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부동산가격 억제정책 금융위기 부를 것" [코로나19 이후 길을 묻다]

김보미 기자

입력 2020-04-29 09:58   수정 2020-04-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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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원로에게 길을 묻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前 지식경제부 장관) 인터뷰
"코로나 쇼크 시작일뿐…3중 복합위기 가능성도"
"의료 민영화를 통한 산업 육성 대안될 수 있어"

“1분기 GDP 경제성장률 -1.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3월 실업급여 지급액 8,982억원…역대 최대”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연 경제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해법은 또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MB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지식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지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직접 찾아가 혜안을 들어봤다.
Q. 현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초반과 후반으로 나눠보고 싶은데요. 초반에 국경통제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습니다. 전염병은 일단 근원지와의 차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경통제를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고요. 후반부에는 워낙 우리 의료시스템과 의료진들이 훌륭한 덕분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때 흔들리면 대접 못받습니다”


다만 외교정책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퀄 트리트먼트(equal treatment)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똑같이 대우해줘야 하는데 중국에는 저자세를, 반면 일본에는 지나치리만큼 날카롭게 대응했지 않습니까? 분명히 외교적으로 짚어봐야 할 문제이고,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베트남의 경우에는 우리와 끈끈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잖아요. 삼성전자와 삼성계열사가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기준으로 약 25%에 달할 정도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발 여행기 착륙에 불허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었던 것이죠. 그것을 가지고 베트남을 욕할 나라는 없습니다. 항상 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 외교이고 그랬을 때 입지가 확보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때 흔들리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Q. 코로나 19 이후의 우리 경제, 그리고 글로벌 경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V자 반등, U자 반등, L자 침체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빠른 회복 기대할 수 있을까요?
“찌그러진 L자형에 가까울 것”
L자와 U자 가운데 정도, 그러니까 찌그러진 L자형이라고 할까요. L자형은 아예 계속 바닥으로 가는 반면에 찌그러진 L자형은 끝은 들려있으면서 굉장히 완만하게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회복이 되더라도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고통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도가 50% 정도인 반면에 경제 대외 의존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글로벌 국가 중 대외 요인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경제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기가 올 수 있는 루트는 너무도 많다”
산업에서 오는 충격, 해외에서 오는 충격, 부동산 시장에서 오는 충격. 이렇게 3개가 한꺼번에 엮여버릴 수도 있어요.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3중파를 얻어맞는 거죠. 이렇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3중 복합위기 가능성이 현재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산업은 주 52시간 제도, 최저임금 제도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인데 중국 등 각국은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죠? 그 부분에 있어서도 상당한 위기가 축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충격도 고려해봐야 될 테고요.
Q. 뜨거웠던 부동산 이슈는 코로나 사태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하신 부동산시장에서 올 충격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부동산가격 억제 정책 지속하면 금융위기 가능성도”
부동산 가격은 상당히 떨어질 수가 있죠. 기업이 어려워지고 가계가 어려워지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니까 부동산을 팔아야 되잖아요. 매물이 많이 나오니 수요공급에 의해서 떨어진다고 봐야겠죠. 떨어질 것은 틀림없는데 폭이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떨어질 요인이 있는데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는 정책까지 맞물려서 굉장히 큰 충격을 부동산시장에 준다면 다른 요인에 관계없이 경제위기가 오는 것이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담보로 대출해줬던 은행이 흔들릴 것입니다. 담보로 잡았던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부동산의 가격 하락→ 은행 BIS비율 하락→ 외국은행의 외화크레딧 축소→ 외환위기 이렇게 순차적으로 위기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에서 19990년대 초반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있었던 외환위기가 그런 형태였습니다.

Q.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이 4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를 놓고 평가가 엇갈립니다. “재정건정성 우려된다” vs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괜찮다”. 현재 우리나라 재정상태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준정부기관 부채까지 고려하면 낮은 수준 아냐”
우리나라 부채 수준을 진단하려면 2가지를 봐야되는데요. 우리나라는 신용보증기금, 근로복지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준정부기관이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 쥐고 있는 부채까지 고려하면 숫자가 꽤 높게 나옵니다. 순수하게 정부가 쥐고 있는 부채는 약 40%가 맞는데 정부나 다름없는 기관들이 쥐고 있는 부채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상 정부가 100% 내지는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약 준정부기관이 파산하거나 지급불능 상태가 될 경우 정부가 개입해야 하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부채비율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증가율인데 속도가 너무 가파릅니다. 자칫 제어가 안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본다면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는 안심할 만한 수준이 결코 아닙니다.
Q. 과거 금융위기 땐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을 방어하는데 톡톡히 일조하셨는데요. 지금의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도 유효하다고 보시는지요.
"제조업 복원력 예전같지 않아"
고환율 정책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저평가되어있던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회복시킨다는 의미였는데요. 환율이 낮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없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경상수지가 나빠지고 그러다보면 부채가 쌓이겠죠. 지금도 역시 환율정책이 제일 중요하고 환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서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환율을 높이면 금방 제조업 경쟁력이 회복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중국도 상당부분 기술력 부문에서 추격해 오고 있다보니 예전처럼 제조업의 복원력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위기가 오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기가 오고 나서 환율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라고 생각하는건 너무 늦는 것이죠.

Q. 전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의료산업화로 양질의 일자리 10만개 창출 가능”
기성세대들이 사고를 탄력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의료입니다. 의료분야에 영리개념을 넣는 부분에 대한 대립은 유독 극심한데요. 2013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및 투자개방형 병원 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크게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영리, 비영리로 볼 것이 아니라 의료산업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합니다. 의료를 산업화함으로써 더 많은 병원을 지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의사, 간호사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뿐만이겠습니까? 행정직으로 일하는 분들도 늘어날 테고 외국 환자들이 들어오면 통역도 해줘야 하니 전문통역 일자리도 생기겠죠. 또 치료가 끝난 외국인 환자들은 한국을 관광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광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의료산업화로 당장 양질의 일자리 10만개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의료분야에서 추가로 일자리가 창출되면 부가가치 역시 생겨날 텐데 이는 곧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기에서 나오는 세금 중 일부를 취약계층 의료지원을 위한 특별 펀드로 넣는 방법도 고려해서 영리 의료서비스와 공공영역의 조화로운 발전을 모색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영리 병원을 허용하면 경제 취약계층은 병원을 갈 수 없다`는 고착화된 관념으로 계속 논의가 진행되는데 사실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또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다보니까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국민과 같은 가격으로 진료를 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몇 배 더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외국인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죠. 여러 가지 모순이 있는 것입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1956년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하와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78 제22회 행정고시 합격
2000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 과장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 과장
2001 재정경제부 비서실 실장
2003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국장
2005.07 국제부흥개발은행 상임이사
2008.03~2008.07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08.09~2010.04 주필리핀 대사관 대사
2010.04~2011.01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2011.01~2011.11 지식경제부 장관
2012.03 동국대학교 행정학 석좌교수
2016.06 제43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2018.06 제44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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