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발생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는 한때 33층짜리 건물 전면이 불길에 휩싸였을 정도로 화세(火勢)가 대단했다.
화재 초기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화재 사진이나 영상을 접한 시민들은 "이토록 큰 건물 전체에 저렇게 불이 붙을 수 있나"며 의아해했다.
특히 해당 아파트에 127가구가 입주해 있고, 상당수 주민이 옥상 등지로 대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는 인명피해 규모를 걱정하면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9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사망자는 단 한명도 확인되지 않았다. 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모두 단순 연기흡입이나 찰과상 등 경상이라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피해가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망자가 없다는 점에서 "하늘이 도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울산소방본부 발표와 아파트 입주민 진술 등을 종합하면, 우선 소방당국의 신속하고 입체적인 대응을 꼽지 않을 수 없다.
14층에 거주한다는 50대 주민은 "최초 소방관들 8명 정도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와서 1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인 작업을 했다"면서 "그러던 중에 갑자기 13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소방당국은 `12층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을 확인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풍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강하게 부는 바람에다, 건물 외벽의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타고 마치 들불처럼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란 불가항력이었다.
그러나 화재 확산 전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있었던 덕에 신속한 상황 파악, 인근 소방관서 소방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2단계 발령 등 후속 대응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특히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도 고층부 화재 진압에 한계가 있자, 소방대원들은 각 호실을 돌면서 내부로 옮아붙은 불을 끄는 동시에 인명 수색과 구조에 주력했다.
입주민들의 침착한 대응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화재 초기에 건물 밖으로 대피한 일부 주민들은 물에 적신 수건을 입에 대고 자세를 낮춘 채 빠져나오는 등 화재 대피 매뉴얼에 있는 대로 행동했다.
연기 때문에 내려올 수 없었던 고층부 주민들도 피난 공간이 마련된 15층과 28층, 옥상 등지로 피해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소방대원들의 지시에 따르면서 구조될 때까지 기다렸고, 결국 77명이 큰 탈 없이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울산 주상복합 아르누보 아파트 화재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