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는 `왕좌 되찾기`네요.
<기자>
1980년대, 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 잡았던 인텔이 최근 고전하고 있는데,
다시 왕좌의 자리를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키워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앵커>
인텔이 반도체 투자를 크게 늘리기로 했죠?
<기자>
네, 인텔이 우리 돈으로 22조 6,000억원을 투자해서 미국 애리조나주 2곳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특이할만 한 것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그러니까 반도체 위탁생산에 진출한다는 점입니다.
그간 인텔은 컴퓨터 칩을 디자인하고, 제작한 뒤 마케팅을 하는 종합적인 업체였죠.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는 2016년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바 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의 주가는 기대감에 시간외 거래에서 5% 넘게 급등했습니다.
<앵커>
정확히 어떻게 진출을 한다는 겁니까?
<기자>
인텔은 현재 미국에서 웨이퍼 팹이라고 불리는 4개의 공장과 아일랜드, 이스라엘, 중국에 단일 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2곳을 새로 짓는 겁니다.
겔싱어 CEO는 "대부분의 제조시설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도 제조역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공장에서 전 세계 고객을 위해 파운드리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인텔의 행보를 두고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삼성이나 TSMC에게는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인데
접었던 사업을 다시 진출하는 배경이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인텔은 MS와 함께 PC 시대의 양대 산맥으로 꼽혔고, 특히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독식했었죠.
인텔 칩이 탑재된 PC는 품질이 보증됐다고 불리며 `인텔 인사이드`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공고했던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퀄컴, ARM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에 패권을 넘겨줬고,
AMD와 같은 신흥 CPU 강자가 등장해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상황입니다.
또 애플이나 MS 같은 대형 고객사가 독자 칩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인텔과의 이별을 선언하고 있죠.
그러면서 파운드리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로 분석됩니다.
<앵커>
글로벌 강자들이 오히려 먹거리 찾기에 더 분주한 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 정부도 인텔의 이번 시도를 지원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생산이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과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전기차를 비롯한 새로운 산업 수요가 늘면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반도체 패권이 아시아 기업을 중심으로 기울자,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인텔이 22조원 투자를 선언했는데 TSMC나 삼성전자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죠.
<기자>
네, 맞습니다. 파운드리 1위인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에 31조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죠.
지난해 투자액보다 63%나 많은 수준입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 주는 물론 대만 현지에서도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반도체 후공정 기술 개발 회사도 설립할 예정이죠,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은 "쌓인 현금을 공격적인 투자와 M&A로 풀어내겠다"고 말한 바 있죠.
<앵커>
앞으로 3파전이 되는 건데 실제 인텔의 진출이 삼성이나 TSMC에 얼마나 위협이 될까요?
<기자>
인텔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는 없겠지만 수십년간 반도체 시장에서 리더십을 보인 만큼 파장이 예상됩니다.
인텔은 아마존, 시스코, 퀄컴, 구글 등이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대형 미국 IT 기업들이 TSMC나 삼성전자를 떠나 인텔에 물량을 위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TSMC에 비해 30%P 이상 뒤처졌기 때문에 그만큼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기술면에서도 현재 인텔은 TSMC나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3나노 공정에 못 미치는 7나노 공정을 개발 중이지만
인텔의 개발 역량을 감안하면 빠른 시간 내에 동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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