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일(현지시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를 차단하기 위해 고강도 정책을 발표하자 우리나라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팔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가 화웨이의 비메모리 반도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는 한발짝 비켜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위축에 따른 간접적인 타격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편으로는 대만 TSMC 등의 반도체 판매 길이 막힐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으며, 나아가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줄어들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비메모리 칩에 초점을 맞춰 삼성전자 반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화웨이가 이번 제재로 반도체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관련 제품 생산 규모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화웨이의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자 삼성전자의 매출이 따라서 급감했고,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치가 화웨이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 판로를 막을 가능성도 크다.
TSMC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작해 납품했는데, 최근 하이실리콘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체 매출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TSMC가 매출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면 이는 10년 뒤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는 15.9%, TSMC는 54.1%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중국 기업에 제품을 조달해 왔던 미국 퀄컴, 인텔 등 반도체 기업도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이번 제재가 수출금지 대상을 미국 밖 해외 기업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인 만큼 국내 반도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양대 반도체공학 박재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교란이 정리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도 있다.
실제로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지 못하면서 작년 4분기 삼성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2% 포인트 상승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성향을 고려했을 때 화웨이 대신 삼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7.6%로 삼성(21.2%)에 이은 2위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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