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은 다 로또"…눈물나는 무주택자들의 전쟁

이준호 부장

입력 2020-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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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분양' 부작용 속출
청약가점 인플레 현상 절정
'로또 단지' 둔춘주공 광풍 예고

정부가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이른바 `로또 분양`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청약시장에는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발걸음이 한꺼번에 몰리며 청약가점 인플레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GS건설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개포 프레지던스자이`의 청약가점 최고점은 무려 79점을 기록했다.
청약가점 79점은 만점인 84점에서 단 5점이 부족한 점수인데, 79점을 받기 위한 조건을 따져보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79점은 무주택기간이 15년 이상, 청약통장 15년 이상의 조건을 모두 채우면서 부양가족도 5명이 돼야 달성할 수 있는 점수다.
이 아파트의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도 66.4점을 기록해 사실상 무주택자들의 전쟁이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직장인들이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 만큼 희박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이들의 눈길은 수도권의 비규제지역, 특히 무순위로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부적격 물량이나 미계약 물량에 쏠리게 됐다.
최근 두산건설이 인천시 부평구에 공급한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의 무순위 청약경쟁률은 무려 1만1907대 1에 달했다.
1·2순위 청약이 끝난 뒤 부적격 처리된 4가구에 대해 접수를 받았는데, 4만7천626명이 몰리며 다섯자리 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에서 분양한 `아르테자이`도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최고 8천498대 1로 나타났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가 결국 청약시장을 도박판으로 변질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 연휴가 끝난 이후에는 분양시장에 큰 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또 한 차례 무주택자들의 총성없는 전쟁이 예고된다.
청약업무 이관작업으로 1월 분양 시장이 잠정 중단된 상태인데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이 오는 4월 말로 종료되면서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는 2~4월까지 아파트 분양 예정물량은 8만1천여가구로 1년전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특히 청약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고 있는 서울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둔촌주공은 국내 최대 규모의 통합 재건축 단지로 총 1만2천여가구 가운데 일반 분양만 4천7백여가구에 달한다.
올해 최고의 `로또 분양` 단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모든 가구가 가점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청약가점 인플레 현상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3천550만원으로 결정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분양가 통제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3.3㎡당 2천만원대로 분양가가 결정될 경우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어 청약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의 모든 분양 아파트를 로또로 변질시키면서 무주택자들도 청약가점에 따라 일종의 계급으로 나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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