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승 가솔린 3,160만 원부터…14일간 사전계약 3.2만대
기아자동차가 6년 만에 카니발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카니발은 이미 `아빠들의 차`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차다. 국내 경쟁 모델이 마땅히 없다는 점도 있겠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넓은 공간 활용도는 카니발의 인기를 뒷받침해왔다. 국내 시장과는 반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미니밴은 유독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기아차 측은 이번에 풀체인지 된 4세대 카니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까지 점유율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 자신감의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타봤다.
● 대형 SUV를 떠올리는 외장 디자인
4세대 카니발은 기존 미니밴의 전형성을 탈피한 시도가 돋보이는 차다. 기아차는 4세대 카니발의 역동적이고 웅장한 외장 디자인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프리미엄 실내공간으로 미니밴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고 자평했다. 실제 차를 몰아보니 마치 대형 SUV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4세대 카니발의 오버행은 3세대 모델보다 20mm 짧아졌고, 축간 거리는 30mm 길어졌다. 트렁크 공간도 30mm 더 뒤로 나오다 보니 쉐보레 대형 SUV인 서버밴이 떠올랐다. 전면부는 박자와 리듬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주간 주행등과 LED 헤드램프와의 경계를 허문 `심포닉 아키텍처` 라디에이터 그릴로 웅장함을 살린 게 눈에 띄었다. 측면 부는 속도감이 느껴지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C 필러의 독특한 입체 패턴 크롬 가니쉬로 4세대 카니발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다. 후면부는 좌우가 연결된 슬림한 리어 콤비 램프와 크롬 가니쉬와 후면 범퍼 등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킨 듯 보였다.
● `첨단`을 가미한 실내 그리고 공간
기아차가 내세운 실내 콘셉트는 `무한한 공간 활용성`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의 센터패시아 버튼은 운전자의 눈과 손을 편하게 만들었다. 장충동 힐튼 호텔 주차장에서 경기도 남양주의 한 전시관까지 40km의 초행길을 주행했지만 마치 기존에 몰던 차를 타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레인 어시스트`와 같은 주행보조 장치의 도움도 컸지만 무엇보다 운전자 중심의 메커니즘을 차에 잘 녹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에서는 크래쉬 패드 중앙을 가로지르는 슬림한 송풍구와 일체형 메탈 가니쉬, 또 하단의 고급 우드 가니쉬가 완성도를 높이며 고급스러움을 잘 살린 게 인상적이었다. 정점을 찍은 것은 활용도 높은 실내 공간이다. 7인승 카니발의 3열 시트를 접고 한 단 더 아래로 내리니 평탄화된 널찍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공간에는 유모차 두 대가 실릴 수 있었다. 일일이 분리할 필요 없이 통째로 말이다. 2열 시트 역시 놀라운 기능이 심어져 있었다. 시트를 한번 안쪽으로 옮기고 뒤로 빼면 좌석이 쑥 빠진다. 그리고 최대한 눕히면 마치 안마의자에 앉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자리가 만들어진다. 또 센터 콘솔 등 곳곳에는 트레이를 심어놔 간단한 물건을 올리기에도 편하게 설계해놨다.
● 가솔린·디젤 두 모델
4세대 카니발은 3.5 가솔린과 2.2 디젤 등 모두 2개 모델, 7, 9, 11인승으로 운영된다. 가솔린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G3.5 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94마력과 최대토크 36.2kgf·m 9인승 기준으로 복합연비 9.1km/L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디젤 모델은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02마력과 최대토크 45.0kgf·m, 복합연비 13.1km/L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직접 시승했던 차량은 7인승 2.2 디젤 모델이었다. 차량을 이것저것 테스트하느라 험한 주행도 병행했지만 복합 공인 연비인 13.1km/L를 훌쩍 넘어 15km/L를 넘나들었다. 또 신차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디젤차 특유의 소음은 실내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주행모드에 따른 재미 `쏠쏠`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차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운전의 재미`는 이번 시승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달리하자 차의 주행감이 변하는 게 명확하게 느껴졌다. 신형 카니발의 주행(드라이브) 모드는 노멀과 에코, 스포트(츠), 스마트 등 모두 4개. 특히 스포츠 모드로 주행을 하자 패밀리카를 운전한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계기판 클러스터가 붉은색으로 바뀌더니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며 `나 달릴 준비됐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자 웅장한 배기 사운드와 함께 즉각적인 반응 속도로 도로 위를 치고 나갔다. 단순히 스포츠카 흉내 내기가 아니라 스포츠카 주행 감성을 잘 녹였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운전하기 편했던 주행 모드는 `스마트`였다. 운전 중인 차와 내가 한 호흡으로 달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9인승 가솔린 3,160만 원부터…14일간 사전계약 3.2만대
4세대 카니발은 지난달 28일 사전계약 개시 하루 만에 2만 3,006대가 계약되며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단 시간이자 최다 신기록으로 미니밴 차급에서 이러한 기록을 달성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4일까지는 영업일 기준으로 14일 동안 모두 3만 2천여 대가 계약되면서 지난해 카니발 총 판매 대수인 6만 3,706대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4세대 카니발의 판매 가격은 9인승과 11인승 가솔린 모델 `프레스티지`가 3,160만 원, `노블레스` 3,590만 원, `시그니처` 3,985만 원이다. 9인승 이상은 개별소비세가 비과세 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3천만 원대에 신형 카니발을 살 수 있다. 단 7인승은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노블레스`가 3,824만 원, `시그니처`가 4,236만 원으로 조금 더 비싸다.
● "시에나·오딧세이 나와"…글로벌 시장 정조준
현재 글로벌 미니밴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보이고 있는 차는 혼다 오딧세이다. 토요타 시에나 역시 오딧세이와 엎치락 뒷치락하며 두 모델의 선두 싸움이 치열하다. 미니밴은 주로 북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편인데 크고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두 차는 모두 일본 브랜드로 섬세한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태생부터 미국인 점을 적극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집약한 차로 평가받는다. 반면 세도나라는 이름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한 카니발은 한참 뒤처진 후발 주자이다. 하지만 4세대를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5천만 원대의 시에나와 오딧세이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채비를 마쳤다.
● 4륜 구동 없는 건 아쉬워
다만 카니발 전체 모델에 4륜 구동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니밴의 경우 탑승자나 짐을 많이 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네 바퀴 굴림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미니밴임에도 네 바퀴 굴림을 지원하는 건 큰 장점이다. 이미 시에나와 오딧세이 등 경쟁 미니밴이 네 바퀴 굴림을 생산하는 점을 미뤄 봤을 때 분명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후면부의 방향 지시등이 차량 범퍼 쪽에 위치하면서 과하게 아래로 배치된 점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고속도로 주행시 풍절음이 발생하는 점과 A 필러가 생각보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점도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궁금타]란? `궁금하다`라는 뜻과 `타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외 자동차 소식과 관련 산업 이슈 가운데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 등을 연재해나갈 예정입니다. 신차 소식과 수소·전기차, 시승기, 차 관련 산업 소식 등 차와 관련한 포괄적인 주제를 다룰 계획입니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송민화 기자
mhson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