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카카오의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 진출을 방해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할 때 다른 업체에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넣어 카카오가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게 했다는 혐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사에 제공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 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1990년대 말부터 부동산114·부동산뱅크 등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당시 온라인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시장은 초창기였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직접 수집한 매물정보를 제공하던 네이버는 2013년부터 부동산 정보업체와 제휴해 매물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 방식을 바꿨다. 부동산 정보업체의 매출감소 등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논란 때문이었다.
카카오는 네이버처럼 사업모델을 바꾸기 위해 2015년 2월 네이버와 제휴한 8개 업체 중 7개와 제휴를 추진했다. 매물정보를 직접 제공받는 것과 달리 부동산 정보업체와 제휴를 맺으면 다양한 매물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을 파악한 네이버는 카카오의 사업진출을 막았다. 자사 제휴업체에게 재계약을 할 때 확인 매물정보를 제3자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업체들은 네이버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카카오에 제휴가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부동산 정보업체는 개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매물정보를 제공받아 네이버에 노출하는 만큼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실제로 네이버는 그해 5월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카카오 등 제3자에 매물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계약서에 확인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넣었다. 1년 뒤인 2016년 5월에는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패널티 조항도 추가했다.
2017년 2월 카카오는 네이버와 매물제휴 비중이 낮은 부동산114와 업무 제휴를 다시 타진했다. 그러자 네이버는 확인 매물정보뿐만 아니라 부동산매물검증센터(KISO)에 검증을 의뢰한 모든 매물정보에 대해서도 3개월 간 제3자 제공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부동산 매물은 시의성이 중요한 만큼 사실상 제3자 제공을 금지한 것이다.
부동산114는 이 조항이 불공정하다며 삭제를 요청했지만 네이버의 압박은 계속됐다. 결국 부동산114는 카카오와 제휴를 포기하고 네이버와 해당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네이버는 2017년 11월 업체들과의 계약서에서 문제가 된 조항을 삭제한 상태다.
네이버의 제휴 방해로 카카오는 사이트 순방문자수(UV)와 페이지뷰(PV), 부동산 매물량과 매출이 급감했고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2018년 4월 이후 카카오는 부동산 서비스를 직방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의 제휴를 방해한 기간 네이버는 전체 부동산 매물 건수의 40% 이상, UV 70% 이상, PV 7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경쟁사를 배제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했고, 이에 따라 최종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었으며 많은 플랫폼에 정보를 올리는 게 유리한 업체에도 손해가 됐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디. 네이버는 "`확인매물정보`는 네이버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로 관련 특허도 2건 확보했다"며 "도입 전 경쟁사에 공동 작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독자적으로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가 아무런 비용이나 노력 없이 이용하려고 시도해 무임승차를 막고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기 위해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넣은 것"이라며 "카카오는 네이버 확인매물정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로 매물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공정위는 네이버의 합리적 대안 제시와 혁신적 노력을 외면한 채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네이버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부동산정보 서비스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네이버의 주장에 대해 "매물정보 수집을 부동산 정보업체가 하고 확인매물정보 검증 시스템 비용, 해당 정보로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의 책임도 업체가 부담한다"며 "해당 시스템과 정보를 네이버의 지식재산권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원회의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 ICT분야 특별전담팀이 출범한 이후 첫 사건이다. 송 국장은 이번 제재에 대해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한 `멀티호밍(multihominig·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차단`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대한 이번 제재에서 플랫폼 불공정행위 제재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겠다는 공정위의 의지가 읽힌다. 송 국장은 "앞으로도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플랫폼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지속해서 감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네이버쇼핑과 동영상에 대한 제재도 조만간 결정한다. 네이버는 자사 쇼핑사이트인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온라인 결제수단인 네이버페이를 사용하는 판매자의 제품을 눈에 더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영상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다른 동영상 서비스보다 네이버 TV를 많이 노출되도록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논란이 인다. 송 국장은 "네이버 쇼핑 건은 지난달 19일 전원회의가 있었고 합의 속개 상태이며, 네이버 동영상 건은 이달 중 전원회의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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