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이기지 못한 왕(더킹)...베트남 현지의 '놀라운 평가'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입력 2020-06-18 06:29   수정 2020-06-18 08:39

베트남, 한국 인기드라마 본방 다음날 즐겨
베트남 실시간 평가, 한국과 '놀랍도록 비슷'

관심 속에 최근 ‘더 킹-영원의 군주’ 드라마가 끝났다.
‘더 킹-영원의 군주’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아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인기 보증수표 드라마 작가 김은숙. 이 시대 가장 뜨는 글로벌 미남 배우 이민호. 도깨비 드라마로 연기 검증을 받은 여배우 김고은. 여기에 금토 저녁이라는 황금시간대까지.
그런데 ‘아주 재밌을 것’라는 기대감이 너무 커서 그런지 생각 보다 그리 인기를 얻지 못하고 드라마가 종영됐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보다 재미없었다”는 시중의 평가 그 자체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다.
필자가 더 흥미롭게 본 점은 베트남에서도 거의 동시에 한국과 비슷한 평가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더 킹’ 드라마를 온전히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대한 세세한 평가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언급하는 `더 킹` 드라마에 대한 얘기는 오로지 객관적 지표 그리고 내외신 매체들의 평가 인용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필자는 하지만 집에서 그리고 TV가 있는 외부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예고편 및 홍보영상 그리고 본방 및 재방의 여러 컷, 사람들이 집중해서 보는 모습 등을 자주 목격해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종영한 ‘더 킹’은 마지막 시청률 8.1%로 막을 내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SBS 금토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16회 최종회 시청률은 5.8 ~ 8.1%를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 1부 5.8%, 2부 8.1%의 시청률로 마감했다. 15회가 1부 5.9%, 2부 8.1%를 기록했기에 마지막 회가 그 전 회보다 시청률이 소폭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첫 방송 1회 시청률이 11.6%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통상 마지막회에 최고 정점의 시청률을 찍는 관행적 흥행도 달성하지 못했다.
화려한 캐스팅과 회당 수십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이고도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에 대한 비판적 기사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시공을 초월하는 복합 판타지로 드라마의 새 장을 여는 시도는 좋았으나, 미흡한 연출과 과도한 PPL이 흥행 실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필자 주위의 이 드라마를 열심히 본 시청자에게 물으니 “과도한 PPL이 드라마 몰입도를 떨어뜨렸고 짜임새 있는 연출력이 부족해 보였다”고 평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이야기 전개가 너무 어렵고 복합한 것 같아 편하게 보고 싶었는데 좀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평가는 베트남에서도 거의 동시에 비슷하게 나왔다.


<사진: 베트남 vietgiaitri의 `더 킹` 종영에 대한 보도내용 캡처. 이민호 김은숙을 헤드라인으로 직접 거론하며 시청률 내용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13일 베트남 매체를 보면 “영원의 군주 마지막화 9%에 도달하지 못했다” “김은숙 작가와 이민호 9%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제목의 직접적인 헤드라인을 뽑아 보도했다. 특히 “아쉽게도 영원의 군주는 지난 밤 마지막화에서 10% 미만의 시청률을 달성했다”고 전하며 이 드라마의 쓸쓸한 퇴장을 무척 아쉬워하는 느낌의 기사들이 나왔다. 또한 12일 저녁 드라마가 종영되자 마자, 13일 아침부터 관련 기사들이 나오며 온라인상으로 베트남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의 이 드라마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드라마를 즐겨 본 주위 베트남 사람에게 물으니 “도깨비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그런 기대감으로 주목했는데, 내용 전개가 좀 복잡하고 보기가 어려운 느낌이 들어 생각보다 재미없었다”고 평했다.
그런데 끝까지 드라마를 시청한 이유를 묻자 “이민호를 좋아해서 드라마를 계속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민호는 현재 한국 배우 중 가장 많은 SNS 팔로워를 보유하며 드라마 한류를 이끌고 있다.) 한류 스타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사진: tvN 도깨비 캡쳐>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 드라마 사랑은 뜨겁다. 한국 드라마 작가와 배우들의 이름 및 작품들을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더 킹’은 베트남에서도 방영 전부터 그리고 첫 방부터 관심이 높았다. 김은숙 작가 작품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베트남에서도 김은숙 작가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높다. 앞서 김 작가 작품들이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상속자들(2013),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7), 미스터 션샤인(2018) 등 김 작가의 작품들은 베트남내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키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특히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는 베트남 국영 VTV에서 방송을 하면서 베트남 일반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고, 한국 드라마 열풍에 불을 당겼다. 그래서 이번 ‘더 킹’에 베트남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 보다 흥미가 없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아쉬움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한국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일까?

<사진: 한국 드라마 관련 베트남 사람의 유튜브 영상 캡쳐. 베트남 사람들은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한국 드라마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더 손쉽고 빠르게 유통시키고 있다.>
먼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인들은 인터넷 및 스마트폰 발달로 바로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 본방을 한국 사람들과 동시간대로 즐기고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 베트남 사람들은 넷플릭스 또는 현지 로컬 드라마 전용 사이트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에는 요즘 인기 한국 드라마가 시리즈로 많이 업로드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랑의 불시착` 및 `이태원 클라스` 같은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상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베트남내 로컬 드라마 전용 사이트의 경우 만약 오늘 한국 드라마가 본방을 했다면 바로 내일 베트남어 자막을 덧입혀 업로드하고 있다. 때문에 현지 베트남인들은 하루만 지나면 인기 한국 드라마를 베트남어로 편하게 바로 볼 수가 있다. 즉, 한국어를 몰라도 하루 만에 한국인과 같은 내용을 보고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인들이 이렇게 한국 드라마 사랑에 빠지다 보니, 현지 로컬 기업들은 이런 한류 문화 열풍과 관련한 온라인 플랫폼 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한국 인기 드라마는 이제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베트남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전 세계인들의 실시간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웬만한 도시와 명소들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 관광, 유학, 취업 등을 꿈꾸고 있다. 한-베트남 사업 교류 및 한국상품 홍보에도 한국 드라마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러니 드라마 관련 산업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하다 보면 욕심도 많이 들어가기 쉬운 구조가 된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한국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베트남을 비롯한 전 세계 외국인들도 같이 즐기고 있다. 문화 콘텐츠 그리고 광고 홍보 사업에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는 내용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받고 있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어찌 보면 무서운 세상이다. 한류 문화 확산은 좋은 것이지만 그만큼 이제 책임감도 커졌다는 뜻이다.
창의적인 작업이 필수적인 콘텐츠 산업에서 모든 작품 모든 연출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많은 분야다. 변수도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이곳저곳 오가지 못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이런 영상콘텐츠 상품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더 과도할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한국 사람들이 거의 들어오지 못하니 최근 한국 소식도 잘 접하지 못하고 그러니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은 이해할만한 상황이다. 드라마 시장에는 어찌 보면 좋은 일이다.
혹 이 글이 우리 드라마 및 한류 콘텐츠 종사자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큰 직업인데, 필자까지 한 가지 스트레스를 그들에게 더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지금의 현상을 짚어봤을 뿐 다른 비판의 의도는 없었음을 밝혀둔다.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며 또 다른 에너지로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이 베트남을 넘어 세계로 계속 뻗어 가기를 기원한다.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 베트남 최신 핫이슈·뉴스에 대한 진짜 속 의미를 분석합니다.
○ 베트남에 대한 거짓 정보를 바로잡고 ‘찐(진짜) 베트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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