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접수하고 한국왔다"…르노 조에, 소형 EV 돌풍될까 [궁금타]

입력 2020-08-22 10:19   수정 2020-08-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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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까지 21만 6천대 판매된 유럽 누적 판매 1위 전기차
100kW급 R245모터 장착 136마력 최고출력, 25kgf.m 최대토크 발휘
54.5kWh용량 Z.E.배터리 탑재, 완충시 309km주행
르노 전기차 조에(ZOE)

●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 1위

우리나라에 르노삼성이 뿌리내린 역사는 20년이 조금 넘었기에 아직까지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는 명확히 정의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유럽에서 `르노`라는 브랜드는 12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태생 차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성능보다는 디자인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차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유럽 특유의 아기자기한 차체에 실용성을 강조한 공간 활용이 잘 반영된 차를 만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르노가 이번에 소형 전기차 조에(ZOE)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출시 전부터 유럽 전기차 시장 누적 판매 1위를 달성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LG화학에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에는 지난 2012년 첫 출시 이후 세 번의 부분변경을 거치며 21만 6천 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인 `모델3`가 12만대가량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판매 기록이다.



● `도심형` 전기차라는 컨셉에 충실한 `조에`

르노 관계자들이 조에를 설명할 때 강조하는 것이 `도심형 전기차`라는 말이다. 조에의 완충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309km. 주행 가능 거리 400~500km 전기차들이 즐비한데 300km 대 전기차라니. 르노 측은 이에 대해 300~350km 거리가 도심형 전기차에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서울 시내에서 출퇴근 용으로 타기에는 부족함 없는 거리이긴 하다. 또 복작복작한 도시를 달리기에는 아담한 소형차가 제격이기도 하다. 실제 시승 코스였던 동대문 일대에서 삼청동 북악스카이웨이까지는 짧은 시간 동안 조에의 도심 주행 성능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이었다. 시속 30~50km 구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조에의 최고 속도가 140km/h라는 점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끼어들기가 일반적인 도로에서 전기차 특유의 저속 구간에서 치고 나가는 힘은 주변 차량들과의 밀당을 능숙하게 맞추어 주었다. 실제 조에의 힘은 136마력에 25kgf.m(토크)로 공차중량 1,500kg인 이 차를 이끄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충전 시간도 만족스러웠다. 30분 급속 충전을 하게 되면 150km 주행 가능 거리가 충전된다. 또 충전 포트가 차량 전면부 엠블럼 안에 있어 충전도 편했다. 휴대폰에 설치한 어플과 연동하면 원격으로 차량의 충전이나 공조장치 등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

전면 엠블럼 안에 위치한 전기 충전 포트
휴대폰 어플로 연동해 원격으로 다양한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 유럽 감성이 때로는 불편하다

조에는 로장주 엠블럼을 달고 우리나라에서 판매된다. 부산 르노삼성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에 `태풍의 눈` 엠블럼을 사용하지만 유럽에서 수입하는 모델에는 로장주 엠블럼을 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수입 전기차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럽 소형차 특유의 투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진 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편의 사양과 실내 공간은 부족해보였다. 상위 트림의 풀옵션 차량이라도 차의 ADAS 기능이라고 하면 `크루즈컨트롤` 정도이다. 콘솔박스는 카드지갑 두 개 정도 들어갈 만한 공간이고, 컵 홀더에는 물병 하나만 꽂을 수 있다. 실내 마감 재질도 고급스러움 보단 단조로움 그 자체였다. 뒷좌석은 180cm 성인이 탔을 때 무릎이 시트에 닿을 정도로 꽉 찼다. 차 하부에 배터리를 깔아서 시트 포지션은 대체로 높고 헤드룸도 3~4cm 정도의 여유만 있었다. 뒷좌석에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트렁크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340리터의 짐을 실을 수 있는데 골프백은 넣기 어려워도 혼족 라이프를 즐기거나 많은 짐을 싣고 다니는 게 아니라면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았다. 종합해보면 조에는 혼자 타기엔 안성맞춤인 차다. 그러나 디자인이며 편의 사양들은 8년 전 그대로 머물러있는 듯했다. 차량 가격이 3,995만 원부터 4,395만 원까지 있고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을 기준으로 2천8백만 원대에 조에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용성을 강조한 유럽 감성이 얼마나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40리터가량의 트렁크 공간

● 수습 기자의 관점에서 본 `조에` 시승기

21일 르노 조에 시승행사에는 현재 수습 기간인 기자도 동행해 아래와 같이 직접 시승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조에는 LED 헤드램프가 밝은 도시 조명 아래에서도 단번에 시선을 끌 정도로 첫인상이 강렬했다. 저속 도심 주행에도 연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조에의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일반 드라이빙 모드에서도 가속 페달을 뗌과 동시에 에너지 회생 장치가 돌아가게 설계됐다. 기어를 한 번 더 당기면 전환되는 B-mode에서는 D-mode에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다시 충전할 수 있다. 여기에 Eco 모드를 더하면 더 큰 연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에를 시승하는 오민지 수습 기자

다만 지역 출장이 많거나 고향으로 자주 내려가는 운전자는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최고 속도 140km/h로 속도 제한이 있고, 장거리 운전을 위해 전기차 충전소를 사전에 알아봐 둬야 하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이다. 정처 없이 누비는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전기차 충전의 불안감을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인테리어 위치도 조금 더 섬세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차량 잠금장치는 문마다 부착되어 있지 않고 디스플레이 하단에 작은 버튼 하나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앞 좌석의 경우 문을 여닫는 손잡이도 엉뚱하게 너무 멀리 달려있어 손잡이 위치를 팔이 긴 유럽 소비자에 맞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비상등 버튼을 자주 사용하는 한국 운전자들이 사용하기에는 비상등 버튼이 다른 일반 기능 버튼들과 동일한 사이즈였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9.3인치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작은 비상등 버튼이 위치해 있다
조에 뒷모습


*[궁금타]란? `차가 궁금하다`라는 뜻과 `차를 타본다`라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외 자동차 소식과 차 관련 산업 이슈 가운데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 등을 연재해나갈 예정입니다. 신차 소식과 수소·전기차, 시승기, 차 관련 산업 소식 등 차와 관련한 포괄적인 주제를 다룰 계획입니다.

*이번 시승은 취재를 희망한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기사내용은 광고 또는 협찬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송민화  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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