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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주가 예측은…국내 증권사 전망 빗나간 이유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11-16 09:23  

글로벌 증시, 상승 2단계 진입할 것
유동성 장세 → 펀더멘털 장세
코로나 바이오 → 바이든 바이오

지난주 한국경제 TV 방송을 보다가 가장 공감한 뉴스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뜻하지 않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있었긴 했지만 증권사의 경기와 기업실적 예측이 빗나가도 너무 빗나갔다는 얘기다. 날이 갈수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가한다. ‘불확실성 시대(케네스 갤브레이스)가 나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초불확실성 시대(배리 아이켄그린)’에 접어들었다.
예측을 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를 안내하는 역할이다.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세(주가 예측의 경우 상승, 하락)는 맞아야 하고, 실적치에 대비한 예측 오차율이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전망기관의 예측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틀려도 너무 자주 큰 폭으로 틀리다 보니깐 ‘예측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 증권사의 주가 예측이 시장흐름에 너무 민감한 것이 올해는 유남히 더 심해졌다. 다른 금융변수와 마찬가지로 주가도 선제적으로 예측해야 본래의 목적인 시장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지금처럼 시장흐름을 쫓아 사후적 혹은 대증적으로 예측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비판을 받아왔다.
같은 맥락에서 주가 예측을 그렇게 쉽게 자주 수정할 수 있느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직전의 예측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것도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당혹스러운 때가 많았다. 요즘이 더 심하다. 한국 증권사 내부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기법이나 모델이 있는 것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주가는 성장률과 같은 실물 통계도 아닌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예측하는 것도 놀랍다. 다른 변수와 달리 주가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수치를 들어 예측할 수 없고 설령 맞았다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투자전략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수 있도록 추세예측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군집성 주가예측 관행도 한국 증시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군집성 주가예측이란 전년도에 주가 예측을 잘 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연도에 주가 예측이 쏠리는 현상이다. 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런 예측관행은 예측자가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군집성 예측관행은 주가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에서 성장률을 전망하는 국내기관은 30개가 넘지만 아직도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에 상하 0.5% 범위 안에 몰려있다. 극단적으로 한국에서 성장률을 내놓은 기관은 실질적으로 한국은행밖에 없다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주 지적돼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만큼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시나리오 기법’은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해 각각의 전개 과정을 추정하는 기법이다. 미래의 가상적 상황에 대한 단편적 예측이 아니라 복수의 미래를 예측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나타날 문제점 등을 예상해 보는 방법이다.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자료 또는 추세에 근거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 변화의 모습을 투사하는 방법이 있다. ‘트렌드 분석’이다. 일련의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추세를 예측할 수 있으며 수학적·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경제성장, 인구증감, 주가 등 가격변수 등을 예측하는데 많이 활용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태양신인 아폴로가 미래를 통찰하고 신탁을 했다는 ‘델파이 신전’에서 유래된 예측방법이 ‘델파이기법’이다. 여러 전문가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설문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수집․교환함으로써 제시된 의견을 발전시켜 나가는 예측방법을 말한다.
‘직관적 예측’은 주관적 판단에 입각해서 미래를 추측하는 방법이다. 추측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해 미래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며 추측의 기초는 예측자의 통찰력, 창조적 지각력, 내면의 숨은 지식 등 직관력으로부터 나온다. 예측의 결과는 예측자 자신의 목표, 가치, 신념, 선입견, 편견, 의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자유토론 기법’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자유로운 토론을 주고받는 가운데 미래에 관한 전망을 종합해 내는 기법이다. 주로 연구 초기에 전반적인 상황을 조망하고 연구주제를 구체화하거나 과제를 추출하는 단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정해진 기간 동안 주기적 모임을 통해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해 전략을 수립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기법은 자체적으로 함정을 갖고 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한계가 드러난다. △트렌드 분석에 따른 함정’ △심리적 편향에 따른 함정 △고정관념 함정 △자기 과신 함정 △기억력 함정 △신중함 함정 △증거확인 함정 등 이른바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이다.
초불확실성 시대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예측이 틀렸던 것만은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나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이런 복잡성은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가 의존하는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모델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 예측이 정확했던 것은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다.
ECRI의 ‘경제 사이클 큐브’를 소개하면 크게 경제성장과 고용, 인플레로 삼차원을 구성한다. 경제성장은 다시 무역과 국내 경제활동으로, 이중 국내 경제활동은 각 부문별 장단기 선행지수로 구분된다. ECRI에서는 이 모델을 통해 100개 이상의 선행지수를 통합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예측을 추론해 낸다.
증시 입장에서 재구성해 바이든 정부 출범 첫 해 주가를 예측해 보면 경기와 기업실적, 유동성이 삼차원에 해당된다. 가장 중요한 1차원인 세계 경기는 ‘구조적 장기 침체론’, ‘W자형` 등과 같은 비관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차원에 해당하는 기업실적은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해 나가는 시대에 있어서는 업종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3차원에 해당하는 유동성은 각국 중앙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초(超)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선봉장 역할을 섰던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3월 초 1913년 설립 이후 두 번째로 열렸던 임시회의 이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정크 본드 등 매입 대상을 가라지 않고 무제한 달러화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은행의 고유기능인 최종 대부자 역할을 포기한 셈이다.
기준금리도 ‘빅 스텝’ 방식으로 한꺼번에 크게 내렸다. Fed는 제로 수준으로 환원했고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추진해온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는 그 폭을 더 깊게 가져가는 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1년 만기 대출금리를 비롯해 모든 정책성 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5% 포인트씩 1%p 인하했다.

앞으로 글로벌 증시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2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선을 전후로 1단계에서는 ’유동성 장세‘이었지만 2단계에서는 ‘펀더멘털 장세’로 바뀌고 있다. 주도 세력도 ‘동학개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종목별로는 ‘언택트’에서 ‘콘택트’로, 바이오 업종의 경우 ‘코로나 바이오(진단 키트와 백신)’에서 ‘바이든 바이오(자연·환경·사회적 가치의 영어 첫 글자를 딴 NES)`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각국과 주요 예측기관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판단과 예측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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