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기업인의 탄식…"남은 건 빚잔치"

전민정 기자

입력 2020-05-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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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인이 말하는 '리쇼어링'…돌아온 자와 남은자
    <앵커>

    한국경제TV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그 대안으로 각국에서 추진 중인 기업의 본국회귀, 이른바 리쇼어링에 대한 문제점을 기획시리즈로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한 기업, 돌아오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 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구호만 난무하는 '리쇼어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음달 발표될 정부 정책에도 기업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세종시에 있는 한 공기압축기 제조 중소기업.

    바쁘게 돌아가야 할 생산라인은 멈춘 지 오래. 텅 비어버린 공장은 택배회사가 임대한 물류 창고가 됐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 2015년 정부의 유턴 지원책을 믿고 20년간 운영해 온 중국 청도 사업장을 정리한 후 돌아왔지만, 3년여만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어찌된 사연일까요.

    이곳 대표는 지자체인 세종시와 유턴기업 지원 투자협약(MOU)을 맺고 공장 착공에 들어간 찰나, 인력 40명을 우선 채용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민덕현 / 케이에스에코텍(구 거성콤프레샤) 대표

    "MOU를 체결하고 나서 3개월 내에 (근로자를 고용한 후) 인건비 지원신청을 하라는 겁니다. 공장을 짓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람을 먼저 써요. 말이 안되죠. 결국 지원을 못받았죠."

    시작부터 삐걱댄 국내 복귀. 그 이후로도 사업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최저임금은 이미 크게 올랐고, 주변 인프라가 없는 지방 신도시에 선뜻 오겠다는 사람도 없어 돈을 더 얹어주다 보니 인건비 부담은 날로 늘어만 갔습니다.

    중국에서 환경규제로 반제품을 들여오지 못해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렸을 땐, 연간 영업 신장률이 100%에 달했음에도 국내 사업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높은 ‘은행대출의 문턱’을 체감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민덕현 / 케이에스에코텍 대표

    "은행 대출을 받고 이자를 하루도 미룬 적이 없어요. (중국에서) 환경 문제로 생산정지 먹고 이러면서 매출이 떨어졌었는데, 그때는 6개월만 버티면 됐었거든요. 지금 다시 시작하기엔...쉽지 않겠죠."

    지금은 법정관리로 상시 고용인원을 유지하지 못한 탓에 유턴 초기에 받았던 입지·설비 보조금까지 서울보증보험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

    공장까지 다 팔아 빚잔치를 해도 17억의 빚이 또 남습니다.

    청도에서 함께 돌아온 인근의 또 다른 중소 제조업체, 유턴 기업 선배로 큰 힘이 됐던 전북 군산의 한 중장비 부품업체도 처지는 매한가지.

    이들도 사실상 '파산 직전'이라는 귀띔입니다.

    정부가 까다로운 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고 협소한 유턴기업 인정 범위를 넓히긴 했지만, 여전히 유턴 현장의 상황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실무 지원을 맡은 '코트라', 직접 협약을 맺은 '지자체' 모두 '복귀 후 기업의 현실'은 나몰라라 하고 있었던 겁니다.

    중국 상해에서 15년째 부품가공 공장을 운영 중인 포장기계 업체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공장가동률이 줄어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국내로 공장을 이전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요즘 이곳 사장은 인건비가 중국의 절반수준인 베트남 쪽으로 공장을 옮길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인터뷰> A 포장기계업체 대표

    "(돌아오기엔) 인건비를 맞추는 게 불가능하죠. (인건비가) 절대적으로 비교불가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는데 오라고 하면 오겠어요. 모든 혜택을 준다고 해서 왔는데 문제가 더 많으니까 다시 나간 업체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가뜩이나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정부가 내놓는 유턴기업 지원책은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화한 생산방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해외에 공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의 리쇼어링 수요는 분명히 파악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왜 우리 기업들이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하면 되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해 먼저 면밀히 분석해보고 그런 다음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추문갑 /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기업들이 해외로 떠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경직적인 노동환경 때문입니다.

    우선은 당장 세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법과 제도의 개선만으로도 유인할 수 있는, 예를 들면 과도한 환경규제나 주52시간 제도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기업들이 한국으로 되돌아 와도 되겠구나라고…"

    <인터뷰> 최종민 /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안정된 경영을 위해 공장을 들여올려면 인건비, 생산 단가도 고려를 해야 하는 만큼 스마트공장을 우선적으로 적용시킴으로써 생산단가를 낮추고, 경영안정을 도모해야…"

    근본적인 처방 없이 '애국심'에만 호소하기엔, 우리 기업이 리쇼어링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게 기업인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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