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러더 법' 논란…전금법 개정 놓고 한은·금융위 '충돌'

임원식 기자

입력 2021-02-23 17:26   수정 2021-02-23 17:26

이주열 "정보 강제로 한데 모은 것 자체가 빅브러더"
금융위 "빅테크 사고시 적법한 절차 따라 내역 조회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은 "빅 브러더(Big Brother) 법이 맞다"며 다시 한 번 금융당국을 비판하면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사이의 갈등이 한층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주열 총재는 오늘(23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지급결제 관련 질의에 대해 "정보를 강제로 한 데 모아놓은 것 자체가 빅 브러더"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전금법 개정을 통신사의 통화 기록에 빗댄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겨냥한 듯 "통신사를 빅 브러더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맞지만 여러 통신사가 가진 정보를 한 곳에 모아놓고 그걸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은 빅 브러더가 맞다"며 통신사 비교가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즉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같은 이른바 `빅테크` 지불·결제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개개인의 충전·거래내역이 금융결제원 한 곳에 수집되고 또 이를 금융위가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금법 개정안 발의의 취지가 `소비자 보호`에 있다는 금융위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 총재는 "금융 결제를 한 데 모아 관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 무관하다"며 "지금도 소비자 보호 장치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결제원의 주된 기능은 소액 결제와 금융기관끼리 주고 받는 자금의 대차거래를 청산하는 것이고 이러한 청산 업무는 중앙은행이 뒷받침 할 수 밖에 없다"며 "정책기관끼리 상대방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충분히 이해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지난 2006년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하지만 핀테크의 대거 출현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등으로 금융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반영해 마련한 게 전금법 개정안이다.

빅테크, 핀테크 회사들이 보다 수월하게 금융업에 진출하도록 돕는 한편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들 기업들을 관리·감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주열 총재가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중앙은행의 역할에 과도하게 관여한다"며 금융위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은성수 위원장이 "한국은행의 업무영역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두 기관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대표 발의로 전금법 개정안이 정무위에 상정되면서 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은 중앙은행 역할 침해 여부에서 `빅 브러더 법안이다`, `소비자에게 이득인 법안이다`로 옮겨갔다.

한국은행이 전금법 개정안을 `빅 브러더 법`으로 규정하며 비판 입장문을 내놓자 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지나친 과장이며 한국은행 스스로 빅 브러더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한국은행은 또 다시 반박문을 내놓으며 은 위원장 비난에 나섰지만 은 위원장은 어제(22일) "이제 그만 하자"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개정안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전자지급거래 청산`과 관련된 부분이다.

거래에 따라 생기는 채권·채무관계를 계산해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확정하는 것을 가리켜 `청산`이라 하는데 현재 이 업무는 금융결제원이 맡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금융 공동망인 소액결제 시스템을 통해 지급 지시를 중계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 간에 주고받을 차액을 확정하면 한국은행이 이를 최종 결제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소비자가 소위 `페이 서비스`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할 경우 페이 사업자 측에 미리 충전해뒀던 자금에만 변동이 있을 뿐 은행들이 이체를 중개하지 않는다.

전자지급거래 청산 항목은 페이의 이 같은 지급결제가 금융결제원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거래정보를 넘겨받은 금융결제원이 은행 간 주고받을 금액이 맞는 지 확인한 뒤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식이다.

사실상 정부가 빅테크의 거래정보를 무제한으로 수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은행이 "가정 폭력 예방하겠다고 모든 집에 CCTV 설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빅 브러더` 같은 발상"이라고 비꼬는 이유이다.

이에 금융위는 빅테크를 통한 금융거래에 사고가 날 경우 돈을 주인을 찾으려면 결제정보가 투명하게 관리돼야 가능하다며 전자지급거래 청산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에 있다고 강조한다.

또 사고 발생으로 거래내역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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