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상장'에 수익은 '덤'...가상자산 거래소 심사 허술 논란 [덩치 커진 가상자산거래소…운영은 낙제점①]

정호진 기자

입력 2021-03-12 17:20   수정 2021-03-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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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거래소가 비상장 종목을 자신의 자회사를 통해 매입한 뒤 해당 종목을 자신의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주식투자자라면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실 일인데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선 이 같은 `셀프상장`이 실제로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 심사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을 정호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 `루나` 2천만 개를 전량 매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이번 매도를 통해 약 1,400억 원 가량의 차익을 실현했지만, 매각 과정에서 `셀프상장`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루나 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테라`에 투자한 건 지난 2018년 4월.

    두나무앤파트너스의 모회사인 두나무는 자신이 운영하는 거래소인 업비트에 2019년 7월 루나 코인을 상장했고, 1년 반이 지나자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해당 코인을 전량 매도한 겁니다.

    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양사는 별도 법인이고 투자한지 약 3년 만에 이익을 실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거래소 상장 여부에 따라 가상자산의 가치가 달라지는데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투자한 가상자산을 자신의 거래소에 상장시키고 차익을 남기는 과정에서 셀프 상장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엄격한 심사없이 거래소 상장이 이뤄졌다면 특혜 상장 논란에서도 자유롭기 힘듭니다.

    문제는 국내법상 이 같은 `셀프 상장`을 규제할 마땅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홍기훈 /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물론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는 없는 거죠. 자본시장법 내로 갖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만약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면 벌써 조사 들어갔겠죠.]

    `셀프 상장` 뿐만 아니라 충분한 심사없이 상장할 수 있다는 허술한 심사 절차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현재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은 각각 155개와 182개인데 이 중 다수가 비트코인 랠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상장된 코인들입니다.

    일각에선 거래소들이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충분한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단기간에 코인을 집중 상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거래소에 상장한지 불과 1년여 만에 상장 폐지되는 코인이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 :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래량이 나올 것 같은 프로젝트들을 불시에 상장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고요. 반대로 기술력이 좋고 이런 기업들이, 프로젝트들이 거래소에 상장이 잘 안되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요.]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깜깜이 심사` 의혹을 해소하려면, 보다 투명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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