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사표받아라' 국민청원 등장
나흘 만에 국민 30만명 이상 동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집단 항명에 나선 평검사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 추 장관이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공개 저격한 데 대해 평검사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오히려 ‘역풍’ 조짐이다.
`커밍아웃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30만7천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동의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불과 나흘 만이다. 현재 동의 속도를 감안하면 역대급 동의도 가능하다. 청원 마감은 이달 29일로 넉넉하게 남아있다.
청원인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검찰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고 썼다. 또 "감찰 중에 대전을 방문해 정치하고, 그를 추종하는 정치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는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주시라"고 요구했다.
청원인이 지칭한 `커밍아웃 검사`는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 비판 글을 올린 이환우 검사에 지지 의사를 표한 검사를 뜻한다.
○ 秋는 왜 이환우 검사를 저격했나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한 기사를 첨부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적었다. 추 장관이 첨부한 기사는 지난해 8월 20일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쓴 `동료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라는 제목의 기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트위터에 이 기사를 걸자 40분 만에 추 장관도 합세했다.
검찰의 인권유린 의혹을 다룬 이 기사에 등장하는 검사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이환우 검사다. 이 검사가 하루 전인 28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라는 글을 올리자 추 장관이 다음 날 이 검사의 의혹이 담긴 기사를 꺼내들며 `커밍아웃`이라는 말로 `공개저격`한 것이다.
추 장관이 이 검사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인권유린` 의혹을 받는 검사가 `검찰개혁`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 `나도 커밍아웃한다` 평검사들 동조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이 평검사를 공격했다`며 반발했다.
이 검사에 이어 다음날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도 지난 29일 추 장관에 반발하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노무현정부 때 법무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의 사위이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다.
최 검사는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지…"라고 남겼다.
이 검사와 최 검사, 두 검사의 `항명` 글에 검사들이 `나도 커밍아웃한다`는 항의성 댓글을 달고 있다. 실명으로 300명이 넘는 검사들이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 추 장관 정면돌파…文정부 지지층 합세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도 추 장관은 이틀 뒤인 31일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입니다. 저도 이 정도인지 몰랐습니다`라는 글을 또 게시하며 정면돌파의 뜻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의 `SNS 평검사 저격`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있다. 다만 국민청원 게시판의 분위기는 추 장관 논란을 넘어섰다. 과거 이같은 굵직한 현안마다 文정부 지지층이 결집하며 반격에 나선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3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146만9천명)이 등장하자 `문 대통령 응원` 청원에 150만명 넘게 동의하며 반격했다. 또 `조국 장관 임용 반대` 청원에 30만8천명이 동의했지만 `조국 장관 임명` 청원에는 두배가 넘는 75만7천명이 동의하며 숨어있던 지지층을 끌어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여론 동향을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검란(檢亂)`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는 이번 사태는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과의 대결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오히려 `검찰개혁`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불러모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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