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비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저유가 위기를 맞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가계 보조금과 계획한 사업을 축소·연기하는 긴축 정책을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우디 재무부에 따르면 공무원에게 지급하던 가계 보조금을 6월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2018년 기준 이 가계보조금은 월 1천 리얄(약 33만원)이다. 재무부는 "가계 보조금 지급은 애초부터 임시였고, 정부가 예정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우디의 중장기 발전 계획인 `비전 2030`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긴 공공 기관과 공기업의 직원이 받는 임금이 일반 공무원보다 이유없이 많다고 보고 이들의 임금 수준을 `합리화`하는 정책이 30일 안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 성지 메카의 대사원을 확장하는 공사를 비롯해 홍해 관광단지 개발 등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사업의 완료 시한이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재무부는 발표했다.
이렇게 긴축한 예산 규모는 1천억 리얄(약 33조원)로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정부 예산의 약 10% 정도다.
사우디는 또 저유가로 대폭 줄어든 원유 부문 재정수입을 메우기 위해 7월1일부터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5%에서 15%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이 감소하면서 지출이 수입을 웃돌아 올해 1분기에만 341억 리얄(약 11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무함마드 알자단 재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대책은 중·장기 재정적,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전례 없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자단 장관은 경제활동 중단 또는 감소로 비(非)석유 부분 재정수입이 감소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 부문 지출과 부양책, 일자리 유지에 예상치 못한 재정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원유부문 재정수입이 작년 동기보다 24%나 낮은 1천288억 리얄(약 42조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체 재정수입이 22% 감소했다.
올해 3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빠르게 감소, 201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우디 정부는 앞서 2015년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멈추고 가격 조정을 받았을 때도 긴축대책을 시행했다.
외신은 선거가 없는 사우디 체제의 정치적 정당성이 석유 수입 분배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고 진단하면서 이번 긴축에 대한 사우디인들의 반응을 주시했다.
보조금 살포가 중단되거나 줄어들면 민심의 동요로 왕정 체제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 후 일부 사우디인들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사진을 올리며 이번 대책을 수용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정부가 긴축 정책을 발표하기 전날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5월 공급분 보통 휘발유의 가격을 L당 0.82리얄(약 267원)으로 전달보다 44% 내리는 등 원료 가격을 전반적으로 하향했다.
사우디의 연료 가격도 민심의 방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