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발열환자 1명 놓쳐 78명 집단감염…방역 '구멍'

입력 2020-04-22 20:28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의 병원 2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발병한 가운데, 이러한 집단감염을 막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화통신은 22일 코로나19 환자 천(陳)모씨(87)가 하얼빈 의대 부속 제1 병원과 하얼빈시 제2 병원 두 곳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수십명에게 병을 옮긴 경로에 대해 보도했다.
하얼빈 지역사회 감염은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귀국한 중국인 유학생 한(韓) 모 씨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씨가 이웃에게 감염시켰고, 감염된 이웃 가족들이 지인들과 식사하면서 확산했다는 것이다.
병원 내 감염은 이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환자 천 씨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천 씨는 지난 2일 두통이 있어 제2 병원을 방문했는데, 당시 의사는 천씨가 뇌졸중이라고 진단하고 입원시켰다.
천씨는 발열 증세가 심해져 6일 구급차를 타고 규모가 더 큰 제1 병원으로 이동했고, 호흡기 내과 8인 병실에 입원했다가 10일에야 비로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화통신은 "천씨가 입원해 확진되기까지 여러 과정에서 모두 확산을 막지 못했다"면서 "제2 병원 입원 기간 천씨에게 열이 났지만, 병원 측이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감염 여부 검사가 이뤄질 수 있었는데, 이 기회 또한 놓쳤다는 것이다.
제1 병원 의사는 천씨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며 코로나19와 관련해 문진했지만, 그를 이송했던 구급대원이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천씨가 코로나19 환자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사는 천씨를 `침강성 폐렴`으로 진단했고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하지 않았다.
천씨가 호흡기 내과에 배정된 후 담당 의사도 `앞서 여러 과정을 모두 통과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1인실이 아닌 8인실에 입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징(北京)일보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까지 이번 병원내 집단감염으로 인한 누적 확진자 수가 55명, 무증상 감염자 수가 23명이라고 밝혔다.
21일 하루 헤이룽장성에서 발생한 신규확진자 7명은 모두 천 씨가 입원했던 제1 병원과 관련 있었다.
하얼빈시 위생건강위원회 커윈난(柯云楠) 부주임은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병원 내 감염 발생 원인에 대해 "천씨의 간병인 등이 복도 휴게구역에서 잡담했는데, 이곳이 간호사들이 있는 곳과 매우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또 천씨가 검사를 위해 병동을 벗어나면서 다른 구역도 오염됐고, 화장실·엘리베이터 등 병원 내 공공서비스 시설도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커 부주임은 이어서 "병원 내 감염이 확인된 후 모든 의료진·환자와 최근 병원방문객 등 약 2천여명에 대해 코로나19 감염검사를 했다"면서 "현재까지 제2병원에서는 의사 2명과 간호사 6명 등 의료진 8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의료진 216명은 시설에서 격리 중이며, 이와 별도로 관련자 189명은 자가격리 상태다.
이러한 하얼빈시 집단감염과 관련, 헤이룽장성 기율검사위원회 등은 17일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얼빈시 정부와 병원 간부·직원 18명을 문책하도록 했다.
헤이룽장성은 뒤늦게 14일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는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해야만 입원하거나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했고, 제2 병원은 진료를 중단하고 소독작업을 진행했다.
하얼빈 당국은 모든 병원에 대한 관리 강화를 지시하고 일반 시민과 관련해서도 모든 주거구역(社區)에 외부인 출입을 막고 주민 모임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내놨다.
한편 하얼빈 집단감염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씨는 핵산 검사와 항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지난 3일 격리 해제됐었다.
그는 격리 해제 당일과 다음날 가족과 함께 외출했으며 특히 지난 5일에는 수술을 받으러 상하이에 가서 사흘간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CCTV. 환구시보 캡처)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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