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계속 번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산불의 피해 면적은 60만에이커(약 2천428㎢)로 확대됐다. 서울 전체 면적(약 605㎢)의 네 배에 달하는 삼림이 산불에 소실된 것이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도 5명으로 늘었고 주택 수백채가 전소됐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사람도 6만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진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도 피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날인 20일 최소 4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3구는 나파카운티 전원 지역의 불 탄 주택에서 나왔고 솔라노 카운티에서는 남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19일에는 진화를 위한 물을 싣고 가던 헬리콥터가 프레즈노카운티에서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가장 규모가 큰 산불군(群)인 `LNU 번개 복합 파이어`는 지금까지 21만9천에이커(약 886㎢)를 태웠다.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서쪽으로 약 64㎞ 떨어진 베리예사 호수를 에워싸고 발생한 이 산불은 20일에도 전날보다 2배로 규모가 커진 데 이어 이날 또다시 2배 가까이 확산했다.
이 산불로 배커빌 지역을 중심으로 거의 500채의 주택과 다른 건물들이 전소됐다.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캘파이어)은 이 산불의 진화율이 7%라고 밝혔다.
또 실리콘밸리 남서쪽에서 발생한 `CZU 오거스트 번개 복합 파이어`로 샌머테이오·샌타크루즈카운티에서 6만6천600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에도 20일 저녁 의무 대피령이 내려졌다.
CZU 파이어는 이날까지 5만에이커(202㎢)를 태우고 건물 50동을 불태웠지만 진화율은 0%다.
실리콘밸리 동쪽에서 번지는 `SCU 번개 복합 파이어`는 22만9천968에이커(약 931㎢)를 태웠다. 다행히도 대부분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10%가 진화됐다.
이 산불로 인접한 새너제이 일부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번 대규모 산불은 이례적으로 번개로 인한 불씨로 시작됐다. 사흘 새 무려 1만800번에 달하는 벼락이 캘리포니아 지역에 떨어지면서 367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연간 통상 약 8만5천건의 번개가 치는 캘리포니아에선 드물게 집중적으로 많은 번개가 발생한 것이다.
기상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더 더워질수록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지고 그 결과 번개가 잦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롬프스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더 번개가 많이 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폭염경보로 무더운 날씨는 산불의 확산을 부채질했고 소방관들의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전력업체는 더위에 따른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전하는 가운데 산불로 발생한 매연·연기는 일대 공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산불을 피해 대피소로 간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또 다른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산불을 피해 펠튼이란 소도시에서 탈출한 내털리 라이언스(54)는 샌타크루즈 시빅 오디토리엄에 마련된 대피소를 찾았으나 이미 꽉 찬 상태였다.
폐 질환이 있다는 라이언스는 "마스크를 내린 채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결국 병원 침대로 가느니 차라리 내 차에서 자겠다"고 말했다.
산불로 인한 매연과 연기는 주변 지역의 대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콩코드 지역에서는 공기질 지수가 20일 200을 넘겼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남쪽의 길로이에선 21일 이 지수가 150을 넘겼다.
이 지수는 최악의 경우 500까지 올라가지만 통상 100을 넘기는 수치는 건강에 나쁜 것으로 간주된다.
국립기상청은 또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이번 산불로 인한 연기가 미 중부의 네브래스카주까지 퍼지는 등 주변 주로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이런 매연과 연기가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기침·재채기를 유발해 코로나19의 전염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