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종말...日本化와 Fed의 착각

최진욱 기자

입력 2020-08-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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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통화정책 포기한 Fed

미국 연준(Fed)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27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 화상으로 출연한 제롬 파월 의장은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2%의 물가목표제를 포기하고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미국은 `제로금리`와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양적완화를 통해 무려 7년간이가 저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경제는 뜨거웠다. 완전고용을 달성하고 기업의 이익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간단하게 경신했다.

하지만 연준의 고민은 깊어졌다. 고용과 물가의 반비례를 설명해오던 `필립스곡선`이 들어맞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 물가가 폭등해서 과열을 식히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과거의 패턴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부적으로 수많은 검토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나왔다.


*코로나19와 싸운 Fed

연준은 1929년 대공황(4년) , 2007~2008년(1개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제와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20여 가지가 넘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경제심리` 살리기에 나선 행동은 전례가 없을 정도였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영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비교될 정도로 정책구사는 빨랐다.

대신 기준금리가 0%로 떨어졌고, 3조달러(우리돈 3,600조원)에 달하는 자산매입으로 Fed의 대차대조표는 커졌다. 여기에 여야가 연말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대규모 재정지원을 조기에 합의하면서 경제는 바닥을 다지면서 반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초저금리와 대규모 자금공급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차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집값도 이전 고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른바 `부의 효과 (Wealth Effect)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3월과 4월, 6~7월까지 코로나 사태 이후 열린 네 차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입장은 분명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현재의 통화정책을 오는 2022년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면서 경제주체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8월 중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도매물가지수(PPI)가 발표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물가가 오른다~!!!...의사록 쇼크>



미국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도매물가는 추가 물가상승을 암시했다.

뒤이어 발표된 7월31일 FOMC 의사록은 시장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과잉유동성`이라는 문구가 처음으로 발표문에 담긴 것이다. 물가채 가격이 폭락(금리가 폭등)하고 명목채와의 차이를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1% 후반까지 급등했다.

동시에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1) 마이너스 금리정책 (2) 이자율 곡선 관리 (YCC)가 모두 채택되지 못했고, 대선을 앞둔 의회는 여야의 기싸움으로 추가 재정지원이 불투명해졌다.


*日本化와 Fed의 착각

두 차례에 걸친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급등한 일본은 그동안 쌓였던 거품이 무너지면서 주류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제조업 강국`으로 통하는 일본이지만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그들의 자동차와 전자제품, 소재부품 보다 훨씬 더 첨단기술(?)이다.

현대 경제학이 자리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실행된 양적완화(중앙은행의 국채 및 회사채,ETF매입)와 마이너스 금리정책, 장기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해 중장기 금리를 관리하는 YCC는 모두 일본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서구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미국까지 위협했던 일본 경제의 몰락을 지적하면서도 BOJ가 시도한 정책을 면밀히 살펴봤다. 단, 이들은 일본 같은 저성장-저금리 현상, 일본화(日本化;Japanification)는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경제시스템과 미국과 유럽의 그것들이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도 파월 의장이 물가하락에 백기를 들면서 사실상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됐다. (사실 유럽연합은 2007~2008년 직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일본의 정책을 답습한 바 있다)

누구도 처음 들어보는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는 BOJ와 ECB(유럽중앙은행)이 겪었던 무기력함을 그대로 반영한다. 중앙은행이 조폐공사와 다른 점이 크게 없다는 점을 인정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연준의 착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 파월 의장이 말했듯이 AIT를 실행하면서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경기가 빠르게 (1~2년) 회복되지 못한다면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 봄에는 YCC가 채택될 수 밖에 없다.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마이너스 금리`도 용인될 것이다.

연준의 정책목표는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다. 잭슨홀 미팅에서도 드러났듯이 지금은 물가 보다는 고용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반면 연준은 아직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2015년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발생했던 저물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과거 경제현상을 `온라인`으로 바뀐 지금도 똑같이 해석하는 착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경제는 `소비`와 `효율`을 근간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막대한 소비를 유도하면서 그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최소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현재의 경제를 만들어왔다. 뉴욕증시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알파벳)과 테슬라 같은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는 이유를 단순히 `풍부한 유동성`으로만 해석하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하나?



저금리 시대인 지금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위 차트에서 보는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올해 2월말 수준으로 오르기 이전까지는 위험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안전자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금융,실물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상황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고 나면 오르는 자산가격의 상승 파티는 `신호등`을 보면서 조절해야만 할 것이다. 앞서 차트 (출처:팀 듀이 교수 블로그)에서 확인했던 물가와 실업, 국채수익률이 변곡점을 지나는 줄 모르고 파티 숙취에만 빠져 있다면 `이번에도 반복되는 역사의 덫`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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