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예언?…4년전 소설 '열병', 박쥐 전염 등 섬뜩할 정도로 유사

입력 2020-04-2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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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참사를 4년전 소설에서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예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가 있다.
남아공 범죄 스릴러 작가로 세계적 유명세를 탄 디온 메이어(61·Deon Meyer)가 그 주인공이다.
메이어는 2016년 스릴러물 `열병(Fever)`에서 바이러스가 극단적으로 세계 인구의 95%나 쓸어가 버린 후 황폐한 남아공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생존해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썼다.
이 소설은 발간되자마자 종말론적 내용을 다룬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년 후 메이어 소설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유사성은 섬뜩할 정도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되고 지구촌에 들불처럼 번진다는 점이 그렇다.
이상하게 소설에서 미리 시나리오를 그린 것처럼 국경이 폐쇄되고 등장인물들은 생존 본능 때문에 다른 사람을 극도로 조심하게 된다.
메이어는 20일 AFP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열병`은 여러 다양한 감정과 걱정, 많은 독서의 결과물"이라면서 난 항상 종말론적 소설을 좋아했고 그런 장르를 20, 30대에 집중적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 온난화, 에볼라, 1996년 조류 인플루엔자(H5N1), 2009∼2010년 H1N1 돼지독감 바이러스(신종 인플루엔자) 등을 더 의식할수록 종말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미국 뉴욕에서 돌아오는 기내에서 한 종말론 단편을 읽다가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비행기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후 `열병` 줄거리가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후 3년 넘게 기자 출신인 작가는 소설 시나리오를 채울 과학적 정보들을 모았다.
메이어는 "지구상 인구의 95%를 없애버리고 인프라는 그대로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바이러스가 제격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병리학자 두 명과 수 시간 자문을 구한 끝에 그는 이런 역할에 딱 맞는 바이러스를 찾았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였다.

소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은 열대 아프리카 망고나무 아래에 누워 있던 한 남자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진 박쥐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나온다. 소설에서 이 바이러스는 "숨으로 들이키면 다른 사람들을 쉽게 감염시키고 극도로 아프게 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묘사됐다.
작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메이어는 충격 속에 자신의 소설을 다시 들춰보았다고 인정했다.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상 개발도상국 대부분도 이런 종류의 전염병에 대처할 광범위한 계획을 갖고 있으나 자연은 그런 이론에 신경 쓰지 않았고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인간 속성도 마찬가지였다"고 소설은 적었다.
메이어는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에 퍼지는 과정을 보면서 대부분의 정부가 `괜찮은 과학적 자문`에 근거해 그럭저럭 잘 대응해왔다고 봤다. 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소수의 예외적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하에서 수개월동안 벌어질 결과들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생존보다 공공의 이익을 더 중요하다고 과연 얼마나 오래 여길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남아공을 포함해 빈국들은 이미 비공식 일자리로 연명해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집안에 머물게 하느라 고투하고 있다.
`열병`에서 이 같은 투쟁은 바이러스를 조작한 소수 집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존자들 간 전면전으로 폭발한다.
메이어는 AFP에 자신의 소설이 팬데믹을 미리 내다봤다는데 전혀 즐겁지 않다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일자리를 잃고 두려움 속에 살고 있을 수많은 사람의 슬픔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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