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근 3년간 '풍력 벌목' 1.5만그루…강원·경북 지역 집중

입력 2020-10-14 14:21   수정 2020-10-14 14:25

'풍력 벌목' 1만5,081그루…축구장 74개 규모
신규 설비 태양광·풍력에 집중…추가 벌목 위기
"산지 태양광·풍력, 산림보다 가치 떨어져"
산림 훼손 규제 등장…"폐염전·간척지 활용해야"
전국 최고랭지인 강원 태백시 매봉산의 풍력발전소. 사진출처: 연합뉴스
최근 3년 동안 풍력 발전을 위해 베어난 나무가 1만5천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면적으로 따지면 52.86헥타르(ha), 축구장(7140㎡) 74개 규모에 이른다.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로 인한 벌목량까지 합치면 3년간 약 250만그루가 넘는 나무가 베어졌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역설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환경 피해가 적은 폐염전이나 간척지 등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풍력 벌목` 1만5,081그루…축구장 74개 규모 면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용판(국민의힘, 대구 달서구병)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설치로 인한 벌목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풍력 발전시설 설치로 인한 벌목량은 1만5,081그루에 이른다. 벌목량은 2017년 6,535그루로 가장 높았다가 2018년 6,149그루, 2019년 2,397그루로 점차 줄었다. 풍력 발전을 위한 벌목 현황은 2017년부터 집계돼, 그 이전 수치까지 합하면 전체 벌목량은 지금보다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풍력 발전을 위한 벌목은 산간 지역이 많은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집중됐다. 2017년부터 3년간 강원도는 8,531그루, 경상북도는 5,433그루가 벌목되며 전체 벌목량의 약 92%를 차지했다. 벌목 면적은 41.2ha로 전체 벌목 면적의 약 78% 수준이다.

2018년부터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서도 풍력 발전을 위한 벌목이 시작됐다. 전남 도서 지역과 경남 의령군 등지에 새로운 육상 풍력 발전소가 들어선 여파로 보인다. 두 지역의 벌목량은 1,117그루로 집계됐다.

풍력 발전과 함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을 위한 벌목량까지 합치면 벌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두 발전시설 설치로 인한 벌목량은 모두 합쳐 전체 251만8,367그루(태양광 250만3,286그루, 풍력 1만5,081그루)에 이른다. 기간을 2015년부터 집계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로 인한 벌목량을 더하면, 벌목량은 309만3,481그루에 달한다.
경남 의령군 궁류면 주민 등으로 구성된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원회가 2015년 풍력발전단지 공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출처: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 신규 설비 태양광·풍력에 집중…추가 벌목 위기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 사업`의 거의 전부라는 점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늘어날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의 97%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구성된다. 2017년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의 46%에 불과했던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2030년 85%를 차지할 전망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의 신규 설비가 이대로 임야 지역에 설치될 경우, 상당 수준의 벌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집계된 태양광·풍력 발전의 신규 설비로 인한 벌목 면적은 6,005.86ha로, 최근 우리나라의 1년 조림 면적의 (2만1,766ha)의 1/4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신규 설비의 97%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진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

● "산지 태양광·풍력, 산림보다 가치 떨어져"
태양광과 풍력 설비 설치를 위한 벌목이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로 입증된 바 있다. 연구원은 2009년 9월 `녹생성장연구` 보고서를 통해 "산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저감되는 탄소량은 기존 면적의 산림보다 월등히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이어 "탄소 외에 산림의 환경적 가치를 따져봤을 때, 산림은 기타 발전 시설보다 가치가 높다"는 의견을 냈다. 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산림 정수와 산소 생산, 대기오염 물질 처리, 산림 생태계 가치 등을 두루 감안해야 한다는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지 태양광 발전소를 15년간 운영했을 경우, 산림 훼손으로 인한 환경가치 손실이 탄소 저감량보다 382억원가량 큰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원 측은 산지 풍력 발전 또한 국내 2가지 사례를 들어 "풍력 발전으로 인한 여러 이익들도 환경적 손실로 인해 상당 부분 상쇄된다"라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10년 전 통계인 만큼 그동안의 기술 발전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산림의 가치가 재생에너지 설비의 가치보다 높은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09년 9월 보고서. 산지 태양광 발전소를 15년간 운영했을 경우, 산림 훼손으로 인한 환경가치 손실액이 풍력 발전소 운영으로 인한 수익보다 382억원가량 큰 것으로 계산됐다.

● 산림 훼손 규제 등장…"폐염전·간척지 활용해야"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로 인한 벌목이 꾸준히 지적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산림청은 2018년 2,443ha에 달했던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을 2019년 1,024ha로 줄였다. 올해 5월 말까지 집계된 산지 태양광 허가 면적도 112ha, 작년의 1/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각종 규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전기사업법 하위법령 개정하고, 정부가 사업자에게 산림 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령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로 훼손된 산지를 사업자가 중간 복구하지 않으면 산업부 장관이 사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고, 뒤이어 사업정지 처분과 발전사업 허가 취소까지 가능해졌다.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가 폐염전이나 간척지 등을 중심으로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승훈 교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숲이 재생에너지 개발로 인해 훼손돼선 안 된다"면서 "서해안의 폐염전이나 새만금 등 간척지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재 입찰 단계에 있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은 향후 2.1GW, 원전 2기 규모의 발전 단지로 조성될 전망이다. 이번 자료를 요청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산림 훼손을 멈추고, 묻지마 신재생에너지 추진에 대한 정부정책을 재검토 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2017년~2019년 풍력 발전으로 인한 벌목 현황. 김용판(국민의힘, 대구 달서구병)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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