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 싸워 23번 졌다"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전효성 기자

입력 2020-11-05 17:22   수정 2020-11-06 16:00

    '전셋집' 구하러 발품 팔아보니
    1200세대 전세 매물 1건 뿐
    매물 품귀·가격 급등 체감
    매매가 상승, 대출규제가 이유
    신규입주 물량도 감소…전세시장 안정 '요원'
    <앵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는 `전세 대란`입니다.

    치솟는 집값에 이어 전세 매물마저 뚝 끊긴 건데요.

    역대급 전세 대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전효성 기자입니다.<인트로 영상> 영화 명량

    <기자 오프닝>
    "왜군과 23번 싸워 23번 모두 이긴 이순신 장군의 업적. 반면 부동산 정책은 나올 때마다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24번째 대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사진속 현장에 나와있습니다. 전셋집을 보기 위해 무려 9팀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곳이죠.

    3년간 23번에 걸친 집값과의 전쟁, 그 결과는 집값 폭등, 풍선 효과, 전세 대란이라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VJ: 지금 어디 가시는 거죠?

    기자: 오늘은 전셋집을 알아보러 가려고 합니다. 제가 실제 거주할 전셋집을 알아보려 합니다. 눈여겨보던 단지가 두 군데 있는데요, 한 곳은 강서구 가양동이고, 한 곳은 구로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요즘 전세 매물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매물이 얼마나 없는 건지 그리고 값은 얼마나 올랐는지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기자: 드디어 첫 번째 눈여겨 보던 단지 앞에 와있는데요, 이곳에 과연 전세매물이 있을지, 또 가격은 얼마정도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단지(1,200세대)에는 전세 매물이 1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던 것 보다 시세가 5천만원 이상 오른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A 공인중개사 "6·17 대책 나오고서 여기는 더 올랐어요. 오히려. 아직까지 (전세) 매물 자체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아요."

    예상보다 비싼 전세금에 첫 번째 단지에서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 세상에 아파트가 이렇게 많은 데 왜 제가 살 집은 없는 걸까요.

    구로구에 위치한 또 다른 단지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B 공인중개사 "전세가 없어요. 전셋값도 한 건 있는게 3억 2천만원 달래. 오르는 거는 계속 올랐어요. 조정이 안 되고."

    결국 제가 이 날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집(660세대)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만원의 반전세 매물 하나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매물 자체가 없다보니 전셋값은 부르는게 값입니다.

    시민들을 만나봤는데, 역시 불안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준용 / 영등포구
    "나이가 있다보니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집값도 너무 오르고 전셋값도 너무 올라서 고민이 큽니다. 아무래도 무리를 해서 지금이라도 사야지, 나중에 더 오를 거라는 부담감 때문에…"

    <인터뷰> 박혜령 / 영등포구
    "전세를 내주지도 않고, 내려고 하지도 않고, 구하려고 해도 구해지지도 않고… 서민들은 집이라는게 짐이에요. 집이 사는 곳, 편안한 곳이 아니라 짐이야 짐."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세시장이 불안해진 걸까요.

    먼저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입니다.

    떠오르는 아파트 단지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볼까요.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최근 수 년 간 집값 그래프는 일제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집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집 사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게 된 겁니다.

    또 여러번의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까지 막혀있어 현금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수요자는 전세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에서 9억원짜리 집을 사려면 현금이 5억원 넘게 필요한데,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은 이미 10억원을 넘겼습니다.

    <인터뷰> 박은아 / 양천구
    "어차피 올랐다 해도 다른 곳도 같이 올라서 지금 이걸 팔아서 이사를 간다고 해도 사실 갈 데가 선택권이 많이 없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게) 크게 와닿지는 않아요."

    다음 이유는 `줄어드는 신규 입주 물량`입니다.

    보통 아파트 입주시점에 전세 매물이 나오는데, 신규 입주물량은 지난 2018년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은 지난해 4만 8천가구가 새로 입주했지만 올해는 3만 8천가구, 내년은 2만 7천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입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5년 실거주 의무도 부과돼, 사실상 신규 아파트 전세는 앞으로 찾을 수 없을 전망입니다.

    <인터뷰> 서원석 /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 되면 결국은 임차인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이런 것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마지막으로 전세가격은 그동안 쉼없이 오르고 있었지만 최근의 급격한 상승세를 부른건 `임대차 3법`입니다.

    2년이었던 기본 전세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는데요.

    4년을 살 수 있게 되면 주거 안정성이 높아질 거라 믿었지만, 정작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선택을 합니다.

    임차인으로서는 더 오래 살기는 커녕, 살 집이 없어진 셈입니다.

    문제는 지금의 `전세 대란`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도 없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싱크> 문재인 / 대통령(국회 시정연설)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습니다."

    업계에서는 전세 공급을 늘릴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그나마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가 안정될 거란 분석도 나오긴 하지만, 3기 신도시는 빨라야 2025년 입주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김성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매물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울에 집이 이렇게나 많지만 내가 가진 집은 없는 현실, 이제는 빌려 살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23번의 정책 실패, 또 다시 예고된 24번째 대책. 과연 첫 번째 승리는 언제쯤 거둘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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