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고용` 맞나?...인천공항, 첫발부터 대량 해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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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16 07:49   수정 2020-08-16 08:18

`직고용` 맞나?...인천공항, 첫발부터 대량 해고 사태

비정규직 재직자 236명 중 47명 해고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직원 직접 고용 과정에서 대규모로 해고자가 나오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추진한 사업이 오히려 해고 노동자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6일 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에 따르면 공사는 비정규직인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요원(30명), 여객보안검색요원(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우선 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 요원의 직고용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재직자 236명이 지원해 189명이 직고용됐고, 47명(소방대 45명, 야생동물통제요원 2명)은 탈락했다.

특히 소방대는 206명이 지원해 총 45명이 탈락하면서 탈락률이 21.8%를 기록했다.

소방대 탈락자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해 직고용 적격심사만 보면 되는 전환심사 대상자가 17명 포함됐다.

147명인 전환심사 대상자(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들은 절대평가 방식에 외부인이 응시할 수 없는 비공개 절차인 적격심사만 통과하면 돼 사실상 100% 직고용을 기대했는데 지원자의 11.6%가 탈락하면서 파장이 작지 않았다.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소방대원은 외부인도 지원할 수 있는 100% 공개경쟁 방식으로 전환심사가 진행됐고 59명의 지원자 중 47.5%(28명)가 탈락했다.

공사는 이번 직고용 절차에서 탈락한 47명을 전원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 이들 47명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직고용 절차 시작 전 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의 정식 직원으로 계약한 만큼 직고용에 탈락해도 자회사 직원으로 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평생 공항을 지킨 아버지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한평생 인천공항의 안전을 위해 일한 소방대 아버지를 둔 학생`이라고 소개한 게시자는 "최근 저희 아버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이 되는 시험에 탈락하셔서 이제는 출근을 못 하신다"고 썼다.

게시자는 "아버지가 인천공항 자회사에 2년 넘게 근무해 법적으로 자회사 정규직 직원이기 때문에 해고될 일이 없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이제 정규직이라고, 평생 일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왜 갑자기 시험을 본 것이냐. 한부모 가정인데 이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예상과 달리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자가 대거 나오자 직고용 전환을 앞둔 1천902명의 보안검색 요원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보안검색 요원 역시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약 1천명은 절대평가 방식의 전환심사 대상자이며, 이후 입사한 약 900명은 100% 공개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100% 공개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이들은 탈락 확률이 높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전환 방식을 반대했다.

공개경쟁을 거쳐야 하는 보안검색 요원들이 대거 가입한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조는 13일 집회를 열고 "노동자들을 실직 위기로 내모는 졸속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사와 정부는 자신들의 실적을 쌓기 위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직고용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며 "누굴 위한 직고용이냐.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남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있던 1천명의 전환심사 대상자도 불안에 떨고 있다. 사실상 100% 직고용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앞서 진행된 소방대 직고용 과정에서 전환심사 대상자 11.6%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한 보안검색 요원은 "외부인이 참가할 수 없는 절대평가 방식이라고 해 100% 직고용되는 줄 알았는데 탈락자가 대거 나오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며 "직고용이 가장 좋지만, 통과 못 해 잘리는 것보다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남아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공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구성된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도 지금의 직고용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의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으로 노사갈등, 노노갈등, 취업준비생 기회 박탈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감독기관인 국토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일단 보안검색 요원의 직고용 전환을 미뤘다.

애초 계획대로면 내달 중 채용 공고를 내고 올해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이들의 직고용 절차를 잠정 연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사는 일단 고용노동부 `정규직 전환 컨설팅단`의 자문을 통해 출구 전략을 찾을 생각이다. 컨설팅단은 교수와 변호사, 노무사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며 직고용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쟁점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사태를 촉발한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이 사실상 정부와 청와대 의지로 강행된 만큼 정부와 청와대가 퇴로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도 공사의 속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정부와 청와대가 결정한 일이어서 지금의 직고용 방식을 강행할지 대안을 찾을지도 정부가 결정해 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전략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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