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상상력을 마음껏 풀어내다…뮤지컬 '검은 사제들' [리뷰]

입력 2021-03-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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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을 뮤지컬로 선보인다는 소식에 되레 반문했다.
`응? `검은 사제들`이 뮤지컬로 가능해?`
CG, 화면 연출 등 영화 속 기괴한 느낌을 공간의 제약이 있는 극장에서 어떻게 그려낸다는 건지 궁금함이 앞섰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 공연사진 (제공 알앤디웍스)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검은 사제들`의 주인공도 2명이다.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속죄로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 `최부제`와 신을 믿으나 종교가 추구하는 방향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김신부`.
악에 씌였지만 악에 복종하지 않고, 스스로를 희생해 마귀를 붙잡고 있는 소녀 `이영신`을 구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다.

`검은 사제들` 뮤지컬은 영화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놨다. 대신 연출과 음악으로 뮤지컬 무대만의 특색을 살렸다. 신선할 정도다.
성스러운 곳과 악의 공간을 중의적으로 교차하도록 만들어, 극장이란 공간의 제약을 무색케했다.
수직적인 구도로 성당이 지닌 웅장함을 보여주지만, 기둥들 사이로 어둠의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 악의 공간으로 변한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 공연사진 (제공 알앤디웍스)
특히 모두가 기대하는 악귀를 쫓는 장면과 인간의 모습을 한 악귀들과 벌이는 사투는 인상 깊다.
영신의 얼굴을 한 마귀, 동생의 얼굴을 한 마귀 등 실존하지 않는 악귀를 검은색과 빨간색, 파란색이 뒤섞인 조명과 짙은 그림자, 웅장한 듯 기괴한 음악들로 표현해 영화와는 또 다른 묘한 공포감을 준다.

너무도 평범한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나 ‘포기하라’ 말하는 악.
“도대체 왜 그런 일을 하느냐”며 “이제는 멈춰야 할 사람”이라고 사제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김 신부.
하지만 김 신부는 끝내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내고 만다. 그리고 외친다. "인간은 인간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뮤지컬 검은 사제들 공연사진 (제공 알앤디웍스)
막이 내리면 국내 뮤지컬계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오컬트 장르`를 보여줬다는 점에 절로 기립박수를 보내게 된다.
누군가에겐 공포나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장르지만 음악과 무용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탄탄하게 만들었다.
초연 작품인데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캐스팅하는 도전까지 더해졌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도전이 한데 뭉쳐진 작품 같다. 다만 영화의 강렬함을 기대하고 간 관객들에게는 전반부 서사가 길게 이어지는 부분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공연은 오는 5월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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