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관심사와 생활이 얼마나 변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선호하는 가전기기가 변하면서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한데요.
증권 전문가 박현상 씨와 산업부 이지효 기자 모시고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앵커>
고가의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가 전체적으로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만의 공간에 과감히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요. 내 집을 편안하고 알차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프리미엄 가전 열풍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가전매출이나, 롯데하이마트 등의 매출이 증가했고, CJ오쇼핑은 고급 가전제품의 편성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렸습니다.
특히나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기본 백색가전은 물론, 건조기, 정수기, 로봇청소기, 의류관리기 등 신가전이 흥행하며 아직까지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기능성 뿐만 아니라 집을 가꾸기 위한 요소로서도 프리미엄 가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억압소비, 보복소비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요?
<기자>
사실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결핍만을 채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비는 인간의 감정, 심리와도 연결돼 있어서 정신적인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서도 지갑을 열고는 합니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꽁꽁 얼어 붙었는데 소비 현상은 계속 나타나고 있죠. 이런 걸 '보복소비'라고 하는데요. '보복소비'는 코로나19 여파로 일상생활로 복귀하지 못한 우울한 마음을 쇼핑으로 풀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관련 연구도 있습니다. 2011년 프랑스 파리공립경영대학원 셀린 아탈레이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마거릿 멀로이가, 쇼핑몰을 방문한 2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부정적 마음이 소비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설문 조사에서 계획에 없던 '나만의 선물'을 구매한 사람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쇼핑 전에 기분이 더 언짢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자 답답함을 호소하고, 우울해하는데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한 소비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억압소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그 수혜주로 가전제품 관련주가 떠올랐습니다. 가전제품 관련주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증권 전문가>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와 LG전자입니다. 차이는 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D램이라던가, 최근 버라이즌에 5G 수주 등으로 주가가 올랐습니다. 가전제품은 크지 않습니다.
특히 LG전자는 제품 비중 50% 이상이 가전 부문입니다. 가전 부문에 프리미엄 수요가 늘면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입니다. 주가로 봤을 때 9만원대 이상이고요, 올해 내 거의 신고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식이 신고가를 유지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LG전자는 꾸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 기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텐데 향후 가전제품 관련주의 전망은 어떨까? 지금은 질주가 계속될까?
<증권 전문가>
가전제품 소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클 전망입니다. 제품 판매가 기존에는 냉장고, 세탁기 같은 필수 소비재였는데, 지금은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 업체들의 실적은 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습니다. 지금은 보복소비가 하반기에 나오면서 하반기, 특히 3분기를 지나는 시점에서 3분기 실적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통적으로 4분기로 넘어가면 TV 수요, 연말 소비심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3분기 실적이 4분기로 옮겨가면 실적 연속성으로 주가 상승의 키팩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수준에서도 상승세가 꺾인다는 표현을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앵커>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IFA 2020'이 이달 초에 막을 내렸습니다.
글로벌 대형 전시회 중에는 유일하게 개최가 됐지만 코로나 여파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번 'IFA 2020' 상황은 어땠나요?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0'이 현지시간 5일 폐막했습니다. IFA는 미국 'CES' 및 스페인 'MWC'와 함께 세계 3대 가전·IT 전시회로 꼽히는데요.
작년에는 제가 직접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전시업체들도 많고 관람객이 많아 다 돌아보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전시 규모가 예년보다 대폭 축소됐습니다.
매년 전시관을 차리던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니, 샤프 등 일본 주요 업체들이 불참했으며, B2B기업을 위한 'IFA 글로벌 마켓'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IFA 주최 측이 행사 기간을 3일로 줄인 데다 일일 관람객도 1,000명으로 제한하면서 매년 10만 명 이상 참여하던 현장 관람객 수도 줄었죠.
