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동선에 요양병원이나 목욕탕, 학교 등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쿵`하고 무너집니다."
부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방역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매일 역학조사, 코로나 검체채취 등으로 격무에 시달린다.
그 중에서도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자가격리자를 담당, 관리해야 하는 공무원의 고충은 상당하다.
일선 구·군 지자체는 그동안 직원 1명당 자가격리자 1∼2명을 배정해 구호 물품 전달 등 각종 민원을 처리해왔다.
자가격리자 지원을 맡은 담당 직원들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지난 1년을 한마디로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각종 민원에 고생할 때도 많았지만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가 마음을 울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부산 북구 한 공무원은 치매 환자가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2∼3회씩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다.
치매 노인이 자가격리에 들어갈 경우 보호자가 24시간 돌봐야 한다.
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인 치매 노인을 보호자가 감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공무원은 "연락이 올 때마다 혹시나 무작정 밖으로 나갈까봐 지체할 겨를도 없이 보호복이나 비닐을 걸치고 뛰쳐 나갔다"고 말했다.
모두가 `불금`을 즐기는 금요일 밤, 자가격리 담당 공무원들은 더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이탈이 확인되면 바로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A씨는 금요일 오후 11시께 자가 격리 앱에서 이탈 신호가 잡혔을 때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A씨는 "당시 하필 격리자와 연락이 바로 되지 않았다"며 "`현장에 나가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영하 11도의 추위를 뚫고 밤늦게 집을 나섰다.
A씨는 "숙소에 방문했더니 다행히 자가격리자가 집 안에 계셨다"며 "이럴 때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아찔했던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반려인 천만 시대, 확진자의 반려견을 돌봐준 사례도 있다.
자가격리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확진자의 강아지만 홀로 남게 됐다.
확진자가 나온 집이다 보니 친척, 지인이 강아지를 챙겨주기도 어려운 상황.
이에 해당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던 담당 공무원이 보호복을 입고 매일 집에 가서 강아지 사료를 챙겨줬다.
24시간 정신없는 고된 업무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자가격리자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러 방문했을 때 자가격리자가 담당 공무원에게 "수고가 많다"며 요구르트 1개와 감사 메시지를 전달해 줬다.
해당 공무원은 "당시 너무 지쳐 있었던 때라 따뜻한 그 한마디와 정성이 너무 고마웠고,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에서 1년여간 자가격리 업무를 도맡아온 정영란(53) 안전총괄팀장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주민들도 힘들지만 본의 아니게 감시해야 하는 담당 직원의 고통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했다.
그는 "방역 최일선이라는 사명감으로 그동안 견뎌 왔다"며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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