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등히 높아진 카메라, DSLR보다 좋다?
100배줌 현실 체감…활용 가능성 기대
120Hz 화면주사율로 기본기 업그레이드
"실제로 보면 예쁘겠지?"
우리 시간으로 지난 12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S20 울트라가 처음 공개됐을 때까지만 해도 기대를 접지 않았습니다. 몇 달 전부터 유출된 투박하고 거대한 후면 카메라 모습에 실망스러웠지만 실물은 나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인덕션 디자인으로 조롱받았던 '아이폰11 프로'가 실물 공개 뒤엔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도 참고가 됐죠.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실제 본 갤럭시S20 울트라의 모습은 멋있다기 보다 이름 그대로 '극단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 못생겼지만 능력 만큼은 '울트라'
159만원짜리 갤럭시S20 울트라는 6.9인치 QHD+ 화면에 노트10처럼 가운데 구멍이 나 있는 전면 펀치홀 카메라(4,000만화소)를 탑재했습니다. 갤럭시노트10 플러스(가로폭 77.2mm)보다 가로폭은 줄고(76mm) 세로는 늘어서(노트10+ 162.3mm / S20 울트라 166.9mm) 체감상 화면이 더 길어 보입니다. 무게는 220g으로 20g 증가했고 더 두꺼워져(노트10+ 7.9mm / S20 울트라 8.8mm) 성능을 위해 미적 요소를 많이 양보했다는 인상입니다. 들기만 해도 묵직한 느낌인데, 잠만경 같은 스페이스줌 탓에 케이스 없이 손에 움켜쥐면 툭 튀어나온 카메라 범퍼가 거슬릴 정도입니다.
제조업체들의 카메라 경쟁으로 언젠간 스마트폰 뒷면이 모두 카메라로 덮이는 것 아니냐는 인터넷 밈(Internet meme)도 돌아다니죠. 고사양 스마트폰은 S시리즈로, 예쁜 스마트폰은 폴더블폰 Z플립 시리즈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일까요. 스냅드래곤865(또는 엑시노스990)에 12GB 램 256GB 메모리, 5,000mAh 배터리 등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은 S20 울트라, 확실히 성능으로만 승부하겠다는 게 느껴집니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체크하는 벤치마크 점수를 측정해보니 49만점 가량 나왔는데요.(안투투 벤치마크) 갤럭시S10 플러스가 40만9,000점, 갤럭시폴드 43만7,000점으로 나온 것과 비교해보면 사양 하난 확실합니다.
● 1억800만 화소, DSLR보다 좋다?…오해와 진실
화소수를 비롯해 전반적인 카메라 성능은 기존보다 월등히 높아졌습니다. 1,200만~1,600만이던 화소수는 갤럭시S20 시리즈로 오면서 S20, S20 플러스가 후면 망원카메라에 한해 6,400만 화소까지 올랐고 울트라 모델은 1억800만 화소까지 촬영이 가능합니다. 아직 1인치까지는 아니지만 갤럭시S7 시리즈부터 노트10까지 1/2.55인치이던 이미지센서 크기도 새로 개발한 '아이소셀 브라이트HM1'을 탑재하면서 1/1.33 인치까지 커졌습니다. 이미지센서 크기가 갤럭시S10 대비 약 3배 가량 늘어난 거죠. 사진 디지털 후보정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웬만한 디지털카메라 보다 좋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DSLR 조차도 화소수로만 따지면 2,000만 화소에 머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1억800만 화소'가 주는 압도감에 유튜브 등 인터넷에선 일본 카메라 업체가 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과장된 반응도 나옵니다. 가까운 미래에 그런 날이 올 수 있겠지만 성능면에서는 DSLR이 압도적인 게 사실입니다. 커졌다고 해도 S20 울트라의 이미지센서 크기 자체는 풀프레임 DSLR에 비해 면적이 1/20 수준입니다. 빛을 받아들이는 면적 자체가 작다보니 화질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거죠. 특히 빛이 더 적은 저조도 환경에서 차이는 더 두드러집니다.
삼성전자가 S20 울트라 모델에 '노나비닝' 기술을 적용한 이유도 이미지센서 크기의 한계 때문입니다. 노나비닝은 빛이 적은 저조도 환경에서 9개의 픽셀을 하나의 픽셀처럼 활용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는 기술입니다. 9개의 픽셀을 하나로 처리하기 때문에 이 기능 사용시엔 1억800만 화소를 9개로 나눈 1,200만 화소로 카메라가 작동하게 됩니다.
● 50m 전방 시계 초침까지 잡아내는 '스페이스줌'
아이폰11의 딥퓨전이 그럤던 것처럼 찍어놓은 사진을 확대해서 세밀하게 분석할게 아니면 1억800만 화소보단 스페이스줌이 더 와닿는 기능입니다. 스페이스줌은 광학10배, 디지털 100배줌까지 지원하는데요. '100X'로 이미 설정돼 있는 줌을 누르면 어디까지 당겨질지 모르게 카메라가 줌인되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광학 2배줌, 디지털 10배줌까지밖에 지원하지 않던 갤럭시S10 플러스와 비교해보면 재밌는 기능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 사무실 안에서 복도 50m 전방 일반 크기의 벽걸이 시계를 촬영해보니 초침까지 잡아냈는데요. 촬영 후 보정과정까지 거치는 덕에 손떨림을 방지하는 짐벌과 같이 쓴다면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S20 울트라의 8K 동영상도 매력적입니다. 기존에 없던 동영상 '프로'모드까지 지원하니 유튜브 등 업로드용 동영상을 찍기에 더할나위 없습니다. 추가 메모리 카드 슬롯을 지원하지만 기본 메모리 선택지가 아직 256GB밖에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참고로 8K 24프레임으로 2분 정도 촬영하니 약 1GB 정도 용량을 차지했습니다.
● 부드러움에 감탄한 '120Hz 화면주사율'
카메라도 카메라지만 120Hz 화면주사율이 갤럭시S20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1초당 60개의 이미지를 보여주던 것에서 2배 높아진 수치입니다.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체감하기 위해선 한참을 지켜봐야하지만 화면주사율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바로 보입니다(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게임의 자연스러운 화면을 위해 주로 게이밍 모니터에 적용하던 요소를 스마트폰으로 가져온 것인데요.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실행해보니 6.9인치 대화면에 하만의 AKG 스테레오 스피커까지 합쳐져 고사양 스마트폰의 기본기를 가장 잘 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120Hz 주사율은 화면해상도 FHD+에서만 작동하고 QHD+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을 시작으로 새로운 스마트폰의 역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신제품 면목을 살펴보면 새로운 폼팩터는 갤럭시폴드와 Z플립, 카메라 등 고사양 성능은 S와 노트 시리즈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나갈 것으로 판단됩니다. 올해엔 카메라에 집중했으니 내년엔 어떤 기능에 괴물 같은 요소를 집어넣을까요.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대로 스마트폰 뒷면이 카메라로 다 덮이게 될까요? 아니면 다른 혁신적인 아이템이 등장할까요. 다소 실망스러운 디자인에도 S시리즈 신제품이 계속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