스러운 멘트가 분위기를 더욱 띄웠고 관객들은 밤새 공연을 해도 괜찮다는 듯 뜨겁게 환호했다.
후배 가수에게 선물한 곡을 `박진영 버전`으로 재해석한 무대는 이번 콘서트의 별미가 됐다. 후배가 부른 1위 곡을 원작자인 박진영이 자신만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로 생생히 표현,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데뷔 25년째에도 여전한 `최고 댄스 가수`로서의 역량은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It`s Raining`(잇츠 레이닝), 2PM의 `Heartbeat`(하트비트), `Hands Up`(핸즈 업), `AGAIN & AGAIN`(어게인 앤 어게인) 등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다. 후배들이 춘 댄스와는 또 다른 박진영의 강렬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여기에 평소 접하기 힘든 박진영의 랩을 듣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박진영 표 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귀호강`의 시간이 됐다.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너의 뒤에서`를 비롯해 `거짓말`(god), `또 한번 사랑은 가고`(이기찬), `12월 32일`(별)등 애절한 발라드를 선사하자 관객들은 때로는 숨을 죽이고 때로는 함께 노래하며 박진영과 한 마음이 됐다.
`여자 박진영`으로 변신해 선보인 무대들은 `최고 엔터테이너`다운 그의 끼와 역량을 여실히 보여줬다. `성인식`에서는 박지윤 못지않은 뇌쇄적인 눈빛, 요염한 안무가, 부채를 소품으로 사용한 `초대`에서는 엄정화를 방불케 하는 유혹적인 자태와 특유의 그루브가 드러났다.
역시 이번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공연 후반부 이어진 박진영의 히트곡 퍼레이드. 끈적끈적한 리듬, 퍼포먼스와 함께 표현된 `난 여자가 있는데`와 `니가 사는 그 집`에 이어 `그녀는 예뻤다`, `Honey`(허니), `어머님이 누구니 (Feat. 제시)`, `FEVER (Feat. 수퍼비, BIBI)` 의 흥겨운 멜로디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떼창`, `떼춤`으로 무대에 선 박진영과 공연을 함께 즐겼다.
스승의 역대급 콘서트를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후배 게스트 역시 `초호화 진용`을 뽐내며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28일에는 가수 별이 무대에 올랐다. "육아를 잠시 미루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박진영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데뷔곡 `12월 32일`을, 또 듀엣곡 `안부`를 스승과 함께 불렀다. 공연 후 SNS에 "가슴이 벅차고, 감동이 밀려오는 무대였어요. 그때 그 시절로 타임슬립을 한 것만 같은... 진영 오빠 감사합니다"라는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29일에는 비가 나왔다. 박진영이 "제 머릿속에 있던 퍼포밍을 전부 실현한 친구이자 55곡 중 세 곡이나 차지한 가수"라는 소개와 함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도입부를 피아노로 연주하자 비가 깜짝 출연해 공연 열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가요계 최강 솔로 퍼포먼서인 둘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 `It`s Raining`(잇츠 레이닝), `안녕이란 말 대신` 무대를 함께하며 폭발적 시너지를 자랑했고 어느 무대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비는 "진영이 형과 거의 10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선다. 그리고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건 1년 만인데, 아까 리허설할 때 오디션 보는 줄 알았다. 너무 긴장됐다"며 스승의 무대에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30일에는 선미가 `박진영의 1위곡 여정`에 동참했다. 박진영의 `성인식`, `초대`, `24시간이 모자라` 무대 열기를 이어받아 선미는 2013년에 발표한 첫 솔로곡이자 대표곡 `24시간이 모자라`를 선보여 관능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또 `사이렌(Siren)` 퍼포먼스에서 무르익은 무대 매너를 과시하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박진영은 선미를 "자랑스럽고 대견한 JYP 출신 대한민국 솔로 여가수"라며 이어 "원더걸스 막내였던 선미가 2017년 원더걸스 타이틀곡 `Why So Lonely`(와이 소 론니) 작사에 참여했는데 그때 무척 놀라웠다. 타고난 재능이 충분하다"라고 극찬을 하며 소개했다. 이에 선미는 "제 꿈이 프로듀서가 되는 것인데,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 바로 박진영 스승님"이라고 화답하며 가요계 선후배의 훈훈한 우정을 자랑했다.
또 선미가 "오늘 이 자리에 소희도 왔다"라고 하자 박진영은 "원더걸스 멤버들이 와 있으니 더욱 부담이 된다"라고 쑥스러워 하면서도 원더걸스의 초대박 히트곡 `Tell me`(텔 미) 탄생 비화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해 깨알 재미까지 더했다.
무대에 앞서 박진영은 "히트곡의 비결로 `영감` 다음에 이유를 꼽자면, `작사와 작곡 그리고 안무` 제작이 모두 가능한 것인데 이러한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Tell me`가 아닐까 싶다. 전 국민이 춤을 따라 추실 때, 희열이 엄청나다"고 영광의 순간을 생생하게 표현해 관객들을 공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Tell me`에 이어 `So Hot`(쏘 핫), `Nobody`(노바디)에서 깜찍한 `춤사위`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박진영은 공연 막바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도 안겼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할렘가에서 본 벽화 속 `어둠을 저주할 시간에 촛불 하나를 밝혀라`라는 문구에 영감을 받아 god `촛불하나`를 만든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새해가 곧 온다. 새해에도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여러분 참고 견뎌야 한다. 절대로 포기하면 안된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또 "25년 동안 활동했는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쓰고 싶은 곡이 많고 춤도 노래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몇 주년을 기념하기엔 지금까지 해온 일 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며 여전히 신인 같은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제 몸을 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관리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노래, 더 좋은 무대 보여드리겠다. 약속드린 대로 환갑잔치는 콘서트로 하겠다. 60살 때 가장 춤을 잘 추고, 노래도 더 잘하겠다. 열두 번 남았는데 그때까지 함께 해달라"고 외치며 다가올 `박진영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팬들에게 행복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의 다짐에 관객들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아우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평소 혹독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박진영은 이번 공연에서 그간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증명했다. 3시간 내리 쉼 없는 세트리스트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열정은 오히려 데뷔 때보다도 더 강해졌다. 밴드와 함께 모든 무대를 생생한 라이브로 선사하며 강렬한 가창력과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에 관객들은 떼창, 떼춤으로 박진영과 화합의 장을 펼쳤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 세대, 나이를 불문하고 레퍼토리 전곡을 따라 부를 수 있는 전무후무한 콘서트가 됐다.
`박진영 콘서트 NO.1 X 50`는 31일 서울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해당 공연은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도 함께할 예정이라 더욱 특별한 연말 선물이 될 전망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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