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기능은 여러 차례 증명됐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마스크 무용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마스크가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없는데다 강제로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시도라는 게 마스크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까지도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음에도 이를 끝내 믿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제도권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장조레스재단은 지난 7월 20일부터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프랑스 정부 지침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부분적으로나마 조명한 논문을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번 논문은 파리정치학교(시앙스포) 사회과학연구소의 앙투안 브리스티엘 박사가 8월 10∼19일 `반(反)마스크` 페이스북 그룹 참가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쓰였다.
설문에 참여한 마스크 반대론자들은 정부를 사실상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응답자의 6%만이 대통령 직속 기관을 신뢰한다고 답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시앙스포 정치연구소가 지난 4월 18세 이상 프랑스인 1천7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통령 직속 기관과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34%였던 점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음모론을 신봉하는 성향도 짙었다. 보건부가 백신의 유해성을 숨기려고 제약업체와 결탁했다는 응답이 90%를 차지했다. 프랑스인 전체를 대상으로 삼은 4월 설문조사에서는 43%가 이 음모론에 동조했다.
신문과 방송 등 기성 언론에 나온 정보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14%, 2%로 저조하지만 블로그와 SNS 등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60%, 51%로 높았다.
신문이 전하는 정보를 믿는다는 응답이 37%로 가장 높고, 이어 방송(29%), SNS(14%)가 그 뒤를 따른 일반적인 프랑스인 설문조사 결과와는 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63%는 여성이었고 평균연령은 50세로 집계됐다. 평균 학력은 대졸로 높은 편이었다. 정치적 성향으로는 우파라는 응답이 46%로 좌파(36%)보다 많았다.
브리스티엘 박사는 평시에는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더라도 사회가 굴러가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위기 시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그저 일탈하는 개인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고 정부 기관을 불신하는 현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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