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운명을 쥔 의결권 자문사...이번엔 다를까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동생인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자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33.45%까지 높아지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우호지분 32.06%를 1.39%포인트 차이로 앞서게 됐다.

이제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국민연금(4.11%)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30.38%)의 결정으로 갈리게 됐다.


*기관투자자, 의결권 자문사 추종

작년 3월 한진그룹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이 부결됐다.

주주권 행사가 강화된 이후에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은 사실상 첫 사례였다.

당시 국민연금은 2대 주주로 지분율이 11.56%였고, 외국인 주주와 기타 주주의 지분율은 각각 20.50%, 55.09%에 달했다.

이들의 표심을 결정한 것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였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소 등은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며 반대 결정을 내렸다.


*남매의 결투...이번에는 다를까?

각자 우호 지분을 확보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이제 나머지 주주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에 비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거의 받아들이는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소액주주들도 기관의 결정을 추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일 대신증권은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하여 외부 자문기관의 보고서에 근거한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자문기관들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을 반대할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는 반면 조 전 부사장은 사법처리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과연 국내 기간산업 가운데 하나인 항공산업 대표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에 의결권 자문사들의 해법은 무엇일까?

대한항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보다 투명,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권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 기업의 모든 주주와 근무중인 임직원, 협력업체들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