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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통적 통화정책의 고착화…주가 상승세, 언제까지 지속될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11-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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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여론조사에서 이색적인 결과가 나왔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가?”에 대해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가장 높게 나왔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한 것인가가 압도적으로 나왔던 종전과 대비되는 아주 이색적인 결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50%, 나스닥 지수는 70% 이상 급등했다. 세계 평균주가 상승률도 5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60%, 특히 코스닥 지수는 100% 넘게 올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주가가 너무 오름에 따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상장기업의 PER는 25배로 적정수준인 16배를 훨씬 뛰어넘는 고평가된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주가는 내려가야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랐다.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로 설명되지 않음에 따라 주가무형자산비율(Price Patent Ratio, PPR)과 꿈대비 주가비율(Price to Dream Ratio, PDR) 등 새로운 평가지표도 나왔다. 지금 당장 경기와 실적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미래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잠재가치(꿈도 포함)가 높게 평가되면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지표다.
경기와 실적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신 평가지표가 나올 만큼 주가가 올랐던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과 실물 간의 괴리현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직후인 지난 3월 초 미국 중앙은행(Fed)는 1913년 설립 이후 두 번째 임시회의를 통해 무제한 채권매입 방침을 결정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돈을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기준금리도 제로 수준으로 한꺼번에 내렸다. 통화정책 전달경로(기준금리 인하→시장금리 하락→총수요 증가→실물경기 회복) 상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을 묶어놓을 때에는 주가가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고평가됐다 하더라도 증시에 유입된 자금이 쉽게 빠져 나가지 않는다.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월가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진 주식과 채권 간 ‘6대 4’의 원칙이 깨진 것이 아닌가를 놓고 떠들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채권시장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돼 채권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이 완충능력이 확보돼야 주가가 ‘거품’이 우려될 때 채권투자 매력이 부각되면서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돼 주가가 조정된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에 따른 주식과 채권시장 간 자율적인 자금이동을 억제할 경우 주가도 채권가격도 높은 수준이 유지된다. 지난 7월말 이후 주가와 채권가격이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높아짐에 따라 자금이 주거용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 집값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모든 자산가격이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금융과 실물경제가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에서도 ‘부(富)의 효과’를 통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금융과 실물경제 간 연계가 강화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코로나 사태처럼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추진되는 한시적 성격의 비상대책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풀린 돈을 회수하는, 즉 출구전략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출구전략이 제 때에 추진되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강구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출구전략과 같은 대변화를 모색할 때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준을 명확하게 예고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 필요성이 처음 언급될 때 Fed도 이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몰조항 중심(sunset based)’, ‘조건충족 중심(threshold oriented)’, ‘경제지표 중심(data dependent)’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첫 번째 기준에 따라 1차 양적완화는 2010년 3월, 2차 양적완화는 2011년 6월, 3차 양적완화는 2014년 10월에 종료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은 물가상승률이 2.5%를 상회하고 실업률이 6.5%를 하회할 때다.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해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 충족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Fed가 제시했던 출구전략 추진의 세 가지 기준을 코로나 이후로 적용해 보면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무제한 채권매입 정책은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도 물가상승률이 2%, 실업률이 3.5%로 더 강화됐다. 지난 9월 회의에서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으로 Fed로서는 물가 목표를 엄수해야 한다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앞으로 출구전략은 ‘실업률이 언제 3.5%에 도달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양대 목표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간의 음(-)의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 금융위기 이전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양(+)의 관계로 바뀌거나 평탄화됐다.
Fed가 내부적으로 고용시장의 개선 여부를 파악할 때 ‘베버리지 곡선’을 중시한다. 이 곡선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전될 경우 기업의 구직활동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하락하는 점을 착안해 구인율과 실업률 간의 음(-)의 관계를 있음을 도식화한 것으로 필립스 곡선과 다른 점은 고용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이론이다.
하지만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의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 등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까지 우하향하던 베버리지 곡선이 위기 이후에는 우상향해 미국 노동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기업들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명확하지 않으면 고용을 늘리는 것을 가능한 억제한 것이 주요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 등으로 고용시장에서 보다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점이다.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난 영구 실업자가 38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립스 곡선의 평준화와 우상향으로 전환된 베버리지 곡선이 고착화돼 평균목표물가제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고용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현실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주가 상승세는 영원할까. 전통적으로 Fed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시장의 예상을 받아들이는 ‘순응적 선택’을 한다. 시차가 긴 통화정책이 의도했던 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Fed의 의중이 잘못 읽히거나, 통화정책 추진여건이 애매모호할 때 ‘체크 스윙’ 차원에서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역행적 선택`을 한다.
