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먹고 검역 뚫은 美유학생, 건강질문지에 '증상 없다'

입력 2020-04-05 19:02   수정 2020-04-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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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자 해열제를 복용한 뒤 입국해 검역망을 무력화한 유학생이 인천공항 검역 때 건강 질문지에 별다른 체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유학생인 110번 확진자(18세·남성·동래구)가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때 검역소에서 작성한 건강 상태 질문지에 `특별한 체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항 검역소에서 작성하는 건강 상태 질문지에는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는지 묻는 항목이 있다.
`예`라고 표기하면 검체 채취 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니오`라고 답하면 발열 감지기 체크와 개별 체온 측정을 거친 뒤 이상이 없으면 귀가하게 된다.
부산시는 `특별한 체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해당 유학생이 건강 상태에 관해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110번 확진자는 이후 인천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했다.


그는 미국 대학교 기숙사에 머물던 지난달 23일부터 발열과 근육통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다.
다음 날 새벽 미국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시카고로 이동한 뒤 대한항공 항공편(KE 038)으로 갈아탔다.
비행기 탑승 전 해열제를 먹어 항공사 직원이 시행한 발열 체크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열제를 복용한 탓에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 때도 검역대를 무사통과했다.
그는 마중 나온 아버지 차를 타고 부산 자택까지 이동한 뒤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오전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0번 확진자가 탄 대한항공 비행기에서는 20여 명의 접촉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까지 부산지역 누적 확진자 119명 중 해외감염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모두 17명이다.
이 중 9명이 한국 입국 후 이틀 이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외 감염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이틀 만에 확진 판정을 받은 점에 미뤄 바이러스 감염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인천공항 검역대를 통과한 셈"이라며 "공항에서 해외입국자 검역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입국자도 본인의 증상 여부를 솔직하게 알려야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해열제 복용 사례는 국민의) 건강상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위법하고도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며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서 입국 유학생 해열제 먹고 검역통과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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