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서한을 통해 무차별 폭로에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김봉현 회장의 폭로와 관련해 `술 접대`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폭로와 관련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몰려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지자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자 의혹 제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A4용지 5장 분량의 `옥중 입장문`에서 검찰이 정권에 타격을 주고 윤 총장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수사를 벌인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검거된 이후 전관 출신 A변호사가 첫 접견 때부터 "라임 사건에 윤 총장의 운명이 걸려 있다"면서 "당신이 살려면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좋지만, 강기정 (정무)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협조하면 직접 윤 총장에게 보고해 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준다는 약속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미 원하는 결론을 내려놓고 특정 방향으로 진술을 유도하는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5월 청와대 행정관 뇌물공여와 관련된 첫 검찰 조사 때부터 담당 검사가 나는 `인정만 하면 된다`며 수사 책임자가 원하는 대로 진술 내용을 수정하고 내게 인정하도록 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와 다른 의견으로 진술했더니 반말하며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야당 유력 정치인 등을 상대로도 로비했다고 검찰에 밝혔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과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제공하고 라임 펀드 관련 청탁을 했다는 폭로도 했다.
김 전 회장의 휘발성 높은 폭로에 정치권 인사들은 앞다퉈 라임 관련 의혹이나 그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추미애 장관과 법무부도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추 장관은 술 접대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한 감찰에 즉각 착수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이에 법무부는 ▲ 현직 검사와 전·현직 수사관 등의 향응 접대와 금품수수 의혹 ▲ 접대받은 검사가 해당 사건의 수사 책임자로 참여해 수사를 은폐했다는 의혹 ▲ 회유·협박 등 위법한 방식의 수사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의 돌발적인 폭로에 의구심을 보인다.
그는 지난 8일 법정에서 "강기정 전 수석에게 5천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발언했다가 이번에는 검찰과 야당 의원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차별 폭로에는 검찰 수사의 동력을 약화하고 주의를 분산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야당이 라임 사태에 연일 특검 등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야당에 반격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한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 강도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현 전 회장 고소하는 강기정 전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