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우려에 제주 무사증제도 중단, "너무 늦었다" 지적도

입력 2020-02-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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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일시 중단됐다. 2002년 시행 이후 처음이다.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는 중국인의 방문이 많은 지역으로, 그동안 신종코로나 확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무사증 입국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제주지역 무사증 입국자들 가운데 중국인은 모두 79만7천300명으로 전체의 98%에 달해 제주 무사증 입국자의 거의 모두가 중국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50대 중국인이 4박 5일간 제주에서 관광하고 귀국한 뒤 신종코로나 확정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무사증 입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 제주도 `무사증 입국제도` 우여곡절 많이 겪어
무사증 입국제도는 제주지역 외국인 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도 꼽히면서 수많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왔다.
특히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무사증 입국 불법체류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도내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범죄도 급격히 증가했다.
2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무비자 입국제도가 시행된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외국인 범죄통계조차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을 정도로 도내 전체 범죄 가운데 외국인 범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통계가 시작된 2011년 121명으로 집계됐던 외국인 범죄자 수는 2012년 164명, 2013년 299명, 2014년 333명, 2015년 393명으로 매해 증가하다 2016년 들어서는 649명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 `중국인 성당 살인 사건` 등 외국인 강력범죄가 발생하자 지역사회에서 무사증 제도를 중단하자는 요구가 빗발쳤다.
당시 무사증 제도로 입국한 중국인이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민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급기야 온라인에서는 무사증 입국 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 운동이 시작돼, 이틀도 채 안 돼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어 2018년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무사증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결국 법무부는 제주도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예멘 등 중동지역 난민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를 11개국에서 예멘을 포함한 24개국으로 확대했다.
이어 제주 무사증 제도는 정부가 지난해 전자여행허가제도(ETA)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ETA는 무사증으로 국내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이 입국하기 72시간 전에 우리나라 홈페이지에 여권 정보와 본국 거주지, 체류지 숙소, 연락처, 여행 경비 등을 적으면 그 내용을 토대로 입국 여부를 판단하는 사전여행허가 제도다.
법무부는 입국자를 세밀하게 가려내고 비자 면제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부터 제주를 대상으로 ETA를 시범 실시한 이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ETA는 사실상 비자 제도와 다름없어 제주 무사증 제도를 무색하게 해 제주지역 관광업계 등에 타격이 우려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정부에 제주를 예외로 둘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 정부는 제주를 ETA 시범지역으로 우선 시행하겠다는 기존 방침은 거둔 상황이다.


◇ "무사증 입국 중단 시기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가 일시 중단되면서 지역사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맘카페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무사증 중지하고 민관이 협업하면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제주 무사증 제도 일시 중단 시기가 너무 늦었다`, `일주일만 빨리 결정했어도 신종코로나 확산 위험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의 소리도 나왔다.
무사증 제도 중단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관광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결정임을 이해하면서도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광업계 종사자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무사증 입국 제도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불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앞서 법무부에 중국인에 한해 무사증 제도 일시 중지해 줄 것을 건의했던 만큼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번 조치는 도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해 정부와 긴밀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다만 이번 조치로 관광객이 감소해 관광업계와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 무사증 시행 10여년만에 외국인 관광객 35배 증가
정부는 1998년 4월 15일부터 제주를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한해 비자 없이 방문이 가능한 무사증 입국을 허용해왔다.
초기에는 한중 양국 간 협정을 통하지 않은 일방적 제도인 데다 중국 내에서 이 제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터라 전혀 활용되지 못했다.
2002년 4월 1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발효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국가의 국민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이 사증 없이 제주도에서 30일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됐다.
그해 9월 4일 중국 정부가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해 무사증 출국을 허용했고, 같은 달 12일 중국 관광객 53명이 처음으로 사증 없이 제주도를 찾았다.
특별법이 시행되고 6년간은 도지사 또는 관광협회가 초청하는 5인 이상 단체관광객만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었지만 2008년 초청확인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개별 중국인 관광객도 사증을 발급받지 않고도 제주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2008년 2만3천400여 명이던 제주 무사증 입국자는 2019년 81만3천500여 명으로 10여 년 만에 35배가량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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