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도 포기한 항공업…아시아나는 살아날 수 있을까 [주토피아]

김종학 기자

입력 2020-09-11 17:36   수정 2020-09-11 18:50

    기안기금 통해 2조4천억 긴급 수혈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가능성 거론"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도 고려할만"
    항공 여객사업 초토화…살아남을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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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 산업의 시련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파격적인 만남까지 가졌지만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10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는 "HDC현산이 계약금 2,500억 원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은데도 그룹을 지키기 위해 인수를 포기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매각 결렬 배경과 함께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아시아나항공 상황을 〈주토피아〉에서 짚어봤습니다.



    ● 눈덩이 부채에 코로나19까지…재무 튼튼한 HDC현산도 고사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작년 11월입니다. 당시 HDC현산이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제시한 금액은 무려 2조 5천억 원입니다. 김 대표는 "면세점 사업과 시너지를 고려해 업계에서도 놀랄 만큼 높은 가격을 써냈다"며 "상황이 180도 달라진 건 코로나19가 터지고, 예상보다 심각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화물 수요로 소폭 흑자를 냈지만 상반기에만 누적 2,6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신용평가업체 등이 우려하는 건 심각한 현금 흐름과 부채 비율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8년 649%→작년말 1,387%→올해 상반기 2,291%로 급등했습니다.

    김 대표는 "HDC현산 내부에서도 그룹이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라 지난 4월 이후부터 재실사를 고수해왔다"면서 "건설회사인 HDC현산 입장에선 잘 알지 못하던 항공업에 진출하는 셈이니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속도를 보고 인수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빅딜이 최선은 아냐"…아시아나항공 향한 회의적 시각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산과 아시아나 매각 무산을 선언하고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습니다. 산업은행은 11일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산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동원하는 플랜B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조선·해운업에 지원한 것처럼 세금을 투입해 급한 자금을 융통해주는 겁니다.

    하지만 플랜B를 동원해도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가항공사(에어부산, 에어서울)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말그대로 '비상대책'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든 겁니다. 원상필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대한항공도 보유한 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느라 숨이 턱까지 막힌 상황"이라며 "국내에 항공사가 한 곳만 살아남는다면 과연 아시아나항공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매각 주체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면 국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지분 36.9%로 최대주주)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국유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한다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것처럼 향후 해당 지분을 대한항공과 맞교환(스왑)하는 형태로 두 회사가 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항공사들은 고정비 부담이 커 손실이 불어나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항공업 회복이 너무나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에 2년 정도 매출이 줄어도 버틸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구조적인 고정비 부담으로 항공사 매출이 적어도 40%에서 80%까지 줄어들텐데 (인수합병이 이뤄져도) 최소 2,500억 원에서 많게는 2조 원의 자금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며 "항공사 빅딜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가 추정한 전세계 항공여객 수요 추이. 올해 연말 예년의 -36% 수준으로 더디게 회복할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신영증권)

    ● 한숨 돌린 정몽규 회장?…2,500억원 회수 가능성은

    이번 계약 무산 이후 남은 쟁점은 HDC현산이 산업은행에 지급한 계약금 2,500억원의 향방입니다. 김 대표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과 한화의 사례를 감안하면, HDC현산이 2,500억원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당시 산업은행과 한화의 소송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화는 2008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약 6조 3천억 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우선 지급합니다. 산업은행은 그해 말까지 최종계약을 하기로 하고 위반할 경우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양해각서를 맺죠.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집니다. 한화는 인수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데다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실사마저 하기 어렵게 되자 계약을 포기해 버립니다. 산업은행이 계약 파기의 대가로 이행보증금으로 받은 3,150억원을 몰취하는데 이 돈의 성격을 두고 긴 소송전이 벌어집니다.

    결과는 한화측의 일부 승소. 대법원은 2016년 한화케미칼과 산업은행간 이행보증금 소송 최종 선고에서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일부 금액을 한화에 돌려주도록 결정했습니다. 김 대표는 "한화 입장에서 실사도 하지 못하고 산업은행에 3,150억 원을 떼인 셈"이라며 "대법원은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계약을 파기했으니 이에 따른 벌금(위약벌)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만 손해배상액까지 떠안는 건 부당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를 HDC현산에 대입해보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대규모 실사까지 마치고 계약을 포기했으니, 선행 조건 미충족을 핑계로 계약금인 2,500억원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대표는 "다만 HDC현산이 이번 인수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순수 이자비용만 이미 400억원 가량 부담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는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도 이러한 시각이 반영돼 최근 반등장에서 고전하던 HDC현산 주가는 재실사 통보 시점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주당 2만 4,750원(9월 11일 종가 기준)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나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자회견 당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출처 : 한경DB)

    HDC현산은 가까스로 발을 뺐지만 이번 매각 무산은 적지않은 파장을 남길 전망입니다. "지난해 수준으로 많은 승객이 비행하려면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겠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5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7조 원 어치의 항공주(델타·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아메리칸)를 전량 손절한 사실을 공개하며 남긴 말입니다. 워런 버핏의 암담한 전망을 감안한다면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한국의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등 중대형급 항공사들의 재편과 생존 경쟁은 이제 시작인 것처럼 보여집니다.

    《한국경제TV '주토피아'는 기업 분석에 손꼽히는 전문가인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의 저자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와 전 유안타증권의 스몰캡 베스트 애널리스트 원상필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가 함께합니다. 뉴스 보고 투자했다 당하기 쉬운 기업들의 속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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