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원격수업 믿다 낭패"…한계 드러낸 공교육

입력 2021-01-20 17:49   수정 2021-01-20 17:49

    <앵커>

    코로나19로 학교마저 셧다운 돼 장기간 원격수업이 이어지면서 공교육 부실화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학습 공백의 틈을 입시 업체들이 채우면서 `사교육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민정, 유오성 기자가 코로나로 달라진 교육 시장의 변화를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인터뷰> 김소연(가명) / 재수생
    "온라인 수업 비중이 커져서 자습시간이 늘었는데 저같이 3학년 1학기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죠. 정시도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지고 사실상 학교 수업이 무용화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인터뷰> 조정심 / 예비 고등학생 학부모
    "비대면식 교육 시스템이 갑작스럽게 된 거라서 신뢰가 없구요. 사실 엄마들 입장에서는 결국은 사교육에 기댈 수 밖에 없죠. 저도 원래는 사교육을 안하던 사람인데 하게 되더라구요. 불안해서…"

    보신 것처럼 코로나 학습 공백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비등교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공교육에 대한 평가는 더욱 박해지고 있는데요.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대면 학습 대신 원격 수업이 진행되던 지난해 10월 기준 실시간 쌍방향 수업 비중은 절반에 그쳤습니다.

    출석체크에 수업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낭비하고 이미 제작된 동영상으로 대체하다 보니 학교 수업은 부실해져만 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누적된 학습 결손으로 학생 간 학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부를 돌봐줄 누군가가 없는 학생들은 학습 의욕이 심하게 꺾인 반면, 여유시간이 많아진 틈을 타 일부 고소득층 학생들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에 매진했습니다.

    실제 학원이 집합금지로 문을 닫으며 대치동에선 소규모 그룹과외가 유행하기도 했죠.

    올해 수능부터 바뀌는 입시제도는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입니다.

    수능 EBS 연계율을 기존 70%에서 50%로 축소하고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건데요,

    교육부는 파행을 겪고 있는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사교육 의존도만 더욱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미 코로나로 확대된 온라인 교육 시장(수능 대비)에서 메가스터디·대성마이맥·이투스 등 사교육 업체 상위 3곳의 점유율만 86%에 달하는데요.

    사교육 업체들은 공교육 학습 공백의 틈을 타고 실시간 라이브 강의, 모든 온라인 강좌를 무제한으로 수강할 수 있는 프리패스 상품 출시와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험생 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30만원을 돌파한 상황.

    학교 원격수업 대신 입시 인터넷 강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선 `사교육 쏠림`이라는 한국 교육의 민낯만 더욱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기자>

    앞서 보신 것 처럼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학습권 마저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부족한 학습량을 메워주는 곳은 어쩔 수 없이 학원이 되어가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학원들도 살아남기 위한 몸 부림을 치면서 경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실력있는 강사들이 사교육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의 명성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교육업체는 EBS 출신 강사 7명을 한 번에 영입했습니다.

    이들에게는 EBS 강의와 병행이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학원들도 비대면 수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이른바 `1타 강사`를 모시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겁니다.

    사교육 업체들이 수업의 품질을 올리는데 집중하는 동안 교육 당국은 수능과 EBS 연계율을 낮추겠다는 엉뚱한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EBS 교재를 통째로 외우는 폐단을 없애겠다는 건데, 이 같은 발상은 오히려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병진 /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
    "5~6년 전부터 입시시장 유행이 EBS 변형문제입니다. 그런데 변형문제를 EBS에서 만들 수 없잖아요. 이 것은 학교나 학원에서 만들 수 밖에 없는데 사실 EBS 변형문제 시장이 훨씬 더 크고 변형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니즈는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가 가져온 설익은 원격 수업은 학습 격차를 더욱 양극화 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6%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학습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학습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교습법에 특화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한나 총신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공교육에서도 원격수업 등 온라인 수업을 할 때 교사들이 가져야 할 역량, 예를 들어 디지털 문해 능력이나 여러가지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연수도 필요하고, 이런 것이 진행될 때 사교육 시장에서 훈련을 받는 강사들과 비교해 교육적, 교수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이들이 사교육 열풍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쟁력 있는 학교 수업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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