IFA 주최 측이 코로나19로 글로벌 오프라인 전시회 참여가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해 병행한 온라인 전시 및 행사는 사실상 중국 업체들이 점령했습니다. IFA 온라인 전시회인 '익스텐디드 스페이스'에 올해 참가 신청을 한 기업 약 1,000곳 중 90%가 중국 기업이었습니다.
<앵커>
이번에 불참한 삼성전자는 대신 별도의 온라인 행사를 통해 유럽 시장에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LG전자의 경우 온라인 행사를 가졌다고 하는데 관련한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IFA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자체 온라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삶'(Life Unstoppable)을 주제로 한 '버추얼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유럽시장 공략에 대한 세부 전략을 소개했는데요. "어떤 환경에서도 개인과 세상을 연결하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일상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비전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TV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LG전자는 오프라인 전시장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3D 가상 전시관을 개발했습니다.
2015년부터 매년 IFA 전시관을 꾸렸던 독일 메세 베를린 18홀을 온라인으로 실제와 흡사하게 옮겨왔습니다. 또 현관, 거실, 주방 등 7개의 전시공간의 컨셉에 맞는 스마트 가전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가상 공간인 'LG 씽큐홈'도 제작했습니다. 이곳에는 신형 마스크형 퓨리케어 공기청정기는 물론 무선청소기, 트롬 스타일러 같은 스팀가전 등 LG전자의 제품들이 실제처럼 전시됐습니다.
LG전자는 집에서 '안심', '편리', '재미' 등 3가지 가치를 극대화해 고객에게 '좋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앵커>
글로벌 대형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고, 대신에 이런 온라인 행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집콕 라이프가 일상화가 되어 가는데 이런 상황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증권 전문가>
주식 시장에서는 앞으로 좋아질 것을 대비해서 한꺼번에 주가가 선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콕 라이프가 일상화되면서 인테리어, 홈 퍼니싱 쪽이 인기를 끌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에 4월에서 6월 사이에 한샘, 리바트 같은 인테리어 업체가 강하게 올랐습니다.
한 예로 이마트를 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마트 주가가 최근 굉장히 빠졌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강하게 반등한 이유가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서비스가 프리미엄으로 각광받으면서 앞으로를 선반영하는 중이기 때문에 반등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악재는 기반영 한 상황이고, 호재를 먼저 반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집콕 라이프가 유행하면 다른 업종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앞으로 전자, 가전제품 관련주 외에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있을까요?
<증권 전문가>
최근에 올랐던 것 보면 택배 관련주가 올랐습니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지난주에 그린 뉴딜해서 뉴딜 펀드가 나오면서 뉴딜 지수가 개발이 됐습니다. BBIG라고 해서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에 속한 종목들 리스트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그런 뉴딜 펀드를 개발해서 민간이 참여하면 그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생길 겁니다. 펀드가 생기면 그 종목을 사고, 그 종목들이 새로운 수급이 들어와서 오르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은 앞으로으 성장성도 충분히 있어던 팩터지만, 그 안에 종목들이 밝혀진 상황이기 때문에 신성장 사업 쪽으로 매매를 하는 것도 부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언택트 문화가 상반기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는데 하반기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기자>
통상 가전업계는 신제품 출시 등의 요인으로 연간 영업이익 비중이 상반기에 쏠려있는 편이지만, 하반기에는 '가전업계는 하반기 실적이 약하다'는 오명을 벗을 것으로 보입니다.
3분기 TV와 가전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호조를 띠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3분기 TV 출하 대수가 총 5,580만대로 2분기(4,537만대)보다 약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TV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분기보다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를 중심으로 신가전으로 불리는 의류청정기·건조기 등 판매도 늘고 있습니다.
KB증권은 "삼성과 LG의 3분기 TV·가전부문 합산 영업이익이 각각 8,000억원을 넘어서면서 근래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4분기 이후 시장은 관측이 엇갈립니다.
통상 4분기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이벤트가 있어 최대 성수기로 분류되는 만큼 연말까지 양호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코로나로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카테고리와 수요를 만들어내는 공략이 업체들에게 숙제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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