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 이륙 시킨 뒤 눈물 펑펑 흘린 우한 영사…"저는 여기 남습니다"

입력 2020-02-02 14:31   수정 2020-02-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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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세기 333명 무사 탑승 후 본부에 이륙 전문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국민 333명을 태운 마지막 전세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봉쇄된 중국 우한(武漢)의 톈허(天河)공항에서 이륙하고 나서 현지에서 교민 철수 업무 실무를 책임진 정다운 영사(38)는 교민들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이렇게 감사의 인사말을 남겼다.
경찰관으로 일하다가 우한 총영사관에 나와 교민 보호 담당 영사로 3년간 일해온 정 영사는 총영사관의 동료 영사들과 현지인 직원들, 교민 등 이번 대규모 철수 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기 남은 고립된 다른 분들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마스크 등 구호물자를 나눠드려야 하는데 조금만 버텨주십시오"라고 남은 교민들을 격려했다.
부인과 두 자녀를 이번 전세기편으로 들여보내고 혼자 우한에 남은 그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감추지 못했다.
정 영사는 "9살, 7살 천둥벌거숭이 둘 데리고 혼자 비행기 타는데 (아내에게) 잘 가라는 배웅인사도 못했다"며 "2인 1실 좁은 격리실에 애 둘과 같이 힘들어 하고 있을 아내 생각이 갑자기 나서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우한 한인 사회에 따르면 1, 2차 전세기 투입으로 총 701여명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정 영사 등 총영사관 관계자들과 잔류 교민들은 한 명이라도 더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 며칠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후베이성 전체가 봉쇄돼 도시 간, 도시 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 우한 외곽의 다른 후베이성의 봉쇄 도시에 있는 교민들을 안전하게 전세기가 출발하는 우한까지 오게 하는 일이었다.
전세기 탑승을 신청한 많은 교민이 후베이서의 여러 도시에서 각각 어렵게 차를 구해 우한으로 향했지만 주요 길목에서 공안의 검문소에 막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더 큰 문제는 우한 외곽의 많은 지역 주민들이 우한 사람들의 진입을 막는다면서 `자경단`을 조직해 지역 도로를 각종 장애물로 차단한 것이었다.

교민들은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길이 막힌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우회로를 신속히 공유했다. 그래도 길이 막히면 한인회는 상황을 취합·정리해 우한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한 총영사관은 후베이성 정부가 전세기에 탑승하는 우리 교민들의 이동을 위한 통행증을 내주도록 했다. 하지만 각 지방의 검문소에서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한 곳도 많았다.
총영사관 관계자들은 길이 막힌 우리 교민을 막고 있는 도시의 외사판공실이나 공안에 다시 직접 연락해 사정을 설명해 길을 열어주도록 조처를 했다.
공권력과 무관한 자경대가 길을 막을 때는 해당 지역 공안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출동해 길을 열어주도록 부탁했다.
이런 방식으로 뚫은 길이 최소 20여곳. 우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전세기 탑승자 70여명이 이렇게 험난한 여정을 통해 한국행 전세기를 탈 수 있는 우한 텐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삶의 터전인 우한에 남기로 한 교민들의 봉사 정신도 빛이 났다.
우한에 거주하는 일부 교민들은 다른 도시에서 급하게 나와 거처가 없는 교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전세기 탑승을 위한 도시 이동을 위해 자기 차를 끌고 다니며 교민들을 곳곳으로 실어날랐다.
현재 우한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일체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 차량 지원이 없으면 짐을 들고는 걸어서 도시 내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은 "비행기야 떠서 오면 되지만 막힌 땅길 여는 것이 어려웠다"며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돌이켰다.
최 회장은 특히 교민 철수 업무 실무를 책임진 정 영사가 남다른 책임감으로 맡은 소임을 다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 영사가 업무를 열심히 하는 걸 보면서 이 사람은 진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마음 깊은 곳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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