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기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지난해 4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반 만에 내려지는 최종 결론을 앞두고 양사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최종판결에 따라 배터리 관련 부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등 조처가 내려질 수 있고, 미국 내 자사 배터리 공장 가동도 중단될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최근 합의를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양사 모두 이번 소송과 관련해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양사 간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맡은 ITC는 이달 26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당초에는 이달 5일 최종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판결 일정은 3주 연기됐다. ITC는 연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업무 일정 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화학 측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해 사업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당초 업계는 양사가 금전적 배상 합의로 소송을 끝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현재까지도 양사의 합의에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배상금을 둘러싼 양 사의 금액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ITC 소송 진행 과정에서 증거인멸 논란 등을 두고 양사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배상 합의 시도도 일시 정지된 모습이다.
이달 5일로 예정됐던 ITC 최종 판결이 약 3주 미뤄지면서 업계에서는 양사 간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ITC 최종 판결의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ITC가 앞선 예비결정을 그대로 인용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결정을 확정하는 것이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그간 ITC의 예비결정이 한 번도 뒤집힌 적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후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ITC 결정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 등을 내릴지 이를 거부할지를 결정하는데 여기서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LG화학 입장에선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에 대통령 심의 기간이 끝난 후 6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기간에도 수입 금지 조치는 계속된다.
두 번째로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되,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 공익성을 추가로 평가하겠다는 결정도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 5월 이해관계자인 주 정부와 시(市), 고객사, 협력사 등이 ITC에 SK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만약 ITC가 공청회(Public Hearing)를 열고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미국과 그 기업 등의 이익과 부합한다는 의견이 많으면 수입금지 조처가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세 번째는 ITC가 지난 2월 내렸던 예비 판결에 대해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전면 재검토 결정으로,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측에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재검토 과정을 거쳐 ITC 최종결정까지 약 6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ITC 최종판정 이후에도 양사 모두 항소할 수 있어 소송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양사는 서로 다른 결과를 예상한다.
LG화학은 "그간 ITC 판결에 비춰볼 때 이번 소송에서도 ITC 행정판사의 조기패소 결정이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으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LG화학은 영업비밀 소송의 경우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이 ITC 위원회 최종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고,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필요성이 일절 없다"며 ITC가 기존 조기패소 예비결정에 대해 `수정`(Remand)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각자 자사에 유리한 시나리오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양사 모두 합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LG화학은 "양사 간 합의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산업 생태계는 갈등보다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이 중요하다"며 "모두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장기화보다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ITC는 민사 재판이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 판정을 받더라도 LG화학 측과 `합의`만 하면 수입금지 등 제재를 풀 수 있다.
현재까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가 지불한 소송비용은 4천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ITC에서는 이번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소송` 외에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9월 각사를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기술 특허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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