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명가 롯데 어디로...“폐점 또 폐점” [이슈플러스]

고영욱 기자

입력 2021-02-25 17:18   수정 2021-02-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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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쇼핑,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

    <앵커>

    위기 상황을 돌파하거나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데는 오너의 리더십 중요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리더십 공백은 그룹의 뿌리인 롯데쇼핑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고 기자. 지난해 롯데쇼핑 실적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마디로 최악입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16조 원에 영업이익 3천억 원대를 기록했습니다.

    롯데쇼핑이 영업이익으로 3천억 원대를 거둔 건 지난 2000년 이후 20년 만입니다.

    주력 계열사인 백화점이 무너진 게 컸습니다.

    백화점 매출은 2조6,500억 원으로 1년 전 보다 15%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3,300억 원 가량으로 37% 떨어졌습니다.

    <앵커>

    그래도 코로나 상황임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을 거둔 것만으로도 선방한 것 아닙니까.

    <기자>

    영업해서 3천억 원을 벌긴 벌었지만 장부상 당기순손실이 7천억 원 가까이 됩니다.

    영업해서 번 돈을 다 까먹고도 7천억 원이 마이너스다. 다시 말해 영업외손실이 1조 원 가까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엔 부실점포들의 가치 손상분이 반영됐습니다.

    ● 롯데쇼핑,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

    <앵커>

    롯데쇼핑은 부실점포들을 많이 정리하지 않았나요?

    <기자>

    많이 정리하고도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백화점부터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 100개 넘게 문 닫았지만 당초 계획의 절반 가량입니다.

    앞으로 3년 내에 100여 곳의 점포가 추가 폐점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점포 700여개 중 30%가 문을 닫게 되는 겁니다.

    장부에 반영된 당기순손실 7천억 원은 이런 폐점 대상 점포들의 가치들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쇼핑으로 무게추 이동이 급속하게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좀 늦지 않았나. 경영상의 판단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앵커>

    점포를 이렇게나 줄이면 일자리에도 영향이 있겠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롯데쇼핑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 지난해 3분기까지 3천명 이상입니다. 연말까지 포함하면 이 인원은 더 늘어날 겁니다.

    올해도 대대적 구조조정이 예고되는 만큼 위기감을 느낀 롯데그룹 내 노조가 뭉쳐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롯데그룹이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반격 당하는 오프라인...명품 뺏기는 백화점

    <앵커>

    구조조정만이 답인가요. 다른 돌파구는 없습니까?

    <기자>

    롯데쇼핑이 워낙 외형 성장에 집중해 온 터라 사실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주력채널인 백화점을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전국에 신세계백화점이 12개 현대백화점이 16개인데 롯데백화점은 이를 합친 것보다 많은 32개입니다.

    점포수가 많다보니 전체 영업이익은 롯데가 더 많은데 점포당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신세계, 현대보다 못합니다. (점포당 평균영업이익 : 롯데 102억, 현대 124억, 신세계 105억)

    <앵커>

    왜 이렇게 차이가 납니까?

    <기자>

    백화점 실적은 VIP가 가릅니다. 상위 1%가 전체 매출 25%, 상위 20%가 80%를 차지합니다.

    VIP들이 주로 찾는 건 명품입니다. 그나마 코로나 상황에서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온 건 이 명품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롯데가 명품 브랜드 유치에 밀립니다.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만 놓고 보면 국내 매장이 8개입니다. 그런데 점포수가 12개인 신세계가 4개를 유치했습니다. 점포수 32개인 롯데는 에비뉴엘점 1개 뿐입니다.

    또 상징적인 사례가 있는데요. 대구에선 롯데백화점에 입점해있던 명품 브랜드가 경쟁백화점에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앵커>

    롯데백화점이 유독 명품 브랜드 유치에 밀리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일반 브랜드와 달리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이 모셔와야 합니다. 협상이 중요한데요. 롯데백화점 같은 경우는 다점포 전략이 주는 이미지가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게 아닌가 이런 분석이 있습니다.

    ● 추격 못하는 온라인...기대이하 롯데온

    <앵커>

    명품을 유치하려면 고급 이미지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소득수준이 되는 곳에 입점해야하는데 롯데백화점의 점포 전략이 맞지 않는다는 거군요.

    온라인 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최근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는데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보다는 상황이 좋을 것 같은데요.

    <기자>

    기대 이하입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뒤늦게 롯데온이라는 계열사 통합 쇼핑플랫폼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보고 돈도 3조 원이나 투자하겠다 했는데 결과가 영 신통치 않습니다.

    <앵커>

    어느 정도 길래 그렇습니까.

    <기자>

    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액을 GMV(Gross Merchandise Volume)라고 하는데요. 롯데쇼핑 GMV는 지난해 7% 성장하는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GMV 성장률은 평균 20%, 쿠팡이나 신세계SSG 같은 경우는 40%에 육박하는데 한 참 못 미칩니다.

    한 달간 실제로 롯데온을 이용한 사람인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쿠팡의 5%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려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불편해서입니다.

    결국 롯데온을 담당하는 이커머스사업부장이 오늘 사임했습니다.

    기타부문으로 분류되는 관련 사업부는 지난해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앵커>

    온라인쇼핑 활성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대응이 늦은 겁니까.

    <기자>

    제가 취재한 바로는 롯데쇼핑 같은 경우 다른 경쟁사들 보다 계열사간 매출 칸막이가 높아서 통합 작업이 늦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현대·신세계 부활 날개짓...롯데 실적 변수

    <앵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군요. 잘못하면 `유통명가`라는 수식어를 반납해야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 실적은 나아질까요?

    <기자>

    지난해 기저효과에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고 또 올해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실적 개선이 예상됩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보고서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다만 실적 개선의 속도와 폭에 영향을 주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보면 녹록치 않을 전망입니다.

    현대백화점이 내일 여의도에 축구장 13개 크기의 더현대 서울을 문 열 예정인데, 마포, 용산, 동작구처럼 여의도에 한강다리가 걸쳐있는 지역 쇼핑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고요.

    신세계 같은 경우에는 워낙 야구단 인수가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만,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네이버 이해진 창업주를 만났습니다.

    유통가에선 이를 두고 신세계와 네이버가 손 잡는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앵커>

    그렇군요 얘기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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