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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Fed 회의, ‘평균물가목표제’ 채택…과연 성공할 수 있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09-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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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평균목표물가제란 Fed의 양대 목표 중의 하나인 고용 창출을 위해 실물경기가 정상화되기까지 물가상승률이 목표선(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기준 2%) 위로 올라간다 하더라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과도기 통화정책 가이드를 말한다.
평균물가목표제 도입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난 3월 초 Fed 역사 상 두 번째로 열렸던 임시회의에서 결정된 긴급 통화정책 내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 여건에서 가장 어렵다는 ‘아무도 모른다(nobody konows)’는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Fed는 한순간에 무너지는 증시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꺼내 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서너 단계씩 내리는 ‘빅 스텝’ 방식을 부활해 제로(0) 수준까지 내렸다. 양적완화는 매입대상에 정크 본드(코로나 사태로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 회사채)까지 포함시켜 중앙은행의 핵심기능인 “최종 대부자 역할까지 포기했다”는 비판을 들을 만큼 무제한 통화공급 방침을 추진했다.
모든 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그리고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거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면 자연스럽게 실물경기가 살아나는 점을 고려해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기 위기로 압축시키는 시각도 있다. 위기 극복도 이 단계를 따라야 한다. 양적완화는 유동성 위기를 수습하고, 제로 금리는 통화정책 추진경로(유동성 공급→금리 하락→총수요 증가→실물경기 회복) 상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문제는 1990년대 이후 발생한 유럽통화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계별로 이행이 순조롭지 못했고 코로나 위기는 ‘절연(insulation)’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주된 이유는 위기의 성격이 다중 복합 대형위기인데다 금융위기 이후 추진됐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Fed가 통화정책의 최단기 시차인 9개월도 안되는 지난 6월 중순 이후부터 나타나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에 곤혹스러워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률이 계속 오르기는 하지만 그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경기 순환 면에서 이 현상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져 디플레이션으로 악화되는 것이 관례다.
Fed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이후 닥칠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무제한 통화공급 기조를 지속해 나가면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더 심해진다. 실물경기도 과도한 금융지원이 경제 주체들의 의욕을 꺾는 ‘코브라 효과’가 우려돼 오히려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요요 현상’ 때문에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 나가는 경우보다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수익률 곡선 통제 방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Fed가 구상 중인 수익률 곡선 통제 방식은 엄밀하게 따지면 2차 대전 이후 추진했던 금리 상한제를 결합한 전통적인 통화론자(“빚내서 더 쓰자”는 현대통화론자와 구별)들이 주장한 ‘통화 준칙’이다. 이 준칙에서는 시장금리가 금리 상한선을 넘어가면 자동적으로 채권을 매입해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고 통화공급이 늘어난다.
지난 3월 임시회의 이후 무제한 통화공급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우려되는 현재 여건에서 Fed의 통화정책도 변화를 줘야 한다. 유동성 위기를 수습한 이후 이제는 더 급해진 시장 기능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실물경기를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디스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난 이후 금리 상한제, 수익률 곡선 통제(YCC), 물가 목표치 상향 조정 등을 놓고 고민하다가 내놓은 대안이 ‘평균물가목표제’다.
Fed가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1913년 설립 이후 가장 큰 변화라 평가받는 Fed의 목표가 바뀐 2012년 상황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당시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상황에서 실물경기 회복세가 미약하자 물가안정에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해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 나갔다. 그 이후 통화정책은 후자에 우선순위를 둬 추진해 왔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같은 상황에 놓이자 9월 회의에서 Fed가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해 고용 창출을 우선하는 통화정책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지금까지 밝힌 Fed의 계획으로는 2023년까지 제로 금리를 주축으로 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경기가 제 궤도에 이르지 못해 고용창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평균물가목표제 채택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트리핀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은 달러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 신뢰도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벨기에 경제학자인 로버트 트리핀의 주장이다.

평균물가목표제 도입 이후 물가 상승률이 목표선을 상회하는 것을 용인하더라도 고용창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안정은 영원히 포기되는 것인가도 의문이다. Fed의 양대 책무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역관계를 잘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된 지는 오래됐다. 목표선을 벗어나는 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실업률이 줄어들지 않으면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은 지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산시장에 낀 거품도 그렇다. Fed의 통화정책 관할 범위를 실물경제만 고려하는 ‘그린스펀 독트린’을 뛰어넘어 자산시장까지 포함하는 ‘버냉키 독트린’으로 확대시킨다 하더라도 ‘부(富)의 효과’만으로 지속 가능한 실물경기 회복과 고용 창출을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자산 거품을 조장시킬 경우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 정신이 약화되고 투자자는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을 가능성이 높다.
Fed의 목표달성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시장 시스템이 복원되고 실물경기가 제 궤도에 도달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과도기 단계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코로나 사태가 극복되지 못하면 또 다른 통화정책 가이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 이후 100년 가깝게 누린 ‘화려한 시대’가 금융위기로 마무리되고 ‘고난의 시기’가 시작됐다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Fed는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세계 경제의 위기이자 국제금융시장의 위기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 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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