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가이드라인` 완화의 뜻을 접고 한 달 더 연장키로 한데는 TV 화면을 통해 접한 뉴욕 병원들의 처참한 모습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건 당국자들의 `10만∼20만 사망자 발생 전망`에 대한 보고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줬지만, 이들의 보고를 받기 전부터 이미 연장 쪽으로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이날 `막전막후: 왜 트럼프는 부활절에 관한 마음을 바꿨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암울한 병원 이미지들을 포함, 폭스뉴스에 나오는 뉴욕의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정곡으로 건드렸으며 부활절까지 미국의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열망을 접게 하였다고 고위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채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 참모들이 지난 29일 사망자 수치에 대한 모델을 보고하기에 앞서 지난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감정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들이 함께 자리 잡고 있는 상태였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 과정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대화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므누신 장관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근 조치들과 의회에서 통과된 2조2천억 달러(약 2천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거론하며 돈이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단기적 타격에 대한 충분한 완충장치가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분기 내에 5조 달러 이상을 쏟아내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경제와 주식 시장에 집착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철회하는 것보다 연장하는 게 위험요인이 덜 하다고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가 됐든 간에 상관없이 쏟아부을 것이며 셧다운은 연장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이미 시장에 준 만큼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악시오스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 등과 함께 한 지난 29일 백악관 회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 기한 종료에 따른 의사결정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제시된 사망자 전망 통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극적인 인상을 심어줬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TV에 나왔던 뉴욕의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확실히 심어줬고, 여기에 므누신 장관이 셧다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경로라는 확신을 줬다는 것이다.
회의가 시작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가이드라인 연장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백악관 회의는 매우 짧게 끝났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4월 말까지 한달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파우치 소장도 다음 날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느냐는 질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료를 보고 바로 알아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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