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한發 공포확산…상황은 달라도 목적은 하나

신용훈 기자

입력 2020-01-29 17:14  


<사진(캡쳐)> 중국 현대차그룹 직원 긴급공지

[유통업계, 중국 현지 매출 ‘포기’...직원·가족들 강제 귀국]
중국 현지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한국 기업들은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주재원으로 파견한 직원들과 현지에 같이 나가있는 직원 가족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에 당분간 영업 매출은 포기한 상태다. 이랜드 등 유통 업체와 현대차 중국 공장 등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업체들은 중국 당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 수준을 격상한 뒤 신속하게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중국 현지에 거주하는 직원의 가족들을 의무적으로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또, 직원 운영을 최소화하고 현장 근무를 재택 근무로 전환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유통회사에서 근무하는 A 씨는 한국경제TV와 전화 통화에서 “폭삭 망한 수준”이라며 운을 땠다. 그는 “중국 춘절 연휴가 원래 30일까지인데, 중국의 모든 기업은 2월 2일까지 연장해서 쉬고 3일부터 정상 출근하는 걸로 공식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 “상해나 난징, 항주 등 일부 도시는 2월 9일까지 출근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면서 “현재 기업의 출근은 막아놓고, 사람들도 돌아다니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발길 ‘뚝’...中 춘절 대목 놓치면서 타격 커]
A 씨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어닥치면서 피해 체감 지수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토로했다.
우한 폐렴 발표 이후 중국 현지에 진출한 B 백화점의 경우 오전 10시 개점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등 4시간 단축 근무를 시행했지만, 상황이 심화되자 현재는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직원들의 건강도 문제였지만 백화점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긴 점도 작용했다.
B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월 대비 목표 매출은 난징지점이 22%, 상해지점 13%, 항주지점 17% 등으로 기대치를 크게 밑돌며 80% 넘게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마스크·손 세정제 구매 꿈도 못 꿔...韓 공수 작전 펼쳐]
A 씨는 “중국에선 현재 마스크나 손 세정제과 같은 물량이 없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구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산하는 것도 소량이라 품귀 현상에 웃돈 거래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요즘에는 생필품도 떨어져 가는데 배송 서비스마저도 안 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에 본사를 둔 업체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 그리고 쌀, 물 등 구호물자를 준비해 항공편으로 보내는 실정이다. 이랜드의 경우 오는 31일 도착을 목표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중국 지사로 보낸다는 계획이고, 현대차의 경우 20억 원에 가까운 구호물자와 지원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 “아직 체감도 낮아”]
한편, 국내 택배업계는 사업상 피해는 아직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택배업체에서 근무하는 C 씨는 “현장 배송을 담당하는 직원의 업무량이 늘거나 줄어든 건 아직 없다. 택배업은 신종 코로나와 같은 이슈에 민감한 업종이긴 하지만 화주와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화주 쪽에서 주문이 줄어들거나 하지 않은 이상 택배가 알아서 줄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건을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쪽은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쪽이나 소셜마켓 쪽에서 고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재 사업장의 안전에 중점을 두고 배송 직원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살피고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교통이나 지역 통제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택배업은 정상 운영 될 전망이다.
C 씨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배송 업무가 늘어나더라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이미 준비됐다”면서 “설과 추석 같은 명절 기간의 경우 평소보다 50% 가까이 물량이 늘어나지만 20여년 노하우를 쌓으면서 인력과 시스템을 알맞게 운용하고 있어 크게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캡쳐)> 중국 주재원 긴급공지 일부 내용

[우한 폐렴 공포에 취소·환불 도미노]
택배 업계와 달리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행 단체 관광은 취소와 환불 사태를 빚고 있고 이에 더해 아시아 주변국 여행 수요도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관계자는 "우한 폐렴 발병 이후 중국행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한동안은 중국행 수요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현재도 계속 취소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전체 취소율은 9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 지역인 후베이성 인근은 물론이고 중국 본토의 다른 지역 관광객들도 취소 행렬에 동참하면서 취소율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홍콩과 마카오, 몽골 등 중국 인접 국가로의 여행 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여행업계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여행금지 조치도 여행업계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은 자국민의 단체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우한 폐렴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해 관광객들의 대규모 이동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한한령 이후 고군분투 해온 우리 여행업계에는 부관참시(이미 죽은 시체를 무덤에서 꺼내 형벌을 내리는 것)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중국의 이번 단체 해외여행 금지 조치가 국내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한한령 이후 이미 중국인 단체여행객 수요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단체관광에 이어 개별관광까지 제한하고, 우한 이외 도시까지 통제에 나설 경우 이동 제한에 따른 관광수요의 급감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잇단 항공 노선 폐쇄 결정]
우한 폐렴 사태 이후 항공사들도 잇따라 중국 노선의 운항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자사의 중국 노선인 인천∼장자제(張家界), 인천∼린이(臨沂) 운항을 모두 중단했고, 제주항공도 29일 현재 운항 중인 12개의 중국 노선 가운데 6개 노선을 잠정 폐쇄했다.

제주항공은 중국 본토에 17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이중 5개는 동계기간 운휴 상태이다. 여기에 이번 6개 노선의 운항을 중지하면서 전체 중국 노선의 3분의 2가량을 폐쇄하게 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운행 중단을 단행 했다"며 "향후 사태 확산 여부에 따라 나머지 노선의 운항 중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선수가 많아 결정이 더딘 대형사들도 운항 중단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2월 1일부터 구이린, 하이커우, 창사 간 노선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계획이고, 중국 당국의 우한 공항 폐쇄 결정으로 23일 인천-우한 노선을 중단한 대한항공도 추가적인 노선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관광지 폐쇄 결정에 맞춰 운항 축소나 노선 중단을 결정할 예정이다"며, "늦어도 30일 추가적인 운항 중단 조치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 제주항공 직원들이 기내청소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이동수 많은 업종...직원 감염 막아라]
중국 여행과 항공 수요 감소로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들의 입는 금전적인 타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직원들의 안전이다.
업종 특성상 외국인 고객과의 접촉이 많고 해외 출장도 잦은 만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모든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항 발권과 정비 현장 등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전 노선 승무원들이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항공은 기내 승무원뿐 아닐 국내외 전 지점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했고, 항공기내 체온계와 세정제, 마스크 등을 비치해 감영병 차단과 증상 의심자 발생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투어는 임산부 등 별도의 보호 조치가 필요한 직원들에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출장 직원들을 일정 기간 재택근무를 시키는 등 자사 감염 확산 예방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각 사별 처한 상황과 대응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확산 방지`라는 목적은 같은 셈이다.


(공동 취재=신용훈, 송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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