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틀 깬 `더현대 서울` 실적 자신감 "내년 매출 7천억"
10년 만에 서울에 지어진 새 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매출 목표치도 높다. 올해 6300억원, 내년엔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개장 2년 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지난해 매출은 약 8880억원)에 필적하는 실적을 올린다는 의미다. 또한 5년 내 1조 매출을 넘긴 판교보다도 `더현대 서울`에 기대하는 목표치가 더 빠르고 높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상무는 "신규 점포로서 7천억 원이라는 매출은 결코 작은 매출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몇 년 내에 `더현대 서울`을 서울의 압도적인 1등 백화점으로 만들기 위한 중간목표라 보면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더현대 서울`이 내건 무기는 공간 혁신, 파격적인 매장 구성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백화점을 통해 쿠팡, 네이버쇼핑과 같은 디지털 유통 공룡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집콕러`와 `클릭 쇼핑러`를 모두 불러모으겠단 것.
정지선 회장의 `더현대 서울` 실험이 성공한다면 코로나 시대에 맞는 오프라인 매장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셈이다. 더 나아가 국내 유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케 할 지표가 될 수 있다.
▲ "백화점이 아니다"…매장 대신 자연 입점
`더현대 서울`의 파격은 이름에서부터 시작된다. `백화점`을 과감하게 지웠다. 공간에서도 이 같은 의지가 읽힌다. 전체 면적의 절반을 매장이 아닌 산책로와 인공 폭포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꾸몄다. `창문 없이, 빼곡히 물건을 전시해 판매하는 곳`이란 백화점의 고정관념을 깼다.
모든 층에서 햇빛이 드리워지고, 3층 높이인 12m 높이의 인공폭포, 의류 매장 170개를 포기하고 꾸민 3400평의 쉼터 덕분에 실내에서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매장을 걷는 동선 너비도 최대 8m로 다른 백화점에 비해 2~3배가량 넓다.
특히 5층에 들어선 1천평 크기의 실내 녹색 공원은 압권이다.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의 나무와 꽃들로 `도심 속 숲`을 떠올리게 한다. 방문객도 햇살이 비치는 개방감 있는 매장에 대해 호평했다. "천장이 높아서 쾌적한데다 기존 백화점에 없던 도심 속 정원 덕분에 앞으로 자주 올거 같다"는 것.
영업면적이 8만9100㎡(2만7000평)로 축구장 13개가 들어가는 서울 최대 규모란 점도 장점이다. `온라인 전성시대`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로선 고객을 온종일 붙잡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없으면 생존하기 힘들단 점에서 그렇다.
매장 대신 자연을 입점시킨 `정지선의 실험`이 코로나 이전의 `자유로운 일상`을 꿈꾸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들의 시간을 `점령`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백화점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지 유통가의 초미의 관심사다. 쇼핑 트렌드가 언택트로 급변하면서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는 코로나 시기에 백화점을 오픈한단 점에서다.
▲ 패션·식음료, 업계 최초 입점 매장 `다수`
온라인에 뺏긴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내고자 트렌디한 업체들을 입점시키고 맛집으로 유명한 식음료(F&B)를 대거 유치한 점도 `더현대 서울`이 갖는 또 다른 무기다.
스웨덴 패션그룹 H&M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르켓(ARKET)`의 아시아 첫 매장을 비롯해 일본 가방브랜드 `요시다 포터`도 국내 백화점에 최초로 입점했다. 기존 백화점에서는 보기 힘든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과 명품 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서울 성수동의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오브뷰’ 등 국내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매장들이 대거 입점했다.
식음료도 입점 브랜드 수만 90여개로 ‘F&B의 성지’로 불리는 현대백화점 판교보다 10여 개 더 많은 국내 최대 규모다.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과 샌드위치를 파는 에그슬럿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입점했다. 신현구 현대백화점 상무는 “이번에도 강점인 F&B에 공을 들였다”며 “식품관은 손님을 끌어모으는 데 유리하고 매출까지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증권가 "보수적으로도 5년차 매출 1조 가능"
증권업계는 내일(26일) 공식 출점을 앞둔 `더현대 서울`이 개점 3년 차인 오는 2023년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서울 최대 규모 매장과 배후 상권에 힘입어 개점 5년 차인 2025년에는 매출 1조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당분간 회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주식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더현대 서울`이 가오픈한 24일에 보고서를 내면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6300억~6500억원, 영업적자 100억~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손익분기점 달성은 3년 차로 전망되며 보수적인 관점에서도 5년 차에 총매출액 1조원 시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이 2016년 출점한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인 판교점 사례를 근거로 `더현대 서울`의 성장 전망을 점쳤다. 그는 “판교점은 지난해 현대백화점 점포 중 1위인 매출액 1조74억원을 시현하며 백화점 3사 가운데 5위 매장으로 입지를 강화했다”면서 “여의도는 서울 3대 상권으로 하루 유동인구가 30만 명에 달하고 인근 지역 거주자와 뉴타운 개발 확장성 등을 고려하면 판교 이상의 모멘텀을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3대 명품 `에루샤` 없네…오피스 상권도 극복해야
아쉬운 점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 없이 개장한단 것이다. 콧대 높은 3대 명품이 백화점 오픈 초기부터 입점한 적이 없어 예고됐던 일임에도 `더현대 서울`이 매출 신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지난해 백화점 최악의 불황에도, 명품으로 승부를 건 8곳의 백화점 매출만 상승했단 점에서 그렇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루이뷔통 등 다수의 유명 명품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판교점에서도 그랬듯이 명품 브랜드들도 곧 `더현대 서울`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이 신경써야 할 부분은 하나 더 있다. `주말에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백화점은 보통 주말 매출이 평일의 세배 이상인데, 여의도는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으로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확 줄어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말에 일부러 여의도에 있는 백화점에 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 이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가 벚꽃놀이 이 외에는 주말에 와도 갈 만한 장소가 없었단 게 사실"이라며 "힐링 명소가 될 `더현대 서울`이 생김으로써 주말에도 여의도에 올 이유가 생겼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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