조지 에컬로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비대칭 정보를 활용해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역행적 선택론’은 경제활동에 필요한 완전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정보 경제학의 한 부류다. 출구전략 추진이 지연될수록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이는 Fed가 잘못된 시장의 예상을 시정할 때 ‘체크 스윙’ 수단으로 자주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이후 주식 투자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경기…‘더 거친 고용창출 없는 경기회복’

Fed가 가장 중시하는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기 회복이 언제부터 이뤄질 것인가가 최대 변수다. 코로나 사태 직후 ‘수직 절벽형’, ’L‘자형, ’W‘자형, ’나이키형‘, ’U‘자형, ’V‘자형에 이어 ’로켓 수직 발사형‘까지 나올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예측관이 나왔다. 코로나19는 발병 원인과 진행 방향, 그리고 백신 개발 등 그 어느 하나 아무것도 모르는 외생변수이기 때문이다.
1차 경기 논쟁의 꽃은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수직 절벽형’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수직 발사형’이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세계 증시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에서 루비니 교수는 세계 경기가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발사 후 수직으로 떠오르는 로켓에 비유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낙관론’을 주장했다.
종전의 경기침체 요인과 달리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 유일한 대처방안은 ‘격리’다. 오프쇼어링, 아웃소싱 등 효율성만 겨냥해 ‘집중화’에 익숙했던 성장 체제에서 사람을 격리시켜 놓을 경우 초기에는 극단적인 비관론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가 결정적으로 실수한 것은 포률리즘 성향이 강한 최고통수권자들은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추진할 확률이 높아지는 점을 간과했다. 코로나 사태 직후 각국의 최고통수권자는 금융위기보다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추진한 가운데 2차 팬더믹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경제활동 재개를 서둘러 단행했다.
각국 경기도 부양책의 강도와 경제활동 재개 시기에 따라 차별화됐다. 가장 강도 있는 부양책과 가장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한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에 -6.8%까지 추락한 이후 2분기에는 3.2%로 무려 10% 포인트 높아졌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놀라워했을 만큼 ‘V’자형 반등이다. 3분기 성장률도 4.9%로 가장 빨리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부양책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경제활동 재개 시기가 가장 늦었던 미국 경제는 지난 1분기 -5% 역성장한데 이어 2분기 성장률은 -31.4%로 추락했다. 2분기 성장률을 놓고 본다면 1947년 상무부가 분기별 성장률 발표한 이후 73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한국 경제도 2분기 성장률이 -3.3%로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각국의 2분기 성장률 발표가 마무리될 지난 6월 말 무렵 3분기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놓고 2차 논쟁이 벌어졌다. 3분기에는 기저 효과 등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실제로 3분기에는 미국은 33.1%, 유로랜드 12.7%, 한국 1.9%로 나옴) 다시 침체된다는 ‘W’자형과,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U’자형 시각이다. 1차 논쟁 때와 다른 것은 극단적인 비관론과 극단적인 낙관론은 사라진 점이다.
2차 논쟁 때 비관론인 ‘W’자형은 코로나19가 2차 대감염이 발생하더라도 1차 대감염 때보다 학습 효과로 당황하지 않으면서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이 일상화된 데다 경제 재봉쇄도 쉽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코로나 백신 개발 시기도 1차 대감염 때보다 다가왔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최악의 경우 2차 대감염에 따라 경제활동이 재봉쇄된다 하더라도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 사태가 극복될 때까지 모든 것을 다 풀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1차 대감염 때보다 완충능력이 확보된 상태다. 1차 대감염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것에 따른 ‘자산 효과’도 기대돼 ’W’자형의 두 번째 저점은 첫 번째 저점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자산 효과에 따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고용 창출이 안될 경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느냐를 놓고 지난 9월 Fed 회의 이후 3차 경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격리 후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반사 효과로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개선될 것인가에 있어서는 경제활동 재개 이후 급증한 영구 실업자를 감안하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3차 논쟁은 1차, 2차 논쟁처럼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대립돼진 않지만 1990년대 신경제 시대보다 ‘더 거친 고용창출 없는 경기회복(more harsh jobless recovery)’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와 고용사정이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데에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 사태가 남긴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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