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차 '각형' 배터리 늘린다는데…왜? [궁금타]

입력 2021-03-16 17:14   수정 2021-03-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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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은 무게당 에너지 밀도보다 열화·스웰링 현상이 문제
전기차 배터리의 목표 "결국 에너지량 극대화"
폭스바겐그룹은 새로운 통합 셀 및 시너지를 통해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은 현지시간으로 15일 열린 `파워 데이`행사에서 자사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 중 80%에 이 새로운 배터리셀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으로 나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력이고, 삼성SDI와 중국 CATL은 각형 배터리, 일본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업계에선 이번 폭스바겐의 결정으로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은 왜 각형 배터리를 확대한다고 한 것일까? 배터리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고 LG와 SK가 생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와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폭스바겐의 행보를 따라가보자.

● 공간효율성·생산원가·무게에 따라 나뉘는 전기차 배터리의 장단점

전기차 배터리는 원통형(Cylindrical Cell)과 각형(Prismatic Cell), 파우치형(Pouch Cell)으로 나뉜다. 각 배터리 제조사는 자사 배터리 종류의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보완해 고객사인 자동차 회사에 제공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마다 최적화된 배터리 시스템과 에너지양, 용량 등을 선택해 제조사에게 요구한다. 배터리 종류의 선택 기준은 때로는 헤게모니 다툼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테슬라의 경우 독자적인 BMS 기술을 바탕으로 원통형을 전량 채택하고 있으며, 높은 에너지양과 검증된 기술력, 그리고 테슬라의 기술 공개에도 불구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원통형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의 선두 주자인 SDI나 LG화학 등과 장기 공급 계약을 진행해 독자적인 배터리-자동차 업체 간 연계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배터리 종류별 장단점을 살펴보면 먼저 원통형은 표준화된 사이즈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상대적인 원가 부담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원통이라는 케이스를 사용하므로 내부 압력을 견디는 데는 뛰어나지만 원통의 한계상 공간 활용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도 부각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전지를 사용하게 되므로 유휴 공간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사용되는 전지 개수가 많아짐에 따라 BMS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파우치형은 가장 공간 활용도가 높다. 원통형 또는 각형의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아 면적당 에너지양을 키우기 가장 용이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패키징 효율이 높다. 이는 주행 가능 거리와도 직결된다. 다만 고객 맞춤형 생산으로 대량생산 원가가 가장 높으며, 유휴 공간이 가장 작기 때문에 열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각형은 파우치형에 가깝지만 원통형과 파우치형의 중간 정도의 장단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내구성 면에서 가장 좋다. 즉 충격으로 인한 훼손 가능성이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배터리셀만 놓고 보면 원가가 가장 비싸고, 파우치형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 주행 가능 거리가 짧다. 결국은 공간 효율성과 생산원가, 배터리를 감싸는 케이스의 무게가 각 배터리의 일반적인 장단점을 가르는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전기차 배터리 종류에 대한 편견…안전성은 무게당 에너지 밀도와 연관?

배터리의 장단점을 일반적으로 정리한다면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일반적인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의 발전과 사용되는 소재 배합의 변화 등을 바탕으로 각 배터리들은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은 종류를 떠나 충방전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배터리 내 소재의 변화가 발생해 용량 저감과 성능 저하가 나타는 `열화현상`에 따라 수명 단축이 일어나는 점과 배터리가 부푸는 이른바 스웰링 현상에 따른 폭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갤럭시 스마트폰 배터리의 폭발사고가 크게 회자됐듯이 스웰링은 배터리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소이며, 그 대상이 자동차라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배터리셀이 부풀어오르는 스웰링 현상

스웰링이 발생하는 원인은 셀 자체의 불량이 발생하거나 과충전 또는 과방전에 따라 셀 내부의 손상이 생겨 배터리 속의 고체 안에 기체가 생성되기 때
문이다. 열화현상 역시 충방전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전지 내 금속 등의 구조에 변형이 생겨 발생하는 것인데 역시 과충전과 과방전이 진행될 경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물리적 충격에 따른 폭발을 제외한다면 열화현상과 스웰링을 제어하는 것이 전기차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소재를 감싸는 케이스의 유무에 따라 안정성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파우치형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의 폭발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통형이라고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테슬라의 전기차 폭발을 상대적으로 많은 셀이 들어가는 원통형의 단점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각각의 셀 불량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BMS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 자동차가 BEV(순수 전기차)로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자동차이기에 모수가 크며 세간의 이슈가 집중돼 있기에 상대적으로 배터리의 단점이 가장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원통형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분류되는 공간 활용도 저하와 경량화가 어렵다는 것도 사실상 현재까지 출시된 차량만 보면 단점이라 부르기 어렵다. 테슬라 모델의 `개당 에너지밀도`는 테슬라 모델 X와 모델 S의 단위 면적당·단위 중량당 에너지 밀도는 타 전기차와 비교해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혹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장단점은 모두 사례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전기차 배터리의 목표 "결국 에너지량 극대화"

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이라 언급한 열화현상과 스웰링은 결국 충방전의 횟수 증가와 충방전 강도에 따른 배터리 내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고속 충방전이 필수적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유 시간은 극히 짧으며 전기차의 효용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속 충전을 통한 시간 단축이 전기차의 필수적인 요소다. 또 `자동차 고속 주행 = 전기차 고속 방전`의 개념 상 열화현상과 스웰링을 줄이기 위해서 일정한 속도로 정속 주행을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열화현상과 스웰링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기차는 고속 충방전을 포기할 수 없고 이는 충방전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에너지량을 증가시켜 상대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다음 사례를 보자.

1. 100kwh 에너지량 전기차에 60% 충전을 15분 만에 하는 경우 : 0.6C(C-rate)/0.25 = 2.4C
2. 80kwh 에너지량 전기차에 75% 충전을 15분 만에 하는 경우 : 0.75C/0.25 = 3C
3. 60kwh 에너지량 전기차에 100% 충전을 15분 만에 하는 경우 : 1C/0.25 = 4C

여기서 C-rate은 충방전율을 의미하는데 충방전 시 배터리에 적용되는 부담의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 위의 3가지 사례는 똑같이 60kwh를 15분 만에 고속 충전시켰다. 하지만 배터리의 부담은 차이가 난다. 이는 전기차 전체의 에너지량을 키우는 스케일업 효과가 고속 충방전 시 이차전지 열화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임을 제시한다. 또 과충방전이 원인이기도 한 스웰링의 발생 가능성 역시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기름을 가득 주유하고 주유 경고등이 들어올 때까지 타기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20~80% 주유 후 주행이 일반적인데 이를 전기차에 대입하면 에너지량이 낮은 전기차의 경우 충전 량이 부족하게 되면 주행거리가 극히 짧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에너지량이 클수록 적게 충전해도 주행 거리가 길어지는 장점과 배터리 전체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얻게 된다.

전기차의 에너지양은 부피당 무게의 제약 조건이 붙게 되면 커지면 커질수록 좋다. 결국 에너지 밀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앞으로 배터리 종류별 우선순위는 결국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양을 증가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넥스트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 받고 있지만 배터리 형태에 대한 중요도는 부각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배터리 고객사 입장에선 각형이나 파우치형, 원통형과 같은 모양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궁금타]란?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의 시승기와 분석을 통해 일반적인 궁금증부터 산업 트렌드까지 살펴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송민화  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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