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에 웬 중국어가?…무엇이든 가능한 `가상`아이돌 [홍IT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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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25 11:04   수정 2020-12-25 11:04

K-POP에 웬 중국어가?…무엇이든 가능한 `가상`아이돌 [홍IT인간]

    가상과 현실의 융합 메타버스
    게임·엔터 먼저 진입해 경쟁
    아바타에 덕질하는 가상아이돌?
    가상플랫폼 콘텐츠 산업 핵심축 될까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언택트 시대가 지속되면서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말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입니다. `아바타`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1992년작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시`에 등장한 용어인데요. 우리에게 친숙한 VR(가상현실)보다 좀 더 나아간 개념으로, 사람들의 분신인 아바타들이 교류를 하며 살아가는 가상현실 플랫폼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공간이 연결돼 있는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이 쉽게 떠오릅니다. 대면 접촉이 힘들어진 현재 내 분신(아바타)을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측면에서 산업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업 측면에서 메타버스가 가장 잘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안무버전 뮤직비디오(MV)가 에픽게임즈의 PC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최초 공개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저들끼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파티 로얄`이란 공간에서 내 아바타로 뮤비를 시청하는 거죠. 올해 4월에는 미국의 유명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 게임 상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해당 영상은 1억2천만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 케이팝에 중국어? 가상에 투영된 현실

    메타버스 속에서 최근 논란이 된 걸그룹도 있습니다. `롤`이라는 한 단어로 잘 알려진 인기 PC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게임 캐릭터(아리, 아칼리, 이블린, 카이사)로 구성된 K/DA가 그 주인공입니다. 킬뎃어시(Kill/Death/Assist) 라는 뜻의 K/DA는 롤 제작사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케이팝 걸그룹입니다. 캐릭터는 모두 가상의 게임 캐릭터들이지만 녹음과 모션캡처는 아리-미연(가수 여자아이들)처럼 캐릭터와 연결되는 실제 가수들이 참여했습니다. 2018년 팝/스타즈(POP/STARS)라는 곡으로 데뷔했는데요. 같은해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선 노래를 부른 가수들과 AR(증강현실) 합동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팝/스타즈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4억뷰를 넘기기도 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논란이 된 건 지난달 `MORE`라는 신곡을 발표하면서 부터입니다. 신곡에 난데없이 중국인 설정의 새 캐릭터 세라핀이 K/DA에 등장한 것이죠. 현실세계 케이팝 걸그룹에서도 중국인 멤버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중국어`로 케이팝을 부른다는 건 다른 얘기였습니다. 거기에 한국 구미호 설정의 `아리`를 밀어내고 센터를 차지하는 모습에 국내 팬들은 단단히 화가 났죠. 국내 K/DA 팬들은 세라핀 부분만 삭제한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등 항의성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복이 중국 전통의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뭇매를 맞은 중국 페이퍼게임즈 논란까지 겹치면서 케이팝까지 뺐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죠. 논란을 뒤로 한 채 한 발자국 떨어져 보면, 가상공간의 문제가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친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논란이야 어떻든 게임사에겐 이 메타버스로 수익이 된다는 게 관전 포인트입니다. 부분유료화 게임인 롤은 캐릭터에게 다양한 코스튬을 입힐 수 있는 스킨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케이팝 걸그룹 K/DA 역시 전용 코스튬 스킨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K/DA가 등장한 2018년 라이엇게임즈의 매출은 14억 달러(약 1.5조 원)에서 다음해 15억 달러(약 1.6조 원)로 상승했습니다. 게임 그래픽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K/DA의 팬이라면 게임 내 코스튬에도 돈을 지불할 가능성이 커지겠죠.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출시한 모바일판 롤 `와일드리프트`에도 K/DA 스킨을 적용했습니다.

    ● 늙지 않고 유지비도 안 드는 가상아이돌



    "늙지 않는다", "유지비가 안 든다". "여러 기획이 가능하다"

    BBC코리아는 K/DA가 데뷔한 2018년 분석기사를 내면서 전문가를 인용해 그들의 장점을 이렇게 꼽았습니다. 말 그대로 가상세계 속 아이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군대를 가서 회사 주식이 떨어질 일이 없고, 사생활 문제를 일으킬 염려도 없습니다.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그룹을 재창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 K/DA 멤버인 아칼리-소연(가수 여자아이들)은 롤 세계관 속에서 다른 힙합그룹 `트루데미지(True Damage)`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에스파 멤버들과 아바타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런 장점들 때문일가요. 국내에서도 가상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워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SM엔테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의 사례입니다. 아바타 X 익스피리언(Avatar X Experience)를 결합한 `ae`와 양면이라는 뜻의 영단어 애스펙트(aspect)를 결합해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여느 아이돌 그룹이 그러듯 거창한 수식어라고만 치부하긴엔 4명의 멤버들의 아바타가 벌써부터 존재합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파에 대해 "실제 멤버는 네 명이지만 모두 아바타를 갖고 있어 마치 여덟 명이 활동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인간 멤버와 아바타가 다른 개체로 활동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멤버는 4명이지만 4+4로 활동할 수 있어 인간 멤버가 쉴 때 아바타 멤버가 대신 활동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미 알려진 가상캐릭터에 실제 사람을 적용한 것(K/DA)과, 실제 사람 멤버에 가상 아바타를 만든 것(에스파)이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에스파의 경우 아바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아 흥행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메인 타이틀곡 `블랙 맘바`가 3주 연속 빌보드 글로벌 차트(미국 제외)에 이름을 올리고, 한국의 멜론과 비슷한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 QQ뮤직의 한국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올렸다는 점에서 음원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안착시킨 모습입니다.

    ● "우린 이미 메타버스 한가운데에 있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같은 콘텐츠 산업에 먼저 녹아드는 모양새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최신 트렌드를 쫓느라 바쁩니다. 네이버도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만들었고,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도 인공지능(AI)보이스를 활용한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런칭했으니까요. 비단 콘텐츠 영억으로만 한정짓기엔 직접 보지 않고 무엇인가를 한다는 측면에서 이미 우리가 가상플랫폼 안에 들어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 포트나이트 속 가상 콘서트

    실리콘벨리 게임엔진 업체 유니티 존 리치텔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0일 실리콘밸리 기자단 회상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 완전히 메타버스(metaverse)의 한가운데에 있다. 나는 메타버스가 우리 모두에게 살그머니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언택트로 인해 하루종일 집에서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 `줌`으로 회의하고, 메신저앱으로 업무를 보고,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힌 건데요. 가상공간에서 모든 경제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우리가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와 있다고 가정한 것이죠.

    이 주장에 동의를 할지 여부를 떠나서 메타버스가 좀 더 빨리 현실로 다가온 건 사실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1년 콘텐츠산업 전망 세미나를 통해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는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꼽았습니다. 완전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로 메타버스 도래의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는 겁니다. 10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점한 기업들이 돈방석에 앉았던 것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10년을 이끌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렌드 쫓아 SNS 계정 하나씩 만들듯이 이젠 나만의 아바타도 하나 만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시대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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