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공시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투자를 받기 쉬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증권을 발행한 기업들이 부메랑을 맞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말 5년 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한 해운 전문기업 HMM.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상대로 3천억원 규모로 발행했는데, 추후 주가흐름에 따른 전환가액 재조정 조항도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행한 전환사채에서 최근 무려 4천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바이오기업 인바이오젠(174억원 평가손실)과 기초소재 전문기업 코스모화학(131억원 평가손실), 신문용지 전문기업 페이퍼코리아(79억원 평가손실)도 파생금융상품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봤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미코(114억원 평가손실)와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에이티세미콘(126억원 평가손실)은 파생금융상품에서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습니다.
심지어 신약 개발 전문기업 고바이오랩의 경우 자기자본의 123%에 달하는 427억원의 평가손실을 봤습니다.
이들 기업이 잇따라 파생금융상품 평가손실을 본 배경엔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증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부 신용등급이 낮은 상장사의 경우 일반 회사채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지만, 메자닌증권의 경우 이자와 함께 주식전환 등 여러 유인을 제공해 상대적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상장사들이 메자닌증권 발행에 적극 나섰는데, 이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발행한 메자닌증권이 회계기준상 파생금융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회사의 잠재적 손실이 재무제표상에 당기순손실로 잡힌 겁니다.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손실이라 우량한 기업의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체력이 약한 일부 기업은 회계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상장사들이 영업 이외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투자 손실들이 오히려 최종적인 순이익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장사들이 파생상품 투자에 어느정도 노출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최종적인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 메자닌증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장사들.
재무제표의 건전성을 왜곡하는 등